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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랑몰리 Mar 30. 2022

유도의 준비물_ 챙겨야 할 것

Hey, Judo-Girl > 유도를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준비물 

사실 운동을 할 때, 꼭 무엇을 사야만 운동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그런 건 없다. 내게 없는 물건이면 빌리면 되고,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생각으로 없는 것을 대신해서 다른 것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좋고, 빌리는 것보단 내 것이 좋다. 그래서 오늘은 유도할 때 갖추면 좋을 준비물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고 적고 내가 사게 된 몇 개의 필수 아이템을 말해 보겠다).


사실 나는 운동은 장비빨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운동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장비빨이다. 슬프지만 인생은 아이템전이다. 어디선가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방어 아이템을 갖춰야 하고, 내가 앞지르기 위해 선두를 무너뜨릴 공격 아이템을 갖춰야 하는. 기가 막힌 "템빨" 없이는 쉽게  승리를 맛볼 수 없는 슬픈 아이템전.


그렇다 보니 운동에도 물론 "템빨"이라는 게 존재한다. 사실 아이템이란 비싸면 비쌀수록 좋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그 모든 것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글에선 기본적인 아이템만 이야기해 보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준비물들이 없다 해서 유도를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 준비물들은 분명 우리의 유도 생활을 슬기롭고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가장 먼저 유도의 준비물로 떠오르는 것은 역시 '도복'이다. 유도에선 흰색과 파란색 도복이 기본이다. 간혹 상당히 화려한 무늬와 컬러의 도복을 본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유도 도복보단 주짓수 도복일 확률이 높다. 실제로 인터넷에 도복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의 대부분이 주짓수 도복이다. 


유도 도복은 주짓수 도복에 비하면 화려함은 없다. 무늬도 컬러도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화려함이 없는 유도 도복은 간지가 없느냐? 그렇지 않다. 유도 도복은 유도 도복만의 간지가 따로 있는데, 바로 등판에 붙은 내 이름이다. 유도 도복 등에 붙은 내 이름표를 보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내 이름이 원래 이렇게 간지 났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유독 이번 글에선 '간지 난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할 것 같은데. 미리 말하자면 나는 운동은 간지가 나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간지가 나야 운동이 재밌다. 내가 풍기는 멋에 내가 취해야, 그 운동을 진짜 재밌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봐도 멋지지 않은 운동은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할 이유도 없다.


그다음 필요한 장비는 '테이프'다. 가끔 유도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손가락, 발가락에 하얀색 테이프를 감고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손가락, 발가락을 테이프로 감아 부상을 방지하는 건데 그 작업을 '테이핑'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유도인들이 사용하는 것은 흰색 테이프지만, 나는 간지는 "블랙"이라 생각하는 사람으로, 검은색 테이프를 사용한다(내가 얼마나 '운동에서' 허세와 간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실 주짓수를 할 땐 테이핑을 그렇게 성실히 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주짓수는 상대의 깃을 많이 잡긴 하지만 테이핑을 안 한다고 해서 손가락 부상이 그렇게 자주, 쉽게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유도는 달랐다. 주짓수에서도 잡기 싸움은 치열하지만 깃을 내준다고 해서 크게 불리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유도는 잡기 싸움에서 밀리면 크게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주짓수는 깃을 잡으면  상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당겨오거나 미는 정도라면 유도는 깃을 잡고 메쳐야 하기 때문에 손가락에 힘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유도를 할 때 테이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손가락 마디 관절이 꺾이기 쉽다. 


유도를 처음 할 때에는 귀찮아서 테이핑을 잘 안 했는데 예전부터 곱다는 소리를 유일하게 들었던 내 신체기관, 섬섬옥수인 손가락을 한 번 다친 후로는 내 손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꼬박꼬박 테이핑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한번 다친 곳은 계속해서 다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부상을 입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꼼꼼히 테이핑을 해줘야 하고, 만약 부상을 입고 나면 더더욱 정신을 차려서 꼼꼼하게 해줘야 한다. 


어떤 운동이든 간지가 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다치지 않는 거다. 준비운동과 테이핑은 다치지 않고 운동하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 중에 기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한 가지 더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각종 보호대다. 무릎 보호대, 발목 보호대, 상황에 따라 손목 보호대 등 다양한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자주 다치는 부분, 조금 약한 부분에는 보호대와 테이핑을 사용하여 운동의 기본을 갖추자. 그리고 내 이름 석자가 붙은 멋진 도복을 입음으로 운동에 대한 예의를 갖추자. 


옛날에 축구선수 안정환이 방송에 나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제대로 운동하면 다칠 일이 없다고. 올바르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치는 거라고.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갖춰서 올바른 방법으로 운동하자. 특히 나처럼 운동을 취미로, 계속해서 즐겁게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과한 욕심은 버리고 운동하자. 


마지막으로 언급하지만 사실은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준비물은, 결국 '정도(程度)'를 알고 '정도(正道)'를 가는 자세다. 어떤 운동을 하든 무리하지 않는 정도로 올바른 길을 가는 것이, 다치지 않고 오래 운동을 재밌게 할 수 있는 기본자세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 정도를 정확히 모르겠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 건지, 얼마만큼 해야 하는 건지.  


그래도 괜찮다. 그걸 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체득해가는 것이 운동이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온 몸으로 정도를 알아간다. 어느 정도(程度)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正道)인지. 그렇게 내 몸과 마음이 점점 단단해지며 내가 진짜 운동을 배워가고 있음을 느낀다. 


"Hey, Judo-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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