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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Dec 02. 2015

또 다른 시공간의 세계-자동차 도로

내가 사랑하는 출사지 17편

우리는 가로, 세로, 높이의 공간 축 3개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시간 축 1개로 이루어진 4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 혹자에 따라선 시간의 일방성을 강조하기 위해 3.5차원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사진은 4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에 담는 작업이다. 무려 두 개 혹은 1.5개의 차원이 줄어들면서 지극히 제한된 진실만이 사진에 담기게 된다. 심지어 그 진실은 보는 이에 따라서는 진실이 아닌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손전등으로 꼬깔콘을 벽에 비춰 보자. 비추는 방향에 따라서 꼬깔콘의 그림자는 삼각형일 수도 있고, 원일 수도 있고, 잘라 놓은 피자 조각의 모양일 수도 있다. 3차원의 공간에서는 하나의 꼬깔콘이지만 벽에 비치는 2차원의 그림자로 표현되는 꼬깔콘은 무척이나 다양한 모습을 띄게 된다. 만약 우리가 2차원에 살고 있다면 우리는 절대로 꼬깔콘의 원래 모습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자기의 위치에 따라 원형, 삼각형, 원호의 모습인 서로 다른 물체로 인식될 뿐이다. 그 만큼 차원의 벽은 두텁고  뛰어넘기 힘들다.





사진을 찰나의 예술이라고 하고, 순간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정지된 시간을 담은 것은 아니다. 짧지만 어느 시간 동안의 움직임이 담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눈에 뜨이는 움직임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정지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의 시각과는 다른 감각으로 사진을 찍어 보겠다는 시도가 장노출 사진들이다. 사람의 감각으로는 도대체 느낄 수 없는 30초, 1분, 심지어 24시간 동안의 시간들을 담아 보겠다는 시도들... 덕분에 4차원의 시공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한 층 넓어질 수 있었고 우리의 감각에 반하는 진실에 대해서도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사진이 시간에 대해 너그러워진 만큼 공간에 대해서도 자유로워지면 어떨까?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왜 정지된 공간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인지, 또렷하게 초점 맞은 사진에 집착할 필요가 과연 있는 것인지, 어차피 우주 속에서 흘러가고 있는 시공간이라면 사진 역시 흘러가는 시공간을 담는 것이 오히려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궁리 끝에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를 이동하는 시점으로 담아 보기로 했다. 룸 미러에 가벼운 카메라를 붙들어 메고 출발하기 전에 앵글을 잡아 놓는다. ND1000 필터를 끼우고 셔터는 20초 정도로 맞춰 놓는다. 제2자유로, 강변도로, 올림픽 도로를 달리면서 무작정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손대중으로 15초에서 30초까지 노출을 조절해 가며 눌러댔다. 라디오를 조작하는 수준의 손놀림 만으로 하루 출근길에도 여러 장의 사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흘러가는 시간과 이동하는 공간 속에서 '도로'의 모습은 무엇일까?



이러저러한 공간 속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어쩌면 도로의 모습이 아니고 '달리다'라는 추상적인 행위의 촬영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원이  줄어들수록 개념으로 추상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엔 작업량이 부족하다. 사진을 좀 더 열심히 찍어 봐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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