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Judo-Girl > 유도를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준비물 2
앞서 유도할 때 챙기면 좋을 준비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주로 다치지 않게 돕는 부상방지용 아이템이나 지속적으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간지'를 위한 준비물이었다. 그리고 지속성과 부상 방지를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유도를 할 때 꼭 버리고 시작해야 할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아니, 맥시멀리스트 답지 않은 이 발언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템빨", "장비빨" 제대로 세우기 위해 많은 것을 사들여도 모자랄 판에 버려야 할 것이 있다니? 하지만, 진정한 맥시멀리스트는 다르다. 제대로 비워야 다시 차곡차곡 채울 수 있는 법! 유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도 꼭 버려야 할 몇 가지가 있다. 버려야 채울 수 있고, 채워야 배울 수 있다.
가장 먼저 버려할 것은 바로 "조급함"이다. 사실 이건 유도를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냥 사회 초년생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나는 항상 조급해하는 사람이다. 조급함때문에 섣부르게 한 선택은 수도 없이 많았고, 그 선택은 여지없이 나를 후회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난 조급하다. 지금까지 조급하게 했던 선택은 항상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 당장 결정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것 같아 덜컥 결정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더 좋은 기회가 생겨 섣부르게 결정한 것을 후회했던 시간들.. 더 말해봐야 마음 아프고 입 아프고, 글로 쓰니 손 아프다.
그리고 유도 같이 무언가를 배울 때는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빠른 속도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보면 조급해졌다. 뭔가 내 속도대로 운동을 배우면 안될 것 같은 느낌, 무리해서라도 속도를 높이고 배우는 강도를 높여 힘을 쏟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에 무리해서 운동했고, 그것은 부상 또는 흥미를 잃는(무기력) 결과를 초래했다. 이렇게 조급함은 타인과 나의 비교에서, 때로는 선택을 한 나와 선택하지 않은 나를 비교하면서 나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근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운동에서든 사회에서든 우릴 승리로 이끄는 것은 '조급함'과는 상반된 개념인 '꾸준함'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앞서는 것 같아 조급함 마음에 내 속도를 잊고 무리하기 시작하면, 언젠간 포기하게 될 것이다(부상 또는 무기력등의 이유로). 하지만 남들의 속도가 아닌 내 속도를 유지하며 꾸준하게 나아가면 그 끝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다.
실력이 더디게 성장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렀을 때, 한 번에 여러 단계 성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씩 매일매일 눈에 보이게 성장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는 꾸준하게 끝까지 가봐야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린 우리의 '꾸준함'을 방해하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두번째 버려야 할 것은 장신구다. 사실 이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들 있겠지만, 시계, 귀걸이, 팔지, 반지 등을 끼고 운동했을 땐 상대 또는 나를 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전에 주짓수를 했을 때 한 여대생 친구가 귀걸이를 하고 주짓수를 했다가, 상대의 도복에 귀걸이가 걸려 귀에서 피가 났던 적이 있었다. 멋지게 운동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지만, 운동할 때는 장신구를 하지 않는 그 모습이 제일 멋있다. 같은 이유로 긴 손톱/발톱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건 사실 나도 아직 버리지 못해, 말하기가 다소 부끄럽지만 그래도 이야기하겠다.
바로 '살'이다.
"아니, 살 빼려고 운동하는거 아냐? 근데 유도 전에 살을 빼라고?"
자자. 좀 전의 내 발언이 다소 괘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흥분하지 말고 좀 더 들어보자. 방금 말한 것처럼 나도 아직 버리지 못했다. 즉, 버리지 않아도 유도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 무릎을 위해, 노년의 시기에도 행복하게 걸으며 여행다니기 위해, 살은 최대한 버리고 오는 것이 좋다. 내 무게를 버티는 걸로도 무릎은 이미 무리를(?) 하고 있는데, 상대의 무게까지 일부 감당하는 유도의 각종 기술은 나의 무게 + 상대의 무게를 무릎에게 견디라 한다. 그리고 업어치기를 할 때 무릎을 땅에 찍으면서 넘기기도 하기 때문에 무릎을 최대한 보호해주고 싶다면 가장 쉬운(?) 방법인, 내 무게를 줄이는 일을 해보자(상대의 무게를 줄이는 것보단 쉬울...).
잘 알고 있다. 내 무게를 줄이는 것이 사실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나도 아직까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는다(?) 조금 전 현미밥과 닭가슴살을 점심으로 먹으며, 간식으로 과자를 먹는 어리석고 양심없는 나지만, 유도의 즐거움을 기억하며 오늘 저녁은 베이글 반쪽에 당근라페를 올려먹을 계획을 세워본다.
포기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