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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May 09. 2018

자연을 장식하는 보석, 빗방울

비 오는 날 동네 한 바퀴, 2018. 4. 14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이 정도 비는 우산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간다. 아직은 조금 이른 봄날, 비에 젖은 봄꽃을 찍으려 한다면 멀리 나갈 필요는 없다. 동네 공원이면 충분하다. 


흔히 비 오는 날이나 흐린 날에는 사진이 잘 안 나온다고 생각한다. 조리개나 셔터스피드 등 카메라의 기초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카메라에 대해 조금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아직도 스마트폰이 아닌 DSLR 카메라를 고집한다면 날씨는 핑계에 불과하다.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날의 멋이 있고 맛이 있다. 늘 지나다니던 동네 공원이라도 비에 젖으면 전혀 다른 색을 품는다. 보도블록이나 벽돌은 말라 있을 때와 젖어 있을 때 색이 완전히 달라진다. 흐린 날씨에는 햇살도 약해져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밝기 차이도 거의 없어진다. 한마디로 맑은 날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특히 카메라의 파인더로 만나는 세상은 더더욱 다른 세상이다. 


꽃잎이나 나뭇잎은 물을 밀어내는 성질이 강하다. 그래서 오늘처럼 보슬비가 내리면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다. 어떤 사진가는 미세한 물입자를 뿜어내는 분무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물방울 샷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작위적인 사진에 금방 질린다. 자연스레 맺혀 있는 물방울과, 그 물방울이 만들어 내는 렌즈 효과를 잡아내는 일은 무척이나 재밌고 흥미롭다.





투명한 물방울은 그 자체가 렌즈이다. 초점만 잘 잡으면 물방울이 만들어 내는 또 다른 세계를 담아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장면을 위해서라면 일반 렌즈가 아닌 매크로 렌즈가 필요하다. 그것도 초점거리가 긴 매크로 렌즈일수록 유리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60mm 매크로 렌즈로는 이 정도가 한계. 



물방울 자체가 렌즈이기 때문에 물방울을 거쳐 맺히는 상 역시 초점이 있다. 이를 잘 맞추면 물방울과 물방울 너머의 상이 모두 또렷하게 잡아낼 수 있다. 60mm 매크로 렌즈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비에 젖은 봄은 쨍한 날과는 또 다르게 차분한 색으로 사진가를 기다리고 있다. 꽃잎과 나뭇잎 위에 내려앉은 물방울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마법의 구슬이다. 섬세한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사진가에게만 열리는 마법 같은 세상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카메라도 DSLR 못지않게 성능이 좋아졌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한계를 상당 부분 소프트웨어로 보완하고 있다. 게다가 듀얼카메라 등의 기술로 하드웨어적인 한계마저도 점점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 


방수되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면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 이왕이면 가벼운 비옷 차림이 더 좋긴 하다 - 동네를 나서 보자. 평소와는 다른 색과 느낌에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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