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된 타인의 구글 계정, 들어가기만 해도 ‘침입’이다
남편 구글 계정을 염탐해도 될까?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자동 로그인’은 생각보다 무섭다.
한 번 로그인해 둔 구글 계정, 네이버 계정, 카카오 계정은 그 안에 메일·사진·문서·결제 내역까지, 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디지털 시대, 사실상 한 사람의 계정은 ‘디지털 금고’에 가깝다. 그런데 누군가 그 금고 문이 열린 틈을 타 안을 들여다본다면? 과연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사건의 주인공은 다툰 배우자가 집을 나간 뒤 남겨둔 노트북을 발견했다. 노트북에는 배우자의 구글 계정이 로그인된 상태였다. 피고인은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았고, 새로운 해킹 기술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미 로그인된 상태의 ‘사진첩’에 들어가 사진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정보통신망 침입’으로 판단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접근권한을 부여하는 주체가 누구냐이다.
그 권한의 주체는 ‘서비스 제공자’, 즉 구글이다.
따라서 구글이 로그인 권한을 부여한 사람은 계정의 주인인 배우자일 뿐이다. 비밀번호가 이미 입력되어 있던 상태라고 해서 ‘허용된 접근’으로 볼 수는 없다. 구글의 의사에 반해, 배우자의 동의 없이 사진첩에 접속했다면 그것은 곧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것이다.
이 판결의 핵심은 ‘접속 자체가 문제’라고 보았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서비스제공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접속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정보통신망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즉, 사진을 다운로드하거나 유출하지 않아도, ‘접속’이라는 행위만으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동 로그인되어 있었는데, 그게 왜 불법이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이 판결은 분명히 말한다.
열려 있다고 해서, 그 안을 볼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비밀번호를 다시 입력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은 ‘우연히 열린 문’을 지나친 것일 뿐이다. 남의 집 문이 열려 있다고 해서, 함부로 그 집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법은 그 문을 통과하는 순간을 ‘침입’으로 본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동의 없이 들어간다면 그 순간 ‘정보통신망 침입죄’가 성립한다.
이 판결은 단지 법조문 해석을 넘어, ‘디지털 관계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제는 로그인된 계정 하나만으로도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사람 사이의 ‘공간’이 물리적 거리에서 디지털 계정으로 옮겨간 시대, 법은 그 경계를 ‘접속의 권한’이라는 언어로 새롭게 그어놓은 것이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타인의 계정은 결코 ‘함께 쓰는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하루, 감정, 기록이 들어 있다. 따라서, 그 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계정의 주인뿐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나는 그냥 궁금해서 봤을 뿐인데…”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멈춰야 한다.
그 호기심은 ‘침입’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예의는, 남의 계정 앞에서 멈추는 것이다.
*별개로, 이제 이혼 사건에서의 증거수집도 꽤나 복잡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