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 성년이 되어 아빠를 찾아가다.

친부에게 돈 받아내고 싶다면?

by 유창한 언변

한 아이가 있었다.
분명히 친부가 있을 텐데도, 아빠 없이 자랐다.

양육비를 받지 않기로 한 아빠와 엄마가 합의했다는 이유로, 아빠에게서는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 너무나도 억울했던 아이는 조용히 법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대법원은, 그 아이의 편을 들어주었다.


1. 한 장의 합의서로 지워지지 않는 책임


2001년, 한 회사에서 일하던 남자와 여자.
짧은 인연 끝에 여자는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남자에게는 이미 가정이 있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4달이 지났을 때, 남자와 여자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3,000만 원을 지급하면, 이후 남자의 양육비 의무는 없다. 남자는 아이를 보지 않는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5달이 더 지난 뒤, 여자는 남자를 상대로 합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이의 일생을 책임지기에 합의금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송 중이던 2002. 4. 친부에게는 양육비를 포함한 일체의 양육 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됐다.


2. 아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성인이 되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오래된 질문이 남아 있었다.
“당신은 왜 나를 외면했나요?”


어릴 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래서 그는 친부를 상대로 미성년 시절의 부양비를 청구했다. 과거의 자신이 하지 못한 말을, 법적으로 해결해보고자 한 것이다.


3. 대법원의 첫 목소리


대법원은 “혼외자의 양육친(생모)이 양육비를 포기하더라도, 그 효력이 자녀에게 미치지 않는다.” 부모의 합의보다 자녀의 복리가 우선이라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비도 원칙적으로 공동 부담해야 한다. 이는 누가 친권자인지와 무관하게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라고 덧붙였다.


7천만 원.


법원은 그 금액을 과거 부양료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혼외자는 부모 일방의 부양만으로 충분한 부양을 받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육하지 않은 부모 일방을 상대로 미성년 기간 동안의 과거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아이의 손을 들어주었다.


4. 부모가 비운 자리, 법이 채운 책임

부모의 빈자리가 총 1억 원의 금액으로 채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은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책임이 있다는 것, 아이에게 빈자리를 만들어주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청년처럼, 아빠의 빈자리와 스스로의 양육받을 권리를 조금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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