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꿈(13)

13. 선장의 부탁

by 이문웅

기수는 선장의 부탁을 받고, 선장의 병세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게 될 날을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순간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어느 날, 평소처럼 조업을 나가던 중 선장은 바다 한가운데서 갑작스러운 극심한 고통에 휩싸였다.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고, 선장은 숨을 쉴 때마다 격렬한 기침을 쏟아냈다. 기침소리는 바다 위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고, 그 모습을 본 기수는 깜짝 놀라며 곧바로 선장에게 달려갔다.


“형님, 괜찮아요?” 기수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선장은 숨이 가빠져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기수는 선장의 상태가 매우 위태롭다는 것을 직감했다. 더 이상 조업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수는 즉시 귀항을 결정했다.

기수는 지체할 틈이 없었다. 조업을 급히 중단한 뒤, 선장을 부축해 배의 키를 돌렸다. 선장은 기수에게 의지한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바다 위를 배는 서둘러 달려갔다. 평소에는 그토록 익숙했던 바다의 풍경이 그날따라 더욱 무겁고 멀게만 느껴졌다. 기수의 머릿속에는 선장의 안위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그의 손끝에는 선장의 체온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고, 그의 심장은 쿵쿵 뛰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기수는 선장을 부축해 배에서 내렸고, 지체 없이 선장을 병원으로 모셨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선장의 증상을 설명하며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제발, 형님 좀 살려주세요. 어떻게든... 선장님을 구해주세요." 기수는 목이 메어 겨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의사의 얼굴은 무겁기만 했다. 진료가 끝난 후, 의사는 선장의 폐암이 이미 매우 진행된 상태라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폐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치료가 많지 않습니다. 가족분들께서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의 차가운 말은 기수와 선장 가족의 가슴에 깊이 파고들었다. 선장은 병을 숨기려 했지만, 이제 더는 그 사실을 감출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 역시 선장의 상태를 알게 되었고, 그의 아내 옥자와 딸 지혜도 선장이 그동안 병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옥자는 선장의 병세를 이미 알고 있었던 기수에게 크게 분노했다. "기수, 당신은 이걸 알고 있었으면서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우리에게 이런 중요한 걸 숨길 수 있어요?" 그녀는 울먹이며 기수에게 따져 물었다. 그동안 남편의 상태를 알지 못했던 자신의 무지함과 기수에 대한 실망이 뒤섞여 있었다.


기수는 옥자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옥자 누님, 선장 형님이 직접 부탁하셨어요. 지혜와 누님이 너무 걱정할까 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게 형님의 뜻이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깊은 슬픔으로 떨렸다. 옥자는 기수의 말을 듣고, 남편이 가족을 배려하며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해 왔는지를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그 사람... 항상 우리를 생각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않았어요." 그녀는 흐느끼며 남편의 손을 꼭 쥐었고, 지혜도 그 곁에서 조용히 눈물을 닦으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지혜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그의 얼굴을 보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버지... 저희가 옆에 있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아버지를 지켜드릴게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눈물이 담겨 있었지만, 그 안에는 아버지에 대한 깊은 사랑과 결심이 엿보였다.


그날 이후, 선장은 지혜의 결혼 문제와 자신이 떠난 후 배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기수와 함께 상의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남은 시간을 정리하고 싶어 했고, 지혜와 덕수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자 했다. 기수는 선장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님, 이제 지혜와 덕수도 알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직접 말씀하셔야죠. 그래야 모두 준비할 수 있잖아요." 선장은 기수의 말을 듣고, 덕수와 지혜를 불러 그들에게 진심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덕수와 지혜는 선장의 부름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선장은 평소와 달리 약해진 목소리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혜야, 덕수야, 그동안 너희에게 말하지 못한 게 많구나..." 선장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덕수와 지혜는 그의 굳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지 숨죽여 기다렸다.

선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자신이 지나온 날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처음에 몸이 조금 안 좋을 때, 그저 지나가는 감기라고 생각했었어. 바닷바람을 많이 쐬어서 그런 줄 알았지. 근데 점점 숨이 차오르고, 가슴이 아팠어도, 일을 멈출 수가 없었어. 우리 배를 몰고 나가는 건 나밖에 없었고, 같이 조업하는 베트남에서 온 친구들도 돈을 벌어야 했거든... 다들 가족이 있었으니까."


선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지친 눈으로 덕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그동안 품고 있었던 미안함과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덕수, 너를 만난 후에는 더더욱 빨리 너를 선장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내 몸이 점점 나빠지는 걸 느끼면서도, 너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싶었어. 그래서 무리하게 조업을 나가고, 그랬던 거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선장의 목소리는 점점 떨리기 시작했고, 덕수와 지혜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덕수는 그동안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 죄책감에 사로잡혀, 지혜의 손을 꽉 잡고는 한없이 울기 시작했다. "선장님... 왜 그런 말씀을 이제야 하세요... 저를 위해 그렇게까지 애쓰셨다니... 저는 그저 선장님께서 도와주시는 줄로만 알고, 감사하면서도 그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했어요..." 덕수의 목소리는 울음에 섞여 끊어졌고, 그가 얼마나 선장을 존경하고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지혜는 덕수의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며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아버지, 그동안 저희 몰래 그렇게 힘드셨다니... 저희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미안함과 사랑이 가득 차올랐다.

선장은 덕수와 지혜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며,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눈에는 고요한 바다가 담겨 있는 듯한 평온함이 엿보였다. "너희 둘 다 이제 나에게 남은 희망이다. 덕수, 내가 없는 후에도 이 배와 마을을 잘 부탁한다. 지혜를 행복하게 해 주고, 함께 이 바다를 지켜줘. 나에게 너희 두 사람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덕수는 눈물을 삼키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장님, 약속드릴게요. 지혜와 함께 선장님의 뜻을 이어갈게요. 이 배도, 이 마을도 제가 꼭 책임지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과 결의가 담겨 있었고, 그 결심이 선장에게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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