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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웅 Oct 19. 2024

전쟁의 시대(25)

제3부: 미래의 전쟁과 평화의 길 

제7장: 다극화 시대의 새로운 전쟁 양상

1. 다극 체제로의 전환과 갈등의 변형

21세기 들어 세계는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에서 벗어나 다극 체제로 점차 전환하고 있다. 냉전 이후 미국은 군사, 경제, 정치 전반에서 강력한 주도권을 행사하며 글로벌 질서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수십 년간 세계는 이 같은 단극 질서에서 다극화된 새로운 국제 질서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 구도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러한 두 강대국 외에도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들이 독자적인 외교적, 경제적 노선을 구축하면서 복수의 권력 중심이 형성되고 있다. 이 변화는 전 세계적 외교 관계와 갈등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과거 냉전 시기의 양극 체제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권력 블록들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유럽, 일본, 한국 등 기존의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중국 견제에 나섰고,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견제에 대응하고 있다. 인도 역시 자국의 경제적 성장을 기반으로 국제무대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며,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편중되지 않는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다극화는 각 국가들이 자국의 이해를 중심으로 외교적 연대를 모색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다극 체제의 확산은 국가 간의 협력과 갈등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양상을 띠게 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은 전통적인 군사적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에너지 정책, 경제 제재, 디지털 경제 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견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동맹 관계가 군사적 차원뿐만 아니라 경제적 경쟁과 상호 의존에 의해 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에너지 문제는 미국과 유럽 간의 주요 갈등 요소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과 셰일가스 수출을 강화하려는 미국 사이의 이해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다극 체제로의 전환은 전쟁의 형태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의 전쟁이 주로 국경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군사적 대립에 집중되었다면, 현재는 경제적 제재, 정보전,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이 주요한 전쟁 양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군사적 충돌 대신 경제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제재와 보복 조치, 첨단 기술 산업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국의 기술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적 전쟁의 특징은 물리적 전투보다는 경제적 타격을 목표로 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와 같은 전략적 자원의 공급망 교란은 국가 간의 경제적 경쟁을 넘어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갈등은 전통적인 군사 충돌보다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며, 세계 각국의 경제 구조와 외교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극 체제의 확산은 각국이 다양한 지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갈등을 겪도록 만든다. 러시아와 서방 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대표적인 예로, 이 전쟁은 단순히 동유럽 지역의 문제를 넘어 유럽 전역과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는 이 전쟁을 통해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연합과 나토(NATO)의 대응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은 다극 체제는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며, 국제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연대와 대립을 동시에 촉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는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동, 아프리카, 남미와 같은 지역에서는 독자적인 경제 및 정치적 연대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중동의 산유국들은 에너지 가격과 생산량을 조절하며 글로벌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는 자원과 인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다극 체제로의 전환은 각국이 기존의 동맹 구조를 재정비하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외교 전략을 모색하게 만든다. 이는 국제 관계의 유동성을 증대시키고, 향후 세계 정치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극화 시대에서의 갈등은 단순한 국가 간의 군사적 대립을 넘어, 경제, 기술, 정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각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 사회가 새로운 형태의 협력과 대립에 대비하고,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질서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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