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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보통 Oct 04. 2022

고소하고 달콤한 아침, 그래놀라 한 그릇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는 일, 귀찮음을 무릅쓰고 운동을 마친 후에 느끼는 개운함과 뿌듯함, 잠을 깨우고 마시는 따끈한 차 한잔. 우리가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요?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가 집안 가득 퍼지는 아침은 어떨까요? 우리는 입과 코와 눈이 모두 즐거워지는 아침을 맞을 수 있겠지요. 제게는 그래놀라를 굽는 아침이 그렇습니다.

무화과 치아바타에 드립 커피, 달걀 프라이를 곁들이고 제철 맞은 무화과, 바나나, 그래놀라를 가득 올려 만든 요거트 볼로 차린 아침.

오븐이 돌아가는 동안 거실을 타고 온 집안 가득 은은한 시나몬 향과 고소한 견과류의 향이 퍼져 나갑니다.

그러면 주방에 서서 식사를 준비하는 내내 행복한 기분이 온몸으로 번지는 듯 하지요.

상큼한 요거트 위에 그래놀라를 뿌리고, 신선한 제철 과일과 바나나를 곁들이면 포만감 넘치는 한 그릇 요리가 뚝딱 차려집니다. 단순히 꾸덕한 그릭 요거트 위에 그래놀라만 얹어 먹어도 훌륭하고요.

그래놀라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모든 재료를 한데 섞어 구워내기만 하면 되니까요.

믹싱볼에 원하는 재료를 담고 오븐에 구워내면 노릇하고 고소한 그래놀라가 완성됩니다.

주로 통밀과 오트밀, 보리, 옥수수 등의 곡물로 구성되어 환자들을 위한 건강식으로 보급됐던 그래놀라는 1960년에 들어 미국 내 건강식 열풍을 타고 견과류와 당류, 식물성 오일을 섞어 구워내는 지금의 그래놀라 형태로 발전했다고 해요. 아침을 조금 더 간편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그래놀라는 지금은 그 인기를 타고 말린 과일, 초코칩과 같은 기호 식품과 섞여 다양한 맛으로 시판되고 있어요. 하지만 좋은 재료로만 구성된 그래놀라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병에 담겨 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집에서 직접 구워 먹는 그래놀라는 내가 좋아하는 재료로, 푸짐하게 구워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이렇게 구워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길게는 3개월까지도 (물론 금세 동이 나지만요.) 보관할 수 있어 급하게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하는 날이나 입맛 없는 날 식탁 위에 구원투수로 등판하고는 해요.

여행지에서도 주방이 있는 숙소라면, 그래놀라를 구워 가서 아침을 챙겨 먹기도 해요.

그래놀라를 몇 번 굽다 보면 '별 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보편적으로 오트밀:견과류:식물성 오일:당류를 3:3:0.5:0.5의 비율로 맞춰 굽는데, 한마디로 견과류와 오트밀의 비율이 6이라면 액체류를 1의 비율로 굽는 레시피입니다. 그러나 집에서 먹는 만큼 점점 오일의 비율을 줄여 나가다 보니, 이제는 3:3:0.3:0.5 정도의 비율로 굽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구워도 충분히 바삭하고 맛있습니다. 이때, 오일은 올리브 오일보다는 해바라기유나 현미유 같이 향이 진하지 않은 오일을 사용하시기를 추천해요.

저는 오트밀, 슬라이스 아몬드, 해바라기씨를 기본으로 넣고 그때그때 구비된 재료에 따라 마카다미아, 캐슈너트, 피칸과 같은 견과류를 넣고 있어요. 코코넛 롱이나 피넛버터도 때에 따라 추가하고요. 여기에 메이플 시럽과 꿀, 약간의 소금을 섞어 단맛과 짠맛을 더해주고, 시나몬 파우더를 한두 티스푼쯤 넣어 풍미를 올려 줍니다. 물론 시나몬 파우더와 건과일은 취향껏 넣거나 빼면 되는 재료이니 기호에 맞게 선택하시면 된다지요. 저희 집은 주로 크랜베리나 남편이 좋아하는 건블루베리를 넣어 만들고 있어요. 참고로 건과일은 타기 쉬우니 오븐에서 꺼내기 5분 전에 추가해 구워주면 됩니다. 구울 때는 180도에서 2~30분간 구워주는데, 각 가정의 오븐 사양에 따라 굽는 시간이 상이하기 때문에, 중간에 뒤섞어 주면서 그래놀라의 상태를 체크하며 구워주세요. 구워낸 그래놀라는 넓게 펼쳐 완전히 열기를 식힌 후에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해 두셨다가 드시면 돼요. 집에서 먹기에도 참 좋지만, 예쁜 병에 담아 고마운 분들께 선물용으로 한 병씩 드리기에도 정말 좋습니다. 정성 가득한 홈메이드 그래놀라가 맛까지 훌륭하니 말이지요. 

또 다른 먹 팁,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위에 그래놀라를 두 스푼 정도 솔솔 뿌려 보세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바삭한 그래놀라의 식감과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만나 오후의 피로를 싹 날려 주는 달콤함을 선물해 줄 거예요.


그래놀라

오트밀, 슬라이스 아몬드, 해바라기씨, 그 밖의 견과류, 식물성 오일, 메이플 시럽, 꿀, 소금,
(선택 재료) 시나몬 파우더
1. 오트밀, 견과류, 식물성 오일, 당류를 0.5:0.5:0.3:0.5의 비율로 섞고, 약간의 소금을 추가한다.
시나몬 파우더는 기호에 따라 생략 가능.
2. 건과일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고루 섞어준다.
3. 오븐 팬에 유산지를 깔고 (2)의 재료를 넓게 펴 담는다.
4.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2~30분간 구워 내는데, 10분마다 한 번씩 뒤집어준다.
5. 건과일은 오븐 종료 5분 전 올려 구워낸다.
6. 넓게 펴서 완전히 식힌 후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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