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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보통 Oct 12. 2022

뜨끈한 긴장 완화제, 들깨 떡국

계절이 가을을 잊은 듯, 새벽 공기가 벌써 겨울처럼 쌀쌀하기 그지없습니다.

창문 활짝 열어두고 맑은 공기 마셔가며 새벽 요가를 하던 즐거움도 다음 봄까지는 잠시 접어둬야 할 것 같아요. 하필이면 이 날은, 이번 가을 들어서도 가장 추운 아침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연휴를 맞아 남편과 데이트에 나서거나 느지막이 식사 준비를 했을 테지만, 여느 주말과는 달리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했기에, 그 어느 평일보다도 몸과 마음이 분주했어요. 멀리 전라도 광주에서 집안 행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지요. 기차 시간이 8시 50분이니, 치장하는 시간을 생각해 간단하게 떡에다 차나 한잔 우려 마시고 갈까 하다 어려운 자리인 만큼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이라도 든든하게 챙겨 먹고 나가자 싶어졌지요. '추위와 긴장도 조금 녹일 수 있으면서 빠르게 준비되는 아침 메뉴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제가 좋아하는 '들깨 떡국'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들깨 떡국은 혼자 먹는 점심 식사로도 종종 차려 먹는 음식이에요. 그만큼 쉽고 빠르게, 패스트 푸드 처럼 차려 낼 수 있습니다. 

떡국용 떡은 냉동실에 상비군처럼 채워 두는 식재료입니다. 현미 떡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번거로워도 식재료를 미리 소분해두고, 정리해두는 편이 급할 때는 참 요긴합니다. 꺼내서 재빨리 썰어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지요. 멸치 다시마 육수가 끓을 동안 냉동실에서 떡국용 현미 떡을 가져와 물에 담가 두고, 표고버섯, 양파, 당근을 채 썰어 준비했어요. 빵만큼이나 떡을 좋아하는 저는 냉동실에 떡이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떡국용 떡은 비상시를 대비해 자주 채워두는 식재료 중 하나입니다. 가래떡이나 떡국용 떡은 현미로 만든 제품을 자주 구입하고 있어요. 현미는 밀이나 백미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혈당지수가 낮아서 그만큼 체내에 흡수되는 당의 양이 적다고 하지요. (그래서 저는 다이어트 기간에도 떡이 먹고 싶으면 현미 떡으로 타협을 보고는 합니다.) 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육수가 다 끓으면 건더기는 건져내고 다진 마늘과 야채를 넣어 익히다가 불려둔 떡을 넣습니다. 밑간은 국간장을 사용해도 좋지만, 들깨 떡국은 깔끔하게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맞췄어요. 여기에 들깨 떡국의 핵심 재료,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구수하고 걸쭉한 국물을 만들어 줍니다. 마무리로 어슷선 대파를 올려 주면 들깨 떡국이 완성됩니다. 참 간단하죠?

들깨떡국의 포인트는 아낌없이 넣어주는 들깨가루라지요.

들깨에는 오메가-3와 철분뿐만 아니라 아연과 비타민E 등 다양한 영양소가 존재하는데, 특히나 들깨에 풍부한 리놀렌산이라는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주고, 뇌 세포를 활성화시켜줘 뇌와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해요. 역시, 들깨가 건강 식재료로 손꼽히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지요.

분주한 와중에 떡국떡을 안 좋아하는 동생의 만두 추가 요청을 받아 얼른 만두도 몇 알 집어넣습니다. 어려울 거 있나요? 같이 넣어 끓이기만 하면 되니 군소리 없이 해줬습니다. 동생 녀석은 만두와 야채만 건져주고, 저와 남편은 만두 없이 부드러운 떡의 식감만을 즐기기로 합니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들깨를 진하게 우린 육수에 가득 담아,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아침 한 끼가 완성됐습니다. 사계절 언제 먹어도 맛이 좋지만, 찬바람 불어오는 시기에 아침 식사로 아주 좋은 음식이지요. 떡의 쫀득함과 수프처럼 부드러우면서 걸쭉한 국물이 어우러진 들깨 떡국. 빠르게 차려낸 한 그릇의 요리가 분주해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것 같았습니다.

들깨 떡국. 뽀얗고 걸쭉한 국물에 구수한 들깨 향을 가득 담았습니다.


들깨 떡국

떡국용 떡, 멸치 다시마 육수, 표고버섯, 양파, 당근, 대파, 다진 마늘, 들깻가루, 소금, 후추
1. 떡을 물에 담가 불리고 양파, 표고버섯, 당근을 채 썰고, 대파는 어슷썰기 해 준비한다.
2. 멸치 다시마 육수에 다진 마늘을 넣고, 대파를 제외한 나머지 야채를 넣어 끓인다.
3. 야채를 넣고 1분 뒤, 불려둔 떡국 떡을 넣는다.
4.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추고 들깨가루를 듬뿍 넣는다.
5. 떡이 다 익으면, 어슷 썬 파를 넣고 불을 끈 다음 그릇에 담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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