Hey, Judo-Girl > 유도 대회, 최선을 다하고 있나요?
최근에 유도 대회에 참가했다. 유도 대회를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글로 쓰고 싶었지만, 대회를 하기도 전에 뭔가 입방정을 떨고 싶지 않아, 일단 대회가 끝나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키워드만 적어 두었다. 이제부터 하나씩 차분하게 써내려 가겠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이실직고 양심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니, 이미 부끄러운 나를 너무 비난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지금껏 최선을 다해 유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부끄럽게도 사실 그렇지 않았다.. 바로 이전 글에서 "가늘고 길게"를 주장하며 다치지 않는 선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유도를 하고 있다고 했지만, 유도 대회를 준비하면서 깨달았던 것은 나는 분명 조금 더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도 대회를 준비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관장님께 "근성 있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도 대회를 나가기로 결심하고서 딱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근성 없이 유도를 했던 나답게, 목표 역시 소박했다. "첫 판에서 이기기"도 아니고, 져도 상관은 없으나 "참패"는 당하지 않는 것. 물론 많이 이기면 이길수록, 금메달을 딸 수 있다면야 너무 좋겠지만 나는 내 실력에 대한 객관화가 상당히 잘되어 있기 때문에 승패를 떠나, '질 때 지더라도 기술 하나는 제대로 걸어보고 지자, 그리고 기술 한 번 못 걸고 10초 만에 참패를 당하는 일은 만들지 말자'였다. 그래서 유도 대회 참가를 등록한 날부터, 참패를 면하기 위한 나의 근성 있는 유도 훈련은 시작됐다.
기술 하나를 걸어보자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어떤 기술을 내 필살기로 쓸지, 기술을 체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래서 밭다리, 한팔 업어치기, 소매 들어 메치기 등 다양한 기술을 최선을 다해 익혔다. 더불어 체급도 맞춰야 했기 때문에 저녁을 조금 먹고 도장을 향했다.
저녁을 쉐이크 한 잔으로 해결하고 유도를 열심히 하다 보면, 공복과 같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옆구리 통증이 올 때가 있다(혹시 공복 상태에서 심하게 운동했을 때 옆구리 아픈 이유 아시는 분 계신가요?). 물론 이전이라면 옆구리가 아프니 쉬겠다고 했겠지만, 이번에는 옆구리가 너무너무 아파서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메치고 메쳤다(아 물론 막 엄청 멋진 그런 모습 아니고, 진짜 주저앉았다가 비틀비틀 일어나서 메치는 그런 모습.. 힘들어서 얼굴도 벌게지고, 대충 취권과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유도를 하면서 처음으로 맞이한 간절한 목표와 욕심이었다. 주짓수를 할 때에도 대회를 나가본 적은 없어서, 처음 느껴보는 간절함이었다. 그리고 그 간절함 덕분에 더욱 열심히 유도를 하게 되자, 이런 생각도 들었다.
"30대에 유도를 시작했어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유도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경솔했던 내 모습을 반성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속였던 나, 심지어는 사람들한테 '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글까지 썼던 나. 사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표현이 엄청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최선은 '선'이 아니라 '점'이다. 어제 최선을 다했어도 어제의 최선은 어제로 끝난 것이기 때문에 오늘도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하려면 오늘 다시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물론 매일 같이 그 점들이 모여 선이 된다면, 진정한 '선'으로의 최선이 될 수는 있겠지만 사실 이것은 너어어어어무 어려운 일이다.
즉, 오늘 최선을 다했다고 내일 역시 최선을 다한다는 보장이 없다. 오늘과 별개로 내일도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은 '선'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 별개로 딱딱 끊어지는 '점'과 같다.
그래서 일희일비가 아니라 묵묵하게 하루에 하나씩 찍어내는 것, ''안 찍어도 그만, 찍어도 그만''과 같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매일 같이 꾸준하게 찍는 성실함. 우리에겐 그런 근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성실하게 찍은 빽빽한 점들은 분명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그러니 딱 오늘 하루. 그 점을 찍자. 하나씩 찍은 점들이 빽빽하게 모여, 마치 선과 같이 되는 순간. 우린 그때서야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