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원시원 Sep 05. 2024

지뢰 제거

자영업자 생존기

똥은 피하거나 닦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뢰는 제거하지 않는 한 내 삶에 같은 상처를 계속 입힌다. 지뢰는 나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내가 가장 힘들거나 괴로울 때, 지뢰는 내 앞에 덫을 심는다. 그리고 조용히 지켜보다가 내가 덫을 밞을 때, 지뢰는 귀신같이 나타나 나를 괴롭힌다. 그런 지뢰에게 벗어나는 방법은 지뢰가 스스로 떠나거나, 내가 변하는 것뿐이다.


얼마 전 나는 임대인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임대인은 24년의 임차인이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코로나와 지금 이 시기, 자영업자들이 제일 괴로운 시기에 임대료를 올렸다. 물론 임대료는 임대인이 가진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24년 동안 임대인 건물에서 임차해 오던 나는 서러움이 밀려온다. 나는 서러움이 화가 되고 다시 서러움이 될 때까지 몇 날며칠을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권한이 아닌 이상에는 변화는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더 이상 지금 매장을 지켜낼 수는 없다. 나는 임대인이 놓은 임대료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떠나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임대인들은 다 똑같다. 내가 임차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같은 지뢰를 밟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 지뢰에서 벗어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월세에 대한 자영업자 대출을 알아보았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임대인에게 주는 월세가 은행 이자로 바뀔 때 수억에 달하는 대출이자라는 것을 말이다. 바꿔 말하면 내가 주는 월세의 가치를 이자로 환산하면 나는 수억에 달하는 상가를 가질 수 있다.


내가 지뢰를 피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해결에 힘을 써야 한다. 지금처럼 임대인이 지뢰라면 나는 임차인이 돼서는 안된다. 궁극적으로는 내가 임대인이 되고 내 상가에서 자영업을 해야 한다.


지뢰는 내 주변에 존재한다. 그중 친한 사람들이 지뢰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격이 너무 없어 서로에 대한 예의가 무례로 변할 때, 지뢰로 바뀐다. 한 예로 14년 된 자영업자가 있었다. 그는 나의 거래처 사장님이었다. 평소에 그의 말투는 거침이 없었다. 그런 말투는 나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다른데 있었다. 그것은 나의 일상이 그로 인해 불편해지면 그는 지뢰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아침마다 찾아와 말했다.

"넌 참 좋겠다"

"장사가 잘돼서.. 일 좀 주라!"

언뜻 보기엔 별 대수롭지 않은 그의 말이었다. 처음에 나도 그저 일상적인 말이거니 했다.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나타에 그는 나에게 같은 말을 했다. 그것이 한 달 두 달이 되고 세 달 네 달이 되었다. 그러다 나의 일상이 불편해지자 그와 언쟁을 시작했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자신이 내뱉은 말에 나의 반응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가 생각한 것처럼 움직였고 그럴수록 마음의 상처는 깊어갔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내가 예민한가? 생각해 보면 별 시답지 않은 말이지 않는가? 내가 일일이 반응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자 나의 무반응에 그는 체념하는 듯해 보였다. 나는 그의 의외의 모습에 놀랐다. 

"그래 역시 무시가 답이었어"

나는 확신에 차있었다. 하지만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내가 반응이 없자 수시로 찾아왔다. 이제는 그의 일상에 내가 들어와 있는 듯했다. 나와 그의 공감대가 같은 직종의 자영업자 때문일까? 그렇다고 내가 직종을 바꿀 수 없지 않은가?  나는 별별생각을 다 해보았다. 그러나 해결책은 찾지 못했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어느 날 답답한 내 모습을 지켜본 아내가 어떤 강의를 권유했다. 습관을 바꾸는 강의였다. 나는 완강히 거부를 했다. 그때 나의 이유는 이랬다. 

"습관은 내가 바꾸는 건데"

"강의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

"게다가 돈이 되는 강의도 아니고 고작 습관 바꾸는 것에 돈을 쓰다니...."

하지만 아내의 강력한 협박에 습관을 바꾸는 강의를 들었다.

이때 알았다. 주변 사람들이 바뀌면 내가 변한다는 사실을... 또한 나는 영원히 그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결국 이 지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내가 변해야만 했다.  

그해 나는 100권의 책을 읽었다. 독서를 하면서부터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20년간 방치된 나의 매장을 갈아엎었다. 나는 행동으로 그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당신이 무례를 범하는 사람이 아냐"

두 달 남짓 매장을 공사를 했다. 나는 매장의 반을 카페로 만들었다. 이제 그가 알고 있던 예전의 나는 없어졌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사람과 만나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나는 서서히 주변환경을 바꿔나갔다. 나의 이런 행동은 그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서서히 매장 출입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물건이 필요할 때만 매장에 왔다. 그는 매장에 와서도 별말이 없었다. 나중에 사실이지만 그는 얼마 안 가 내가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예상에서 벗어났다. 

나는 변했고, 지뢰는 제거되었다. 

이전 24화 한 곳에서 24년 된 자영업자의 고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