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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보통 Oct 11. 2022

나도 먹고 갈래, 대패 삼겹 김치볶음밥

어쩌다 보니 최근에는 남편과 저, 둘이서만 아침밥을 먹는 날이 많았습니다.

함께 사는 남동생이 최근 회사 이직 후, 인수인계니 야근이니 하며 바빠진 탓에 가까운 친구네서 외박을 하는 날도 잦았고, 챙겨준 과일만 대충 먹고 출근을 하는 날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 부분이 가끔 머리를 콩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부분인데, "우리 내일 아침에 뭐 먹어?"하고 묻고는, 본인이 원하는 메뉴가 아닐 때는 "난 안 먹고 갈래."라고 말할 때입니다. 공짜밥 얻어먹는 입장이면서 가리는 것도 참 많네 싶다가도, 착한 동생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지요.

사실 동생도 24시간 부식이 가득 쌓여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남편의 직장은 삼시 세 끼에 간식까지 잘 챙겨 나오는 곳이다 보니 두 사람 모두 굳이 아침 식사를 집에서 먹을 필요는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아침을 먹지 않고 가면 식비도 줄어들고, 제 기상 시간도 늦춰지겠지요.

그런데도 굳이, 굳이 저는 아침을 차립니다. 제가 아침에도 입맛이 좋은 편인 데다, 바쁜 하루 중에 한 끼라도 다 같이 먹고자 하는 마음에서 말이지요. 밖에서 먹는 음식이 아무리 건강하게 만들어졌다 한들, 집밥의 좋은 재료와 정성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아침을 먹여 보내고 싶은 날에는 동생도 거부할 수 없는 메뉴를 들이밉니다.

소고기 뭇국, 미역국, 유부초밥을 포함녀석의 몇 가지 최. 애 음식들이 있는데, '김치볶음밥'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녀석만 그럴까요? 모르긴 몰라도 한국인 열에 여덟, 아홉은 김치볶음밥 싫어하는 사람 찾기 힘들 거라고 추측해봅니다. 쉬운 조리법에 비해 맛은 훌륭하니, 요리 초보자들에게도 사랑받는 메뉴이고요.

대패 삼겹살을 넣은 김치 볶음밥 만들기.

참치, 통조림 햄, 베이컨, 불고기... 뭘 넣어도 맛있지만, 이번에는 대패 삼겹살을 넣어 고소한 고기 향을 섞어 만들었어요. 삼겹살 굽는 날 마무리로 볶아 먹는 그 맛, 정말 맛있습니다.

대신 두툼한 삼겹살은 굽는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사방팔방 기름 튀어 가며 주방을 더럽히기 십상입니다. 아침부터 자욱하게 들어앉는 고기 연기 역시 조금 난감하고요. 그럴 때 저는 조리시간도 짧고, 식감도 훨씬 부드러운 대패 삼겹살을 사용해요.

조리법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만들기도 참 간단합니다. 대패 삼겹살을 구워 잠시 덜어 낸 다음, 팬의 기름을 닦아내고 올리브유를 살짝 둘러 다진 파와 마늘을 넣고 볶습니다. 이때, 기름에서 향이 솔솔 올라오면 볶아 뒀던 대패 삼겹살과 잘라둔 김치를 넣고 김치가 익을 때까지 더 볶아줘요. 재료가 숨이 죽고 완전히 익으면 밥을 퍼서 섞어주고 굴소스,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춥니다. 다 볶아진 볶음밥은 불을 끈 다음 참기름을 아주 약간만 두르고 그릇에 담아내면 완성이에요. 고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참기름을 과하게 사용하면 자칫 느끼할 수 있거든요.

첫 끼니인만큼 너무 맵고 자극적인 맛보다는 조금 심심해도 덜 빨갛게. 그래서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넣지 않고 굴소스를 넣어 간을 맞춥니다. 감칠맛은 고기만으로도 충분하니 조금만 사용하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춰줘요.

돼지고기를 넣어 만드는 김치볶음밥은 가공된 햄을 사용해 만드는 것보다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조금 더 낫다고 볼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음식 간의 궁합도 좋습니다. 김치는 유산균, 엽산, 미네랄과 식이섬유뿐만 아니라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A, B, C 등 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비타민 C와 B군이 다량 함유되어있는데, 이들은 소화기능을 증진시키고,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김치는 돼지고기와 서로 궁합이 잘 맞다. 김치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효소가 돼지고기의 주성분인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김치는 돼지고기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 2020.03.27일 자 매경 헬스 발췌


우리 조상님들이 괜히 김장 김치에 수육을 곁들이고, 삼겹살에 김치를 구워 드신 게 아닌 게지요.

완성된 볶음밥을 안이 둥근 그릇에 꾹꾹 눌러 담은 다음 접시에 엎어 내면 중국집 볶음밥 마냥 예쁘게 모양이 잡힙니다. 고명으로는 깨와 김가루를 솔솔 뿌려 먹어도 맛있지만, 대패 삼겹 김치볶음밥에는 깻잎채를 더했어요. 향긋한 깻잎 향이 입안 가득 퍼져 고기 넣은 볶음밥과 무척이나 잘 어울립니다.

대패 삼겹 김치볶음밥 앞에서 과연 녀석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집니다.

"내일 아침 뭐 먹을 거야?" 

"대패 삼겹살 넣고 김치볶음밥 만들건대?"

"나도 먹고 갈래."

그럼 그렇지, 이 맛은 포기하기 쉽지 않나봅니다.

깻잎 고명을 가득 올려 차려낸 대패 삼겹 김치볶음밥


대패 삼겹 김치볶음밥

밥, 대패삼겹살, 김치, 다진 파, 다진 마늘, 굴소스, 소금, 후추, 오일, 참기름, 깨 , 깻잎(선택 재료)
1. 김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2. 팬에 대패 삼겹살을 익혀내고 잠시 덜어둔다.
3. 고기 기름을 닦아낸 팬에 오일을 두르고 다진 파, 마늘을 넣어 볶다가 (1)(2)의 재료를 넣어 함께 볶아 익힌다.
4. 김치가 숨이 죽고 잘 익으면, 밥을 넣어 함께 볶다가 굴소스,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추고 불을 끈 상태에서 참기름을 살짝 두른다.
5. 고명용 깻잎을 돌돌 말아 얇게 채 썰어 올린다. (이 과정은 생략 가능)
6. 그릇에 담고 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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