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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모양처 Jan 06. 2025

아빠가 돌아가고 깨달은 것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가제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아빠가 돌아가고 깨달은 것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대학교 3학년 때 일이다.


"많이 좋아졌네"

난 노래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이날 많이 좋아졌다는 선생님 칭찬을 받았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연습실을 나온 순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뭔가 싸늘했다. 전화를 받았다.

소방서라고 한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나에게 물었다.

"00 씨가 아버지 맞으시죠?"

내가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소방대원 분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심장이 뛰질 않으십니다."

철렁했다. 차라리 보이스피싱이길 바랐다.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있는 학교와 아빠가 있는 곳은 3시간 거리였다.

"알겠습니다"

대답하고 나는 정신없이 연습실을 빠져나왔다.


버스 타러 가는 길 나는 혼자 계속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제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눈물이 날 줄 알았다. 눈물 흘릴 틈도 없었다.


내 생각은 1가지뿐이었다.

'제발 아빠가 무사히 살았으면 좋겠다'

버스에 타서 출발하기만을 기다렸다.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아빠가 돌아가셨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4일 전, 아빠와 통화했었다.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 하는 연극 프로 무대에 보러 오기로 했었다.

하지만 아빠는 공연 보러 오기 4일 전, 내 곁을 떠났다.

'이제 살아있는 아빠를 볼 수 없구나'

아빠에게 가는 2시간 30분 동안 버스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그렇게 아빠를 떠나보냈다.

아빠의 장례를 치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1. 영원한 건 없구나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지드래곤 삐딱하게 노래 가사다.

나는 이 말을 아빠의 죽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아빠가 내 옆에 더 오랫동안 있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아빠는 예상치도 못하게 내 곁을 떠났다.

세상에 모든 것들은 변하고, 내가 원하지 않을 때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 있을 때 잘하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때부터 주어진 것들에 더 감사하며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2.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서 서울에서부터 대전, 대구.

전국에서 전주로 와주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왔다.

너무 고마웠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인생을 헛살지 않았다는 걸 그들이 느끼게 해 주었다.


좋은 위로에 대해서도 배웠다.

말하지 않고,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백 마디 말보다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게 더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나는 아빠를 잘 보내드릴 수 있었다.

나는 그 고마움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한다.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지, 내 곁에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빠 덕분에 알게 되었다.



3. 시간이 해결해 준다

장례를 마치고,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웠다.

아빠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숨이 안 쉬어 쥘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며칠 동안 슬픔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서.

아빠에 대한 슬픔은 점점 옅어졌다.

한때는 너무 불효자가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 쉽게 아빠를 잊을 수 있지?'

하지만 살아가기 위해선 그렇게 된다.

계속 아프기만 하지 않다.


'결국 시간이 답이구나'

시간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아무리 아픈 고통도 평생 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것도.



이 글을 쓰면서 아빠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화장하는 날, 아빠에게 부끄러운 아들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나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나?'

노력은 하고 있으나 자신 있게 얘기는 못하겠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


공연 보러 온 아빠에게 눈을 보고 꼭 얘기해주고 싶던 말이 있다.

"아빠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직접 이야기는 하지 못했지만, 뒤늦게 글로 마음을 전해본다.


아빠가 보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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