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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불안해서 공부가 안 될때

공부 불안, 이렇게 다스린다.

by 유창한 언변
너무 불안해서 공부가 안 되는데, 공부가 안 돼서 더 불안한 때가 있다.

 '내가 진짜 합격할 수 있을까...' 책상 앞에 앉아도 마음이 산만해지는 순간이 있다. 책을 펴놓고도 한 글자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시계 초침 소리가 더 크게 들리며,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라는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주위 사람들의 속도가 빨라 보일수록 그 불안은 더 커진다. 나도 그 마음을 잘 안다.


  타고난 불안핑으로서,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내내 불안함의 파도에 쓸려나가지 않기 위해 꽤 노력해왔다. 불안해서 공부를 안 하면 다음날 더 불안해질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도저히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 뇌가 폭주 기관차처럼 불안한 생각들을 불러올 때,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들을 소개한다.


1. 불안을 인정하기

변호사 시험을 치기 위해 공부를 할 때마다, 종종 불안이 찾아왔다. 불안을 애써 쫓아내려 하니 오히려 집중이 더 흐트러졌다. 처음에는 부정하고,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불안해졌다. 그래서 '당연히 불안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에게 가끔 "안 되면 내년에 또 하지 뭐."라고 종종 이야기하기도 했고, "1년 더 한다고 인생 안 바뀐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모님, 수험생이 아닌 친구들에게 불안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징징거리는 것 같아 이야기 하면서도 미안했지만, 이야기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 네이비 씰 호흡법으로 진정하기

불안해서 심장이 빨리 뛰고 손끝이 떨릴 때 나는 네이비 씰(미 해군 특수부대) 호흡법(Box Breathing)을 썼다. 4초 들이마시고, 4초 멈추고, 4초 내쉬고, 다시 4초 멈춘다. 네 변의 상자를 그리듯 호흡을 반복하면, 몸의 긴장이 풀리고 머리가 맑아진다. 실제 시험장에서도 세 번만 해도 불안이 한결 잦아들었다. 불안은 마음이 아니라 몸에서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사실 요즘도 서면 쓰다가 도무지 답이 없으면 저렇게 숨을 쉰다).


3. 계획을 세분화하기

'오늘 형법 마스터하기.' 따위의 목표를 잡으면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오늘 18시간 공부하기!'도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못할 뿐더러, 목표 자체를 통으로 세워놓으니 당연히 전부를 이룰 수는 없었고, 자괴감이 밀려왔다. 어차피 이루지 못할 계획이라면 소소하게 잘라서 그거라도 해보자 생각하고 1. 상법 15페이지까지 읽기. 2. 사례집 10페이지 읽기와 같은 진짜 쉽게 할 수 있을 계획을 세웠다. 김밥을 통으로 먹는 건 힘들지만, 썰려있는 김밥은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처럼, 훨씬 더 가뿐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고(쉬우니까 당연하다.),

누가보면 비웃을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어쨌든 달성하고 나면 하루가 성취감으로 마무리되었고, 불안은 줄어들었다. 진짜 공부가 안 되어 심각할 때는 '일어나서 딱 1문장 읽기.'를 계획으로 세우기도 했다.


4. 불안을 기록하기

시험을 앞두고 '아무리 생각해도 난 바보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리에 '왜 바보같지?'부터 시작해서 팩트 체크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감정'이 아니라 '사실'을 기준으로 이유들을 분석해나가기 시작하자 생각보다 바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머릿속을 맴돌던 불안이 종이 위로 나오자 현실적인 대비책으로 바뀌었다. 그 이후로 변호사 시험 전 날까지 매일 다이어리를 쓰는 습관을 들였다. 불안할 때 그 전에 공부했던 내용이 시각적으로 보이면 훨씬 마음이 안정되었다. 종이 다이어리가 아니더라도, 한 눈에 내가 해온 공부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어디에든 기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물론 정말 작은 목표들이 한 가득 쓰여있긴 했지만, 다 모으니 꽤 되더라.).


5. 명상하기

혹시 몰라 미리 말하지만 나는 '무교'이다. 종교가 있는 친구들은 교회에서, 성당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기도 했지만, 나처럼 기댈 수 있는 종교가 없다면 명상을 추천한다. 가부좌, 조용한 공간 이런거 다 필요없다. 유튜브에서 '명상', '긍정 확언' 이런 키워드를 치면 정말 많은 내용의 영상들이 나온다.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라, 산책하면서, 운동하면서 듣기도 했고, 자기 전에 듣기도 했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지만, 호흡에 집중하는 순간 동안은 거기에 몰입하니, 공부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명상하겠답시고 요가 매트에 누워서 명상 유튜브를 틀었다가 그대로 잠에 들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잠깐 자고 일어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져 있었다.


6. 몸 움직이기

너무 불안하고 마음이 좋지 않을 때는 억지로 버티지 않고 냅다 운동하러 갔다. 땀이 조금 나자 머리가 맑아지고 다시 책상에 앉을 수 있었다. 불안은 머리에서만 해결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곧 마음을 안정시키는 길이다. 정말 잠깐이라도 괜찮으니, 홈트든, 스트레칭이든 몸을 움직여 보기를 바란다. 설거지도 도움되고, 잠깐 청소기 돌리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된다. 생각해보니 매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던 것 같다. 페트병, 비닐, 캔을 분류하는 순간에는 아무 생각이 안들어서 좋았다. 플랭크도 추천한다. 진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마치는 글

 공부 불안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는 증거다. 수험생 입장에서 원래 불안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잠깐이라도 불안에서 벗어나 숨을 돌릴 시간을 확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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