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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보통 Oct 05. 2022

명란 감태 주먹밥, 명랑하게 맞는 아침

얼마 전, 가을을 맞아 강원도 속초와 고성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바다는 여름 바다가 최고라지만, 저는 몰리는 인파를 피해 가을이나 겨울철 비수기에 방문하는걸 더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초록빛 푸르른 절경과 맑은 바다, sns 감성 충만한 예쁜 카페들, 골라 먹는 재미 가득한 맛집들까지. 그곳을 찾게끔 하는 다양한 매력들 가운데서도 속초의 유명 관광지인 관광 수산 시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속초에 가면 꼭 방문하는 곳이고요.

속초 관광 수산시장의 모습.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붐비는 인파를 피해 여유롭게 장을 볼 수 있습니다.

앳된 커플들이 저마다 옥수수빵이며 활어회며 닭강정 같은 유명 먹거리를 사서 오가는 동안, 저는 남편과 함께 양손 가득 냉장고를 채워 넣을 식재료 쇼핑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건어물 가게를 돌며 감태, 미역귀, 육수용 재료를 구입하고 단골(이라기엔 일 년에 한두 차례 방문하는 곳이지만요.) 젓갈 가게에 들러 명란젓과 명태 회무침을 구입해왔다지요.

시장에서는 젓갈집마다 싱싱한 명란을 한가득 쌓아 놓고 파시는데, 밝은 표정의 사장님은 말 한마디만 예쁘게 건네도 정해진 그램수를 훌쩍 넘기고 뚜껑이 덮이지 않을 만큼 푸짐하게 명란을 담아주세요.

사장님의 넘치는 인심. 한동안 냉동실이 든든할 것 같습니다.

명란은 흔히들 알고 있는 색소와 고춧가루 양념을 입힌 붉은 명란젓이나, 껍질이 터져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파치 젓갈, 그리고 별도의 양념 없이 소금물에만 절여 만든 백 명란이 있습니다. 저는 이왕이면 명란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 좋은 '백명란'으로 구입해와요. 양념 명란과 달리 백 명란은 옅은 분홍빛 혹은 살구빛을 띠고 있습니다. 양념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구이, 찜, 무침 등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다지요.

명란은 사온 즉시 하루 이틀 치 당장 먹을 분량만 냉장고에 넣고, 남은 양은 소분해서 랩으로 감싸 냉동실에 보관합니다. 이렇게 보관해 둔 명란은 사용 전 냉장실로 옮겨 해동 후 사용하고요.


이번에 명란을 가득 구입해온 김에 '명란 감태 주먹밥'을 만들어 아침을 차렸어요. 마요네즈를 섞어 만든 명란 마요 감태 주먹밥으로 즐겨도 좋지만, 저는 조금 더 깔끔한 맛의 명란 주먹밥을 좋아한다지요. 명란알을 감싸고 있는 얇고 투명한 막이 있는데, 실한 상품은 막을 가르는 순간부터 그 싱싱함이 느껴집니다. 또, 잘린 후에도 알알이 흩어지지 않고 단단하게 뭉쳐있어요.

길이로 길게 한쪽 면을 가른 명란은 칼등이나 젓가락으로 살살 긁어 알만 모아줍니다. 여기에 다진 마늘, 참기름, 깨를 넣어 버무려요. 다진 파를 더해서 그대로 흰쌀밥 위에 얹어 먹기만 해도 훌륭한 밥도둑이지만, 고소하게 양념한 밥에 잘게 찢은 구운 감태 옷을 입히면 향긋한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더 얇고, 초록빛을 띠는 감태. 감태는 유명 일식집이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고급 식재료로, 요오드와 칼륨이 풍부하고 항산화 효과도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어요. 감태의 부드럽고 쌉싸래한 맛과 특유의 향은 명란 주먹밥을 조금 더 고급스러운 맛으로 승화시켜 주는 '히든카드'이지요.

얼큰한 김치 어묵탕과 신선한 샐러드를 곁들여 먹은 명란 감태 주먹밥 아침 상차림.


이날은, 명란 감태 주먹밥에 얼큰한 김치 어묵탕과 상큼한 유자 드레싱 뿌린 그린 샐러드를 곁들여 아침상을 차려먹었어요. 잘 익은 묵은지에 어묵을 더해 시원하게 끓여낸 김치 어묵탕이 자칫 비리거나 느끼해질 수 있는 주먹밥과 함께 먹기에 아주 훌륭한 조합이었어요.

고명으로 얹는 명란에는 마요네즈를 조금 넣어 버무리면,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예쁘게 얹어 낼 수 있습니다. 감태 특유의 향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조미되지 않은 구운 김을 더하거나, 삼각 김밥 형태로 모양을 잡아 기름 두른 팬에 굴려가며 노릇하게 구워 드시는 방법도 있다지요. 그렇게 하면 비록 감태 주먹밥은 아닐지언정, 감칠맛 끝판왕인 명란의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으실 거예요. 

이렇게 또 짧은 여행은 아쉬움을 남긴 채 끝이 났지만, 여행지에서 구입해온 재료들로 아침을 만들어 먹으니 아쉬움이 조금 달래 지는 것 같았습니다. 

동그랗게 모양 잡아 감태 옷을 입힌 명란 감태 주먹밥.
명란 감태 주먹밥

명란, 밥, 참기름, 다진 마늘, 깨, 구운 감태, 소금 약간, 마요네즈 (고명용)
1. 명란은 길이로 반을 갈라 칼이나 젓가락으로 살살 긁어 알만 모아둔다.
2.(1)의 재료에 참기름, 다진 마늘, 깨를 넣어 버무린다.
3. 밥을 덜어 볼에 담고 약간의 소금과 깨, 참기름을 넣어 양념한다. (명란에 간이 되어 있으므로 소금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4. 양념한 밥을 한 주먹 크기로 잡아 넓게 펼치고 그위로 (2)에서 만든 명란 무침을 넣은 다음 동그랗게 뭉쳐 주먹밥을 만든다.
5. 구운 감태를 잘게 찢고, 만들어 둔 주먹밥에 감태 가루를 묻힌다.
6. 명란에 마요네즈를 소량 섞은 다음 동그랗게 모양 잡아 주먹밥 위에 얹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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