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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보통 Oct 13. 2022

과카몰리 베이글 샌드위치와 부라타 치즈 샐러드

주말에도 저의 기상 시간은 평일과 같은 새벽 5시 30분. 일어나는 시간은 같지만,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은 9시를 넘기는 날도 있어요. 그런 날은 일찍 집을 나서서 동네 공원에 다녀온다거나, 긴 시퀀스의 요가를 마치고 아주 천천히 식사 준비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남편과 동생이 슬슬 침대에서 벗어나도 좋을 시간이니, 마음 놓고 흥겨운 음악도 틀어둘 수 있고요. 아침 뉴스를 들으며 식사 준비를 하는 평일에는 귀로 들어오는 소식들이 영 반갑지만은 않은데, 주말에는 기분 좋아지는 음악을 들으며 식사를 차려내니, 제가 느끼는 행복한 감정이 식탁 위에도 드리워지는 것 같습니다. 

아침으로 무엇을 만들어 먹을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있다지요. 먹고 싶은 음식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날이라던가, 식재료가 수명을 다해가서 빨리 처리해야 할 때도 있고요. 주방에 있던 아보카도가 짙은 색을 띠며 잘 익었다는 신호를 보내올 때도 그렇습니다. 당장 먹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냉장고에 넣기 전에 먹어치우고 싶은 작은 욕심이랄까요? 

잘 익은 아보카도(좌)와 아직 후숙이 덜 된 아보카도(우)

멕시코가 원산지인 아보카도는 '숲 속의 버터'라고 불릴 만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인 과일이에요. 당 성분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단 맛이 적어 야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놀랍게도 아보카도는 과일류에 속한답니다. 시중에서 아보카도를 구입하면, 대부분 밝은 초록빛을 띠고 있어요. 덜 익은 아보카도는 통풍이 잘 되는 바구니에 담아 실온에 며칠간 두면 점점 색이 짙게 변합니다. 초록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꼭지를 눌러봤을 때, 부드럽게 '쏙' 눌리는 상태가 되면 후숙이 잘 됐다는 증거예요. 이때, 바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쿠킹포일이나 키친타월에 감싸 냉장 보관을 해두고 며칠 안에 드시거나, 껍질을 벗겨 통에 담아 냉동 보관하고 드시면 됩니다. 잘 익은 아보카도도 있겠다, 주말을 맞아 멕시코의 전통 살사인 과카몰리를 만들어서 브런치 테이블을 차리기로 했어요.

수저를 사용해 쏘옥 들어 올리면 껍질과 과육이 잘 분리됩니다.

잘 익은 아보카도는 길쭉한 방향을 따라 빙 둘러가며 반으로 쪼개 줍니다. 아보카도 가운데 부분에는 커다란 씨앗이 자리하고 있으니, 씨앗 부분을 피해 조심히 잘라주어야 합니다. 칼집을 넣은 다음, 양손으로 한쪽씩 잡고 위아래로 비틀어 주면 아보카도가 반으로 갈라질 거예요. 동그랗고 단단한 씨 부분은 칼로 콕 찍어서 역시나 비틀듯이 빼내면 '쏙' 하고 분리가 됩니다. 씨를 제거한 아보카도는 수저를 사용해 아이스크림 퍼내듯 조심히 퍼 올려줍니다. 그러면 과육과 껍질이 완전히 분리된 상태가 될 거예요. 

이제 아보카도를 볼에 담아 으깬 다음, 잘게 다진 양파와 다진 토마토를 넣습니다. 

생라임이나 레몬이 있다면 더 좋지만, 없을 때는 즙 형태로 나온 제품을 사용하면 됩니다. 저는 냉장고에 남아있던 청 레몬을 넣어봤어요. 여기에 약간의 올리브유, 소금과 후추를 넣어 섞어주면 과카몰리는 완성이에요. 참고로, 고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진 고수를 같이 섞어 드셔도 좋습니다. 

과카몰리 (구아카몰) 만들기. 생라임이나 생레몬을 넣으면 더 신선한 맛을 즐기실 수 있어요.

