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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형(논술형) 시험 잘 보는 법

사례형이 너무 막막하고 어렵다면

by 유창한 언변


사례형이 어렵다면?

객관식보다 사례형(논술형) 시험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구되는 암기량도 훨씬 많고,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딱히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로스쿨 1학년 때, 사례형이라는 문제 유형을 처음 받아보고, '대체 이걸 어떻게 풀지'라며 정말 막막하고 답답해했었다.


각종 실수들을 거쳐, 깨닫게 된 사례형(논술형) 시험 잘보는 방법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1. 질문을 꼼꼼하게 읽자

 사례형 시험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문제를 다 읽지도 않고 답안을 작성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긴장한 나머지 빨리 푸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출제자가 숨겨둔 질문을 놓치기 십상이다. 특히 열심히 외웠던 답안과 유사한 것 같은 문제가 나왔을 때, 많은 학생들이 외웠던 그대로 답안을 작성하는 오류를 범한다. 나 또한 문제는 제대로 읽지도 않고 뭔가 아는 듯한 판례가 나왔을 때 실컷 적었더니, 쟁점을 이탈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몇 번 실수를 한 이후에는 최대한 질문을 꼼꼼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예컨대 “이 사건 헌법소원의 자기관련성, 직접성을 검토하라”라는 문제가 나왔을 때, 보통은 청구인 적격(현재성까지 포함이다.) 전체를 쓰는 문제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현재성까지 쓰는 식이다. 시간적인 압박이 강하게 적용되는 사례형, 논술형 시험에서 필요없는 부분을 검토하는 경우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위헌법률심판인지, 헌법소원의 요건을 묻는 것인지를 질문에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일단 적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나도 그랬었다.). 특히 기출문제와 비슷한 것처럼 느껴질 때 이런 실수를 많이 범한다. 이렇게 논점을 이탈해버리면 시간만 날리고, 점수도 제대로 받아갈 수 없다. 반드시 두 번, 세 번 체크하자.


2. 질문에서 물어보는 것을 목차에 쓰기

 사례형 문제는 단순히 법리를 암기했는지를 묻는 시험이 아니다. 제시된 사실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법리에 맞게 끼워 넣는 능력을 본다. 그리고 문제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질문'에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을에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를 논하시오.'가 주제라면 목차에 '1. 공무집행방해죄 성부'가 들어가야 하고, '갑의 죄책을 논하시오'라고 한다면 성립되는 각 죄를 목차로 잡으면서, 공동정범, 간접정범, 종범의 성부 등을 따로 빼서 잡아주어야 한다. '증거능력 여부를 검토하시오'가 질문이라면 '1. 적법요건 충족 2. 내용인정' 등의 목차가 반드시 기재되어야 한다. 그래야, 쟁점을 이탈하지 않을 수 있고, 채점자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어 점수를 잘 받아갈 수 있다.


3. 선행 논점을 반드시 짚기

 법학 답안에는 논리의 고리가 존재한다. 단순히 결론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차례차례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민법이라면 가장 먼저 ‘의의’와 ‘요건사실’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계약의 효력’을 묻는 문제라면, 계약 성립의 의의를 정리하고, 성립 요건인 청약·승낙·의사표시 등을 적시해야 한다. 그 위에 문제에서 주어진 사실을 하나씩 끼워 넣는 방식으로 답안을 전개해야 한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답안은 단순한 결론 나열에 그치게 되고, 채점자가 보기에는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점수로 이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기초 논점을 빠짐없이 짚는 것이 사례형 답안의 성패를 가른다. 솔직히, 변호사 시험에서 답을 틀린 문항이 있었는데도 점수가 잘 나온 이유가, 선행 논점을 촘촘하게 잘 서술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선행논점을 반드시 서술해주자. 점수가 분명히 있다.


4. 잘 쓰인 답안을 외우기

 사례형 시험은 창의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다. 일정한 틀이 있고, 반복되는 법리가 있다. 따라서 모든 문제를 처음 보는 듯 새롭게 접근하려고 하면 시간만 낭비된다. 오히려 잘 쓰인 답안을 반복해 읽고, 그 구조와 논거를 몸에 익히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컨대 한 권의 사례집을 정해, 저자가 문제를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순서로 논리를 전개하는지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문장을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논리 전개의 ‘패턴’을 익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도 이미 머릿속에 마련된 구조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사례집을 보다보면, 논리구조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선행 논점 등에 어떤 조문과 판례를 적시해야 하는지까지 익힐 수 있다. 어차피 써야하는 논점들이니, 각 사례집을 보고 가장 잘 외워지고 잘 맞는 책을 선택해 반복학습하여 익히자. 특히 '어떤 질문'에 '어떻게 서술'하는 지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쟁점을 잘 빼먹는 편이고, 질문을 봤을 때 바로바로 답안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응용력의 부족) 사례형 답안에서 반복되는 구조를 외우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 형법, 형소법은 작은 변사기, 헌법은 황남기 사례집, 민법, 민소법은 이관형 저 등 가장 내가 잘 외울 수 있는 답안지를 선택했다.


5. 목차 외우고 키워드 붙이기

 진짜 도대체 어떻게 논리구조를 정해야하는지를 모르겠다면, 반복되는 목차를 암기해라. 특히 구조 자체가 반복되는 헌법과 행정법에는 상당히 효과적이다. 나는 '두문자(예: 수금지화목토천해명)'를 따서 목차를 외웠다. 목차를 한 번 외워두고, 그 목차에 들어갈 키워드나 핵심 문장들을 조금만 익히면 사안의 적용이 정말 쉬워지고, 공부할 분량도 상당히 줄어든다.


사례집을 볼 때도, 이미 목차가 익숙해진 상태라면 사안의 적용 파트만 쭉 읽으면서 지나갈 수 있어서 회독 수가 빠르게 늘어난다.



 사례형 시험은 법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질문을 끝까지 읽는 습관, 사실관계를 구조화하는 훈련, 선행 논점을 빠짐없이 적는 연습, 그리고 잘 쓰인 답안의 구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만 거친다면 누구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처음 사례형 시험지를 받아들고 느낀 막막함은 누구나 겪는다. 하지만 그 막막함을 뚫고 나아가는 순간,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서술하는 힘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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