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리즈 -1 (일상)
“저 개종했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는 지방에 있는 중간정도 사이즈의 교회를 17살때 부터 다녔었다.
신앙이 있었다긴 보다는 교회에 나가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는 했지만 현재는 그만 둔 상태이다.
어차피 믿음도 없었고 3년이라는 시간동안 나의 책임을 다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서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기보다는 교회에서 만난 한 사모와의 약속에서 시작을 하게 된다.
내가 청년부 피아노를 하던가 아님 영어학습 선생님 중 하나를 택하면 자신이 재능기부처럼 피아노를 가르쳐 주겠다고
청년부 피아노를 맡게 되면 연습도 해야하고 함께 무언가를 해야하는 부담감 때문에 나는 영어학습 선생님을 하겠다고 했다.
교회 내에서 친하게 지내는 분이 당시에 계셨는데 그분의 소개롤 만나게 된 사모였다. 키는 작았고 화장은 10대 사춘기 소녀의 화장처럼 어설프고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아무튼 그 말을 듣고 나는 기뻤다. 피아노라면 내가 환장하는 악기였고 돈이 없어서 오래 배우지 못했으니깐 게다가 그 사모는 피아노 클래식을 전공하고 학원 선생이기도 했으니깐
그리고 자신에게는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이 사역이라며 이리저리 돌려가며 물건을 보여주는 장사꾼처럼 듣기 좋은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러고 개나 소나 사역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3회 정도의 레슨을 받았을 때 즈음 사정이 생겨서 피아노 수업을 몇 달간 미루자고 했다.
그리고 그 몇 달이 6개월쯤 지났을 때는 더 이상의 레슨은 힘들다고 생각하며 단념을 하였다.
어찌 됐든 나는 영어 선생님으로서 할 일은 해야 했고 분위기도 꽤나 괜찮기에 책임감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쭉 나가고 있었다.
우리 교회는 크지 않고 혈연이 많이 다니는 교회여서 점심시간에 식당을 가면 익숙한 얼굴이 좌우앞뒤 동동 떠다닌다.
(그리고 전 남자 친구도 다녔기에 별로 교회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곧 다시 연락 줄게 레슨 시작하자“
사정 때문에 그만했던 레슨을 다시 시작하자고 나와 마주치면 말하곤 했다.
내 얼굴에 이 대사가 적혀있는 걸까 어떻게 볼때마다 뭐 저리 같은 말을 하는 거지.. 슬슬 짜증이 나기도 했다.
집에서 여유롭게 있는 날에는 이따금 그 말이 생각나 연락을 넣었었다. (왜냐면 내게 따로 하자는 연락은 당연히 없었다. 이 짓을 거의 1년 넘게 함)
연락을 해도 진전이 없는 대화일 뿐, 딱히 가르쳐줄 맘은 없어 보였고 내가 돈을 안 내서 가르쳐 주지 않는 걸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속상하기도 했다.
교회에서도 돈 이 없으면 을이구나 저렇게 사역하면 누가 천국을 믿을지 놀라운 발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또 단념을 했다.
철없고 예민한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이라 진심 도를 닦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또 교회에서 마주치면 책임감없는 말에 그냥 지나가는 소음이라고 생각하면서 단념했다.
한 번은 그녀의 남편(당시 청년부 목사)이 나에게 자신의 아내에게서 레슨을 요즘에는 안 받냐고 물어봤다.
이제는 목사님까지.. 라는 생각에 그동안의 일들을 털어놨고 남편은 자신의 아내를 데려와 예상하지 못한 삼자대면을 하게 되었다.
역시나 마주치니 나에게 하는 말은 “다시 레슨 하자”였다.
내 얼굴에 뭐가 적혀있다고 확신을 한 순간이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얼굴을 벅벅 긁었다.
그녀는 자신의 학원을 개원했었고 와서 배워라는 말을 하였다. 이제는 대사가 늘었다.
그러나 나에게 와라는 학원의 위치와 시간을 알려준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은 신경 써줬는데 연락도 나름 했고 시간이 안 됐었다는 말을 했다.
그녀의 남편도 아내의 잘못이라는 걸 알았기에 사과를 해라고 했지만 그녀는 삐져있는 상태였다. 화장만 사춘기 소녀가 아니라 여전히 사춘기였던 것이다.
사춘기가 감기보다 더 자주 오는 여자인가 보다
그리고 남편은 내게 “우리는 연락을 먼저하고 싶었지만 행동으로 안된다.”라는 말을 했는데 정말 놀랍다! 직장인들이 회사 가기 싫어도 가는 이유는 뭔가 그럼…
약속을 했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당신이 믿는 예수가 퍽이나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의 의견을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삐져있었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나가며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남편도 아내와 합심하는 모습에 정말 둘이 잘 만났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들이 말하는 천국에는 죽어도 가기 싫었다.
그렇게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올라갔고 나를 마주칠때마다 끄덕이며 인사를 해주어도 그녀는 무시하고 갔다.
새가슴보다 작은 그릇에 가슴을 치며 감탄했다.
- 작가의 말-
글을 적는데 옛날 일만 적으니 괜히 마음만 심란해져서 가끔씩 일상을 올려볼려고 합니다.
최근이야기도 썩 유쾌하지 않지만 잠시 누군가와 솔직하게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추운 날씨에는 언제나 따뜻한 홍차가 가득한 잔을 손에 쥐고 다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