여기에, 토핑으로 얹을 베이컨을 바삭하게 구워낸 다음 키친타월에 올려 기름기를 제거했어요. 조금 식혀 가위로 잘게 잘라 주면 베이컨 칩이 됩니다. 반으로 잘라 구워 둔 베이글 위에 과카몰리를 듬뿍 바르고, 베이컨 칩을 올려 준비했어요. 매콤함을 추가하고 싶다면, 저처럼 크러쉬드 레드페퍼를 뿌려 드시거나, 칠리소스를 더해서 드시면 됩니다. 이국적인 음식이라고 해서 만들기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만들어 보면, 조리 과정은 한식이 더 복잡한 경우가 많지요. 함께 즐긴 부라타 치즈 샐러드는 준비 과정이 더 단순합니다. 

심플한 드레싱이 고소한 부라타 치즈의 맛을 더 살아나게 합니다. 

잘 씻은 와일드 루꼴라(또는 루꼴라)를 접시에 깔고, 통에서 꺼내 유청과 분리한 부라타를 식수로 한번 씻어 얹어 줍니다. 방울토마토를 잘라 접시에 같이 담아 준 다음, 화이트 발사믹,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로 만든 심플한 드레싱을 뿌려 내기만 하면 완성이에요. 과일은 무화과, 키위, 샤인 머스캣 등등. 뭐든 취향껏 바꿔서 만드셔도 좋다지요. 예쁜 생김새만큼이나 맛도 좋아, sns상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칼슘이 풍부한 부라타 치즈는 이탈리아어로 '버터에 바른'이란 뜻이라고 해요. 쫀득한 모차렐라 표면을 자르면, 안에서 우유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을 듬뿍 머금은 크림이 흘러나옵니다. 숙성되지 않은 생치즈라 염도가 낮고, 이름 그대로 깊고 풍부한 고소함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합니다.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부라타 치즈를 나이프로 쓱 갈라 주르륵 흐르는 크림을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는 부라타 치즈의 매력이에요.

상큼한 그린 키위까지 더해지니 녹색으로 물든 식탁 위가 한껏 싱그러움을 자아냅니다. 햇살마저 차르르 내려앉은 식탁을 보고 있으니, "너무 좋다, 이게 주말이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침 식탁입니다. 

매콤한 크러쉬드 페퍼가 느끼함을 싹 잡아줍니다.
출근룩이 아닌 파자마 차림으로 앉아 여유롭게 주말 아침을 즐기는 동생의 모습


과카몰리(구아카몰) 베이글 샌드위치

베이글, 아보카도, 베이컨, 토마토, 양파, 레몬즙 또는 라임즙,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 고수(선택 재료), 크러쉬드 레드페퍼 (선택 재료)
1. 아보카도를 반으로 갈라 씨를 빼내고 과육만 분리한 다음, 포크나 매셔를 사용해 으깨 준비한다.
2. 토마토와 양파를 잘게 다져 (1)과 섞는다. 
3. 레몬즙 또는 라임즙을 짜서 넣고,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로 간 한다. 
4. 베이글을 반으로 가르고 살짝 구워낸다.
5. 베이컨을 바삭하게 구운 다음 키친타월에 올려 기름기를 빼주고, 가위로 잘게 잘라 칩을 만든다.
6. 베이글 위에 만들어 둔 과카몰리를 듬뿍 펴 바르고, 베이컨 칩을 얹어 낸다. 
7. 크러쉬드 레드페퍼를 뿌려 마무리한다.(생략 가능)


부라타 치즈 샐러드

부라타 치즈, 방울토마토, 루꼴라, 올리브 오일, 화이트 발사믹, 소금, 후추
1. 올리브 오일, 화이트 발사믹, 소금을 넣어 드레싱을 만든다.
2. 잘 씻어 물기 제거한 루꼴라를 접시에 담는다.
3. 부라타 치즈는 식수에 한번 헹궈 준비하고,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자른다. 
4. 접시에 부라타와 방울토마토를 얹어 낸다. 
4.(1)의 드레싱을 뿌리고, 후추를 갈아 올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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