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시작한 지 8개월이 다 됐을 때 일이다.
봄이었던 날씨는 더운 여름을 지나 바람이 시원한 가을을 지나 어느덧 겨울이 왔다. 새싹이 돋아나는 나뭇가지로부터 잎의 무성 해지는 여름에 알록달록 색상의 가을에 그리고 바람에 힘없이 떨어지는 겨울에 8개월의 산행으로 나의 어른의 사춘기는 사그라들고 있었다.
12월이 되자 매서운 바람이 불며 겨울이 찾아왔음을 느꼈다. 자연도 겨울이면 휴식을 취하고 농부도 겨울이면 잠시 일을 멈춘다. 더욱이 밤을 길어지고 낮은 짧아졌다. 그런 현상 때문에 새벽 산행은 밝은 아침보다 어둑해진 새벽을 만났다. 솔직히 어둑해진 산길을 걷기란 여간 불안한 게 아니었다. 고요함 속에서 숲 속에서 들어오는 소리는 꽤나 크게 다가왔고 심장 박동도 빠르게 뛰었다. 이런 기분이 점점 현관문을 여는 시간을 늦추고 있었다.
겨울은 모든 것들을 느리게 만든다. 나 역시도 기상시간이 늦춰지고 옷 입는 시간도 길어졌다. 여름이라면 티 한 장에 반바지면 충분했던 것이 겨울이면 내복에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했다. 게다가 마음도 느려져 게으름이 기승을 부렸다. 한두 번의 달콤한 따뜻함에 두세 번이 되자 산행을 가지 않는 날은 늘어났다. 나의 산행의 첫 번째 고비였다.
습관을 말하는 책에서는 3개월이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나에겐 아니었다. 하루의 쉼이 겨울 내네의 쉼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8개월의 산행 습관은 추운 겨울에 주저앉고 말았다. 군대에 26개월을 복무했을 때 그 습관은 제대 후 1개월을 못 버티고 가기 전 내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던가? 무려 2년 넘게 들인 습관인데도 우리는 그것보다 오래된 습관에 의해 길들여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로운 습관이 익숙함으로 바뀌려면 꾸준함이다. 3개월이 되었든 1년이 되었든 중요하지 안 않다. 그냥 꾸준히 해야 한다. 습관이 편안해질 때까지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나를 방해하는 유혹이 사방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은 늘어진 기상시간과 편안함에 익숙함이 되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다시 3월에 찾아온 봄
이미 나의 몸은 겨우내 편안함에 익숙함이 되어버렸다. 작년 8개월 동안의 꾸준한 산행은 단 3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새로운 습관에 대한 허탈감은 다시 해보자라는 시작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3월 초의 생각은 어느덧 중순이 지나갔다. 이미 한번 실패한 경험은 해도 안된다는 걸 강하게 인식했다. 나의 산행은 이대로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대로 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