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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보통 Oct 06. 2022

아침에는 부드럽게, 소고기 토마토 카레

잠시나마 엄마들의 부엌에 쉼표를 가져다주는 음식들이 있지요?

곰국, 미역국, 김치찌개, 감자탕 그리고 빼놓으면 섭섭한 음식 카레입니다.

이 음식들은 엄마가 긴 시간 외출을 하시거나, 먼 길을 다녀오시는 날이면 어김없이 커다란 냄비 안을 차지하고 있었다지요. 두 끼, 세끼 연달아 먹어도 질리지 않고, 김치 하나만 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입니다. 끼니 마다 식혔다 다시 데워지기를 반복하며 처음 먹을 때 보다 맛이 우러나와 다음 끼니때 더 진해지는 공통점도 있네요.

카레(혹은 커리)는 기나긴 시간 동안 전 세계 여러 나라에 걸쳐 사랑받아온 만큼 긴 역사와 다양한 조리법존재하는 음식이에요. 그 역사가 길고도 길어 읽다가 지쳐버릴 정도였으니까요.

카레의 역사는 몰라도, 김치는 우리나라가 원조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그러니까...초록창의 [세계 음식명 백과]에 따르면, 무려 1000년경 지중해를 거쳐 그리스와 로마 상인들에 의해 인도 남부로 건너간 커민과 고수 같은 향신료가 인도에서 마살라(인도 요리에 들어가는 혼합 향신료)로 만들어졌고, 인도식 커리가 네덜란드와 영국을 거치며 스튜 형태의 커리로 변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다시 프랑스로 전해지며 밀가루 베이스의 '루'를 넣어 좀 더 걸쭉한 형태가 된 커리는, 영국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가 알고 있는 '카레'라는 발음으로 불리었다고 해요. 이렇게 일본으로 전해진 카레의 형태는 서양식 커리 스튜에 비해 고기의 양이 줄어들고 야채의 비중이 높아졌는데, 20세기 초반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온 후 강황의 양을 늘려 좀 더 노란빛을 띠게 되었고, 거기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국물의 양이 늘어난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식 카레'가 되었다고 해요. 

지금 같으면야 비행기 타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가로질러 향신료 하나 수입하는 게 일이겠냐만은, 길고 긴 시간 동안 나라에 나라를 거치고 또 각자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를 거듭해온 카레결국 지금 우리 입에 딱 맞는 '카레'가 된 것이지요. 다양한 카레 종류 중에서도 이번 편에 소개할 레시피는 다진 소고기를 사용해 만드는 '소고기 토마토 카레'예요. 잘게 다진 야채 고형 카레를 넣어 뭉근히 익혀내 수프처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지요. 여기에 토마토가 더해져 훨씬 깊은 풍미의 카레가 만들어집니다. 진한 카레향에 토마토의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푹 끓여내 형태 또한 찾아보기 힘들지만, 토마토가 들어가면서 맛이나 영양면에 있어 훨씬 훌륭한 카레가 완성됩니다.

소고기 대신 다진 돼지고기와 버섯을 넣고 만든 카레. 갓김치와의 조합도 기가 막힙니다

인도에서 건너온 카레가 어찌나 한국 김치와 찰떡궁합인지, 신기할 따름이에요.

배추김치뿐만 아니라 파김치, 갓김치, 열무김치에 깍두기까지. 정말이지 뭐하나 어울리지 않는 김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저도 사진을 찍지 않는 밥상에서는 다른 반찬 없이 카레 한 그릇에 김치 한 접시만 두고 먹을 때도 많습니다. 따끈한 밥에 카레 한 국자 퍼 담고, 슥슥 비벼서 김치 한 조각 척하니 올려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가 되기에 충분하니까요.

부드러운 카레로 여는 아침, 글로 묘사하는 와중에도 배가 고파 오는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은 카레 한그릇 어떠신가요?

 

부드러운 소고기 카레에는 따뜻한 호지차와 낫또오이, 배추김치에 청경채무침을 곁들여 먹었어요.


소고기 토마토 카레

다진 소고기, 토마토, 양파, 당근, 고형 카레, 올리브 오일, 물
1. 토마토, 양파, 당근은 깨끗이 세척 후 잘게 다진다.
2.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약간 두르고 다진 소고기와 (1)의 재료를 넣어 볶는다.
3. 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중 약불로 줄이고 토마토가 으깨질 때까지 푹 익힌다.
4. 고형 카레를 넣어 뭉치지 않게 잘 풀어준다. (볼에 육수를 한 그릇 덜어내 카레를 풀어서 넣어주면 뭉치지 않고 잘 섞인다.)
5. 중간중간 바닥이 눌지 않게 저어가며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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