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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느낌이라니... 필름은 억울하다

사라지는 필름에 대한 변론

by 기타치는 사진가 Jul 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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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느낌이라는 거, 살짝 색 바랜 느낌이기도 하고 살짝 흐릿한 느낌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네거티브도 마찬가지지만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고 제대로 된 현상소에 맡기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만큼이나 선명하고 쨍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요즘 제대로 현상하고 인화하는 업체가 없다는 게 문제.


'필름 느낌'이라는 건 전적으로 업체의 비용절감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된 이후 대부분의 현상소는 문을 닫았다.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 사라져 버렸으니. 남아 있는 업체들은 어떻게든 버텨야 했고, 그러다 보니 현상과 인화에 필요한 약품들을 아껴야 했다. 게다가 이들 약품들은 사용량이 적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게 마련인지라 더더욱 상황을 악화시켰다. 더군다나 인화된 필름이나 사진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시원찮은 스캐너 장비로 인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 결과 필름을 맡기면 흐릿하고 바랜 색의 사진들을 얻을 수밖에 없게 된 거다. 신선하게 운반할 방법이 없어 소금을 잔뜩 뿌려 절인 고등어나, 푹 삭혀서 먹을 수밖에 없었던 홍어와 비슷한 상황이다.


기술이 발달하여 고등어는 살아있는 놈을 바로 회로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홍어는 삭혀 먹는 것으로 굳어져버렸다. 여전히 흑산도에서만 싱싱한 회로 먹을 뿐이다. 예전 같으면 바로 반품하고 다시는 맡기지 않았을 사진이 '필름 느낌'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삭아버린 것처럼 말이다.


이제 와서 '쨍한 필름 사진'을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원래 필름은 그런 것'이라는 인식은 오해라는 것, 디지털에 비해 필름은 열등한 것이라는 인식은 지나치게 필름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꼰대 마인드의 발동일 뿐. 


아래 첨부한 사진은 코다크롬으로 찍어 필름 스캔한 이미지이다. 2007년에 찍고 스캔한 사진임을 감안하고 보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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