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사춘기

by 시원시원

3년 전 일이다. 나의 휴대폰에서 여성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문을 열 수 있나요?"

짧은 문장 사이로 그녀의 다급함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신데요?"

"어머니가 연락이 안돼서 집에 왔는데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아요"

어머니가 연락이 안 된다는 말에 불안한 감정이 일어났다.

"거기가 어디죠?"

"A아파트 B동 C호에요"

"10분이면 도착합니다"

서둘러 장비를 챙기고 그녀가 있는 어머니 집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내내 별일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가졌다. 왜냐하면 종종 문을 열어달라는 일이 들어오는데 그중에서 연락이 안 된다는 건도 몇 번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술 취해 잠에 푹 빠져 있거나 연락 없이 외출을 한 상태였다.


그녀가 기다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올라가는 숫자를 보니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평소라면 그럴 일이 없겠지만 그날따라 내 감정은 이상하리만큼 예민해져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멀리서 두 사람이 보였다. 한 사람은 나에게 전화한 그녀였을 테고 또 다른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멀지도 않던 그들과의 나의 거리가 묵직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의례적으로 물었다.

"집주인 분과는 어떤 사인 가요?"

그녀 옆에 있던 남편이 대답했다.

"어머님이신데 연락도 안 받으시고 안에 계신 것 같은데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나는 그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문을 개문할 때에 꼭 필요해서다. 내 직업은 열쇠업이다.

간단히 신분증을 확인하고 나서 개문을 시작했다. 내 뒤에서 서있던 그녀의 나지막한 울음소리가 나의 어깨를 누르는 것 같았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나고 문이 열리자 습한 공기가 밀려왔다.

그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여기에 있어, 내가 먼저 들어가 볼게"

그는 나와 그녀를 뒤로 하고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침울한 표정의 그가 나왔다.

그녀는 그를 보며 오열을 하며 물었다.

"엄마 안에 있어?"

그는 그녀를 안아주며 말했다.

"돌아가셨어"

그녀는 그를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연신 "어떡하냐고?" 하며 울었다.

엄마에게 미안해하며 자신의 탓이라며 우는 그들의 모습에 난 장비를 챙기고 우둑허니 서있었다.

그때 가야 했다. 그들의 슬픔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냥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줄 무언가를 기다렸다. 두둑이 서있는 내 모습을 그가 보았다. 그는 조용히 돈을 건넸다. 그랬다. 나는 그들의 슬픔보다 출장비를 기다렸다.


돈을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이미 받은 돈이라서 다시 되돌려주러 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슬픔에 빠져있었고 거기에 다시 내가 오는걸 원치 않을 거다. 차 안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병신 새끼'라며 욕을 해댔다. '너처럼 매정한 사람을 없으거야'라며 마음속 나는 화를 냈다. 그러면 나는 당당히 일한 대가라고 애써 정당화를 시켰다.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도 그 일은 잊히지 않았다. 그때 그냥 갈 수 없던 나에게 심한 모멸감에 창피했다. 특히 20년간 해오던 나의 일에 대한 회의감이 일어났다. 십수 년 동안 한 번도 고독사의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 세 번의 고독사를 더 경험했고 그때마다 그 일이 떠올라 심한 우울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나의 어른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누구나 어른의 사춘기를 겪는다. 그것으로 인해 생을 마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의 사춘기는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른의 사춘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것이 물질적이 아니라 정신적이라 생각한다. 섬세한 감정은 어른이 될수록 더 깊고 오묘하다. 어른의 사춘기는 그런 감정을 지녔다.


나는 열쇠업을 하면서 매장에 북카페를 만들고 독서를 하고 글을 쓴다. 덤으로 작년에는 독 서모 임장을 매장에서 진행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잠시 휴업상태이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여러 가지 성과도 이루웠다. 내가 만든 대화식 서평으로 출판사에서 의뢰가 들어오고 책 저자가 직접 연락도 해왔다. 작년 12월에는 운이 좋게 브런치 작가를 한 번에 되었다. 지금의 나는 어른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독서와 글을 쓰고 산책과 달리기를 하고 몸을 만드는 것까지 어른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성장해가고 있다. 그래서 늘 새로운 도전에 설레는 내가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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