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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보통 Oct 08. 2022

생각보다 더 간단한, 돈까스 덮밥 (가츠동)

조용하던 집에 작은 생명체가 나타나서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총총총. 어쩌면 아침상 차리는 저보다 더 분주합니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저희 집에 며칠 하숙하러 온 언니네 강아지'봉선'이 입니다. 언니 부부는 종종 장시간 집을 비워야 할 때마다 저희 집에 봉선이를 부탁하고는 해요. 올 해도 어김없이 언니 부부가 지리산 둘레길 걷기에 나서며 봉선이도 이모집에 맡겨졌어요. 조그마한 녀석이 어찌나 식성이 좋은지, 볼 때마다 신기할 정도입니다. 아침을 챙겨주고 돌아서서 20분이나 됐을까요?

행여 콩고물 하나라도 떨어질까 싶어, 식사하는 내내 테이블 밑을 떠나지 못하고 애절한 눈빛을 보내옵니다. 자리를 빙빙 돌며 애교도 부렸다가, 안 통한다 치면 작게 '왕' 하고 짖으며 손이나 허벅지를 벅벅 긁어 내놓으라 보채도 보고요. 이 날 아침엔 유독 포기가 쉽지 않았나 봅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메뉴가 '돈까스 덮밥'이라지요. 돼지고기에 고소한 튀김옷까지 입었으니, 강아지뿐 아니라 사람도 군침이 싹 돕니다.

이 귀여운 생명체의 애절한 눈빛... 미안한 와중에도 밥은 참 맛있습니다.

'아침에 언제 돈까스를 튀기고 있어?'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저도 새벽부터 돈까스를(물론 튀기고도 남을 사람이지만요.) 튀기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기름도 아깝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갓 튀겨낸 것 마냥 바삭하고 따끈한 돈까스를 맛볼 수 있어요. 돈까스가 에어프라이어에서 바삭하게 데워지는 시간 동안 쯔유* 대신 육수를 우려 덮밥용 간장을 만들었습니다.

*가다랑어로 맛을 낸 일본식 농축 맛간장. 설탕, 미림, 간장 등이 들어간다.

쯔유가 있다면 육수를 우리지 않아도 물과 섞어 간단하게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저는 냉동실에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가다랑어포가 남아 있어, 디포리와 다시마를 함께 사용해 육수를 만들었어요.

육수를 만드는데는 물이 끓고 10분이면 충분합니다.


물은 1인당 200ml. 덮밥용 간장이 완성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양으로 졸아들어 있을 거예요. 좀 더 촉촉하게 드시고 싶다면 물의 양을 늘리고 간을 더 하면 간단합니다. 다시마와 디포리를 넣은 물이 끓어오르면 중 약불에서 10분간 우려 주는데, 이 시간 동안 양파를 먹기 좋게 채 썰고, 달걀을 흰자와 노른자가 섞일 정도로만 살짝 풀어 준비해요. 육수가 완성되면 불을 끄고 가다랑어포를 넣어줍니다. 이때, 오래 우리면 가다랑어포에서 쓴 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1분 정도만 우리고 건져 내는 게 좋아요. 이쯤이면 돈스의 고소한 기름내가 집안에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걸러낸 육수에 다시 열을 가하고 맛간장, 미림, 설탕, 후추를 넣어 간을 맞춘 다음 썰어 둔 양파를 넣어 익혀요.

쯔유를 사용하실 분들은 물 쯔유, 미림, 설탕을 넣어 간을 맞추고 졸이듯 끓여주다가 양파를 넣고 익혀주면 돼요. 한 명 분량의 덮밥을 만들 때는 달걀을 넣기 전에 먹기 좋게 잘라낸 돈까스를 냄비에 넣어 주면 되는데, 그 이상의 양을 조리할 때는 돈까스를 밥 위에 얹고 완성된 간장 소스를 부어주는 방식이 훨씬 만들기 수월합니다.

저는 남편과 둘이 먹을 양을 만들었기 때문에 양파가 적당히 익었을 때, 준비해 둔 달걀을 빙빙 둘러 넣고 뚜껑을 덮어 반숙 정도로 익혀 냈어요. 이제 이것을 밥과 돈까스가 담긴 그릇 위에 부어주기만 하면 완성입니다. 그동안도 봉선이는 주방을 떠나지 못하고 앙증맞은 몸을 웅크린 채 제 동선을 쫓기 바쁩니다.

아욱 된장국과 아삭한 콩나물 무침, 빠지면 섭섭한 아침 사과와 배추김치를 곁들였어요.

빠른 시간, 포만감 넘치는 아침 식사가 준비됐어요. 여기에 아침에 빠지면 서운한 저희 집 단골손님, 사과도 곁들이고요. 사과는 봉선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 중에 하나이지요. 매정하게 밥을 먹는 척해보지만, 결국 초롱초롱 애절한 눈빛을 무시하지 못하고 사과를 한 입 잘게 쪼개 녀석에게 건넵니다. 내내 입을 벌리고 홍시가 떨어지길 기다리던 녀석도, 바닥까지 한 그릇 싹 비워낸 저와 남편도, 모두가 배 부르고 즐거운 아침입니다.

아침에도 식욕 폭발. 인당 두장이나 넣어 만든 돈까스 덮밥은 금세 바닥을 드러냅니다.



돈까스 덮밥 (가츠동)

돈까스, 밥, 물, 디포리, 다시마, 가다랑어포, 양파, 달걀(인당 한 알), 맛간장, 미림, 비정제 설탕, 후추, 쪽파(고명용)

1. 돈까스는 굽거나 튀겨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2. 양파를 채 썰어 준비하고,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가 적당히 섞일 만큼 풀어 둔다.
3. 냄비에 인당 200ml의 물과 디포리, 다시마를 넣어 중 약불에서 10분간 끓인다.
4. 10분 후 불을 끄고 가다랑어포를 넣는다. 1분간 우려낸 다음 육수만 걸러 준비한다.
5. 불을 켜고 준비된 육수에 맛간장, 미림, 설탕, 후추로 간을 맞춘다.
6. 센 불에서 간장 육수가 끓어오르면 채 썬 양파를 넣어 익힌다.
7. 먹기 좋게 자른 돈까스를 넣고, 불을 약불로 줄인 뒤 풀어 둔 달걀을 빙 둘러가며 부어준다.
8. 뚜껑을 덮고 반숙 정도로 익힌 다음 불에서 내려 밥 위에 얹어 낸다.
9. 고명용 다진 쪽파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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