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꿈(7)

7. 두 번째 폭풍

by 이문웅


오늘은 새벽이 참 고요했다. 바다 표면은 마치 호수처럼 잔잔했고, 한 점의 파도도 없이 고요한 수면은 평화로움을 자아냈다. 부지런히 먼저 나가서 출항을 준비하던 덕수는 불현듯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의 기억 속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강한 모습으로 그를 지켜보았고, 덕수는 아버지가 가르쳐준 힘과 의지를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자신이 뿌듯한 마음에서였다. 아버지가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하는 생각이 덕수의 가슴 속에서 파도처럼 일렁였다. 그리고 돌아가신 권씨 할아버지도 떠올랐다. 권씨 할아버지의 따뜻한 조언과 격려는 덕수에게 큰 힘이 되었고, 그 덕분에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때, 베트남 선원들이 시간에 맞춰 나오고 기수도 나왔다. 기수는 여전히 한 손에 막걸리를 들고 있었다. “형님! 술 먹은 채 승선 안 되는 거 아시죠?” 덕수가 놀리듯 말했다.


“으응...그럴 줄 알고 식혜 가지고 온 거여...하하하” 기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경찰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아...속았다. 진짜 식혜네...하하하” 하고 반응했다. 덕수는 기수형님한테 낚였다는 생각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장난스러운 태도는 아침의 정적을 깨고 모두에게 즐거운 분위기를 가져다주었다.


그때, 선장이 웃으면서 나왔다. “다들 나온겨?” 선장의 목소리는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한 줄기 햇살 같았다.


“예, 총원 5명 모두 나왔고 모두 이상 없습니다.” 기수가 대답했다.


“그럼 오늘은 조금 먼 바다까지 갈 예정이니께, 조금 늦을 수 있어 잉... 오늘 혹시 약속 잡아놓은 사람 없지 잉?” 선장이 물었다. 팀원들은 고개를 저으며 모두가 준비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들은 바다에서의 일상과 함께하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예...에...” 덕수는 대답했지만, 아직 멀리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긴장감을 느꼈다. 베트남 선원이 한쪽에서 물었다. “선장님, 우리 일당 더 줘야 해?”


선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쨔샤...얘네들은 항상 돈 타령이야…” 모두가 웃음으로 화답했다. 덕수는 그동안 자신의 월급에 대해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지금 살아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이 감사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선장은 오늘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 배는 원래 고등어와 삼치를 전문으로 잡았는데, 오늘은 수온이 상승한 탓에 좀 더 먼 바다로 나가보기로 한 것이여.” 그는 물의 흐름과 생태계를 읽는 노하우가 있었다. 덕수는 그 말에 귀 기울였다.


배가 출항하고 바다의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바람이 불어오고, 파도가 잔잔한 수면을 흔들기 시작했다. 덕수는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희망과 두려움을 느꼈다. 먼 바다에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새로운 도전이 주는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그들이 먼 바다로 나가면서, 덕수는 바다의 광활함에 감탄했다. 수평선 너머에 펼쳐진 푸른 물결은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는 자신이 이 바다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느끼며, 아버지와 권씨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아버지, 할아버지, 제가 여기서 강한 사나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약 4시간을 달려 이어도 부근까지 온 듯했다. 막 그물을 내리고 잠시 쉬려던 찰라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파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곧바로 폭풍이 휘몰아쳤다. 선장의 경고가 필요했다. “모두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침착하게 대처해!” 그의 목소리는 힘차고 단호했다.


기수는 슬며시 덕수 옆으로 와서 덕수를 안심시켰다. “워메...덕수 진짜 뱃놈 되겄네...이런 경험은 나도 많지 아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가 하란대로만 해....” 기수는 빗소리에 소리를 치며 말했다. 집 채만한 파도가 배를 삼킬 듯 달려들었다. 덕수와 베트남 선원들 모두 지지대를 잡고 그물과 장비들이 어키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큰 파도가 배 위로 덮쳤고 선장은 “꽉 잡아!!!”를 외쳤다.


배가 요동치기 시작하자, 덕수는 뱃머리에 서서 파도를 바라보았다. 높이 솟구치는 파도가 마치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다. 그는 무서운 마음에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지만, 곧 그의 마음속에 아버지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두려움이 아닌 용기를 가져라." 덕수는 그 힘을 믿으며 파도를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했다.


“기수형! 우리 팀, 한 마음으로!” 덕수가 소리쳤다. 그 외침에 기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덕수를 응원했다. “맞아! 이렇게 힘을 모아야지!” 베트남 선원들도 덕수의 결단에 동참하여 한데 뭉쳤다.


그렇게 몇 차례의 큰 파도에 맞서 싸우면서, 덕수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느꼈다. 두려움은 점점 줄어들었고, 그의 몸은 더 강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언제 파도가 쳐올지 모르는 긴장감이 여전히 그들을 괴롭혔다. 선장이 급히 배의 방향을 조정하며 상황을 통제하려고 애썼다. “모두 준비해! 이제 다시 안정적인 항로를 찾자!”


마침내 파도의 위세가 약해지고, 하늘에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때 덕수는 가슴 속에 찬란한 빛이 솟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우리는 해냈어!"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한 마음으로 기뻐했다. 선장은 “모두 수고했다! 이제 다시 힘내서 작업에 들어가자!”라고 외쳤고, 덕수는 그 소리에 더욱 결의를 다지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바다의 위대한 힘을 체험하며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느꼈다.


이제는 먼 바다에서 기다리는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가야 했다. 덕수는 아버지와 권씨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다시 한 번 깊은 숨을 쉬었다. “우리는 함께 할 수 있어!”


바다의 숨결이 그의 몸에 느껴지는 듯했고, 덕수는 이곳이 그의 삶의 일부가 되었음을 확신했다. 앞으로의 여정은 어떠할지 모르지만, 그는 더 이상 두려움에 지배되지 않을 것이었다. 바다와 함께하는 삶은 언제나 도전적이지만, 그만큼 더 큰 가치와 의미가 있었다.






4o mini


이전 06화어부의 꿈(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