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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보통 Oct 10. 2022

누룽지 닭죽과 닭고기 영양솥밥

닭백숙 하나로 차려내는 두 끼 식사

집에 손님이 다녀가는 날에는 하루의 시작이 조금 더 분주해집니다. 하룻밤 묵고 떠나는 이들이지만, 한 끼라도 더 따뜻한 집밥을 대접해 보내고 싶은 마음에 피곤해도 눈이 번쩍 떠지기 때문이지요. 손님맞이는 피곤함을 동반하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그때마다 '손님이 오지 않는 집에는 천사도 들지 않는다.'는 아랍 속담을 떠올립니다. 언젠가 tv에서 했던 낯선 나라의 속담이 인상 깊게 다가와 뇌리에 깊게 박혔나 봅니다. 맞이하는 이가 기쁜 마음으로 반겨야 방문하는 이도 즐겁고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는 저녁 메뉴가 정해져 있어 메뉴 고민 절반 덜었니다. 형부께서 전에 만들어 드렸던 처제표 타코를 재요청하셨거든요. 타코 한상 차림에 토마토 홍합 스튜까지 배 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주방에 섰습니다. 음날 아침으로 먹을 누룽지 닭죽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지요. 커다란 곰솥을 꺼내 준비하고, 냉장고에서 백숙용 6호 닭 두 마리를 가져와 손질에 들어갔습니다. 닭을 미리 삶아 두면 아침 준비가 한결 수월해지니, 전날의 저를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 봅니다. 다섯 명 분량의 누룽지 닭죽 세 식구 영양 해 먹을 양까지 생각해 육수를 넉넉히 우려낼 참입니다.

미리 삶아두고 자면 다음 날 아침 준비가 한결 수월하지요. 기름을 제거하기도 편합니다.

뽀얗게 벌거벗은 생닭을 깨끗이 씻어 닭 날개 첫마디와 꽁지를 잘라냅니다. 이 부분은 먹을 수도 없을뿐더러 닭 누린내를 유발하는 부위기 때문에 아까워하지 말고 잘라주는 게 좋아요. 닭의 꽁지를 떼고 나면 엉덩이 부분으로(엉덩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 싶습니다만?) 어쨌든 그 안으로 지방이 두툼하게 껴있기 때문에 역시 가위로 잘 걷어냅니다. 속 까지 깨끗하게 씻어낸 닭은 껍질을 벗기고 눈에 띄는 지방제거합니다. 이렇게 하면 조금 더 깔끔하고 담백한 닭 육수를 맛볼 수 있어요. 손질한 닭이 푹 잠길 만큼 물을 받아 넣고, 백숙용 약재와 대파, 통후추를 넣어 센 불에 올립니다. 이제, 센 불에서 끓어오르기를 기다렸다가 십 분쯤 팔팔 끓인 다음 뚜껑을 덮고 중불에서 20분. 그리고는 불을 약간 더 줄여 30분간 속까지 푹 익혀 니다.

삶는 시간 1시간. 닭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건져 내 다음 날 아침을 위한 준비가 끝이 납니다.

아침에 일어나 냄비 안에 둥둥 뜬 기름띠를 걷어내고, 닭은 살만 발라 잘게 찢어 준비했어요. 이때, 영양 솥밥에 들어갈 육수와 고기를 따로 빼서 냉장 보관해둡니다. (육수는 쌀의 양과 동일하되, 조금 더 넉넉히 준비해두세요.)

깨끗한 새 냄비에 육수를 붓고 냄비가 끓어오를 동안 양파, 애호박, 당근을 잘게 다져 준비했어요. 버섯이 있다면 같이 넣어도 좋습니다. 닭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다진 야채와 누룽지를 넣어요. 찹쌀 대신 누룽지를 넣어 끓이면, 쌀을 불려 준비하는 시간도 덜고, 누룽지의 구수한 맛도 더해집니다.

중간중간 국자로 저어가며 누룽지를 풀어주고, 야채가 익을 때쯤 잘게 찢어 준비한 살코기를 넣어 같이 끓입니다.

이제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추고 누룽지가 충분히 풀어진 후에 그릇에 담아 맛있게 먹습니다.

솥 안에 한가득, 맛있게 익어가는 누룽지 닭죽
누룽지 닭죽,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할 맛입니다.

