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화난 기록

내가 답이 없는가

by Peppone



내가 답이 없는가.


나는 이 지역에

살아 있는 유물로서

계속해서 공격이 들어오는 이 자리에 서 있다.


전제로 말하겠다.

본가는 광주다.

여기서 태어났고,

여기서 살았으며,

지금도 이 도시에 남아 있다.


떠난 사람이 아니라

버틴 사람의 입장에서 묻는다.


정확히 말하자.

답이 없는 것은 이 도시다.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알고,

가장 오래 견뎌온 사람들은

이 지역민이다.


그런 지역민에게조차

“지역민이 문제다”,

“답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문제의 원인은 다시

사람에게 전가된다.


그건 진단이 아니라

이차 가해다.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나는 한 살이었다.

이건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그리고 이건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이름이 이미 말해주듯

민주와 항쟁의 문제다.


보통 폭동이라고 불리는 사건들에는

약탈과 도둑질,

혼란을 틈탄 범죄가 따라온다.

그것이 ‘폭동’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조건이다.


그러나

그때의 광주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무정부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사람들은 서로를 공격하지 않았다.

상처를 치료했고,

주먹밥을 나누었으며,

쓰러진 사람을 옮겼다.


질서가 사라진 시간이 아니라

권력이 사라진 시간이었고,

그 공백을

폭력이 아니라 연대로 채운 것이

광주 시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 시민들은

낮은 의식의 군중이 아니었다.

극도로 높은 시민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죽인 것은

혼란도, 우발도 아니었다.


국가였다.

당시의 정부였다.


자국민을 향해 총을 들고,

질서를 회복한다는 이름으로

시민을 적으로 규정한 권력이었다.


그래서

명칭은 정확해야 한다.


광주 사태가 아니다.

폭동도 아니다.


광주 민주화 항쟁 운동이다.

5·18은.



물론

그런 경험을 겪은 시민들은

두려움을 배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는 오래된 말이 있다.


호남이 서야 나라가 산다.


이 말은

중앙의 정치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암묵적인 공식일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 말을 도구로만 사용해 왔다.


그렇다면 묻게 된다.

광주의 정신은

그 오용을 가려낼 기준을

정말로 잃어버렸을까.


내가

광주 시민이라고 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소도, 소유도 아니다.

여기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획득되는 정체성도 아니다.


그 말은

이 역사와 삶을

통과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서로를 공격하지 않았던 시간을

기억하는가.

권력이 사라진 자리에서

폭력이 아니라 연대를 선택했던 기준을

알고 있는가.



광주 민주화 항쟁 운동.

그런데

동구청은 그 시간을

충장축제라는 이름으로 소비한다.


그래서 나는 묻게 되었다.

5·18이

어떻게 축제가 될 수 있는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시민이

없었을까.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조용했을 뿐이다.


진짜 참 시민,

참된 인간들은

대체로 조용하다.


당시에도

가장 요란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예를 지키며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리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살아 있는 나는 기억한다.


기억은

소비가 아니라

책임이라는 것을.


이 기록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쓰이지 않는다.


다만

“답이 없다”는 말이

너무 쉽게 사람에게 향할 때,

그 방향을

도시로 되돌려 놓기 위해

조용히 남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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