닭백숙 하나로 만드는 두 번째 요리는 닭고기 영양솥밥이에요. 명절을 쇠고 남은 밤과 대추가 있다면, 처리용으로도 제격입니다. 도 냉동실에 있던 밤, 대추, 은행을 꺼내 준비했어요.

귀여운 꼬꼬 타이머와 함께 쌀을 불려 봅니다.

쌀이 불려질 동안 국을 끓이고, 부추를 넣어 양념장을 만들었어요.  불린 쌀은 체에 걸러 물기를 털어낸 뒤 닭고기와 섞고 육수를 붓습니다. (육수의 양은 불리기 전 쌀의 양과 동일하되, 고명을 많이 넣는다면 2~30ml 더 추가합니다.)

팔팔 끓어오르면 중불로 낮추고 바닥을 한번 저어 줘요. 누룽지를 원한다면 이 과정은 생략하고  준비해 둔 나머지 재료 올린 다음 뚜껑을 덮습니다. 이제 중불에서 10분, 약불에서 5분.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이면 영양 솥밥도 완성입니다. (전기밥솥을 사용해 만드실 때는 모든 재료를 한 번에 넣고, 영양밥 모드로 취사하면 됩니다.)

닭고기와 쌀을 섞고, 육수를 부어 끓입니다.
영양 솥밥에 부추 양념장이라면, 환절기 건강식으로 제격입니다.

우리가 더운 여름 복날복달임 음식을 챙겨 먹듯,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가을 겨울철에도 닭고기를 활용한 건강 밥상을 차려 먹어주좋다지요. 한의학적으로 성질이 따뜻한 음식인 닭요리몸의 열기를 북돋아 주고, 풍부한 단백질이 면역력을 증진시켜 주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닭요리가 이열치열 복날 음식 인기 메뉴 부동의 1위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닭백숙 한 번으로 두 끼의 영양 밥상을 챙겨 먹을 수 있으니, 가성비로도 훌륭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만의 먹 팁, 출근이 없는 아침 또는 저녁 식사로 영양 솥밥을 준비하실 때는 참기름에 구운 편 마늘을 뿌려 섞어 드셔 보세요. 고소함과 영양가 모두 업그레이드된 솥밥을 즐기실 수 있으실 거예요.

부추 양념간장, 황태 김칫국, 밑반찬과 함께 차린 닭고기 영양 솥밥
누룽지 닭죽

백숙용 닭, 삼계용 한약재, 대파, 통후추, 애호박, 당근, 양파 (버섯은 선택 재료), 누룽지, 소금, 후추
1. 닭을 손질해 깨끗이 씻어 냄비에 담고 닭이 잠길 만큼 충분히 물을 넣은 다음 한약재, 대파, 통후추를 넣는다.
2. 끓기 시작하면 센 불에 10분, 뚜껑을 닫고 중불에 20분, 중 약불에서 30분간 속까지 부드럽게 익힌다.
3.1시간 후 닭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건져내고 닭은 살코기만 발라 잘게 찢는다.
4. 애호박, 당근, 양파를 잘게 다져 준비한다.
5. 냄비에 닭 육수를 넣고 (4)의 재료와 누룽지를 넣어 끓이다가 야채가 익으면 잘게 찢은 닭고기를 넣어 한소끔 더 끓인다.
6. 누룽지가 잘 풀어지게 한 번씩 저어가며 익히고,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 뒤 그릇에 담아낸다.
닭고기 영양 솥밥

닭 육수, 잘게 찢은 닭고기, 쌀, 밤, 대추, 은행
1. 쌀을 깨끗이 씻어 30분간 물에 불린 다음 체에 걸러 물기를 털어낸다.
2. 닭고기와 쌀을 냄비에 넣어 섞어 주고 닭 육수를 넣어 센 불에 끓인다. (육수 양은 불리기 전 쌀의 양과 동일하되, 부재료가 많다면 20ml 정도 더 넣는다.)
3. 재료가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이고, 눌지 않게 바닥을 한번 뒤섞어 준 다음 나머지 재료를 모두 얹고 뚜껑을 닫는다.
4. 중불 10분, 약불 5분,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인다.

부추 양념간장

부추, 간장, 미림, 참기름, 고춧가루, 다진 마늘, 깨
1. 부추는 깨끗이 씻고 잘게 쫑쫑 썰어 준비한다.
2.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잘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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