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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웅 Oct 19. 2024

전쟁의 시대(26)

제7장: 다극화 시대의 새로운 전쟁 양상

2. 기술 패권과 사이버 전쟁의 부상

21세기 들어 전쟁의 양상은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과 사이버 전쟁의 확대라는 새로운 측면을 더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5G 통신 등 첨단 기술의 발전은 군사적 역량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보적 우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기술 패권이란 특정 국가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해, 경제와 안보 면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나가는 상태를 말한다. 21세기 초반까지 미국은 이러한 기술 패권을 주도해 왔으나, 최근 들어 중국이 급속한 기술 발전을 이루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인공지능과 5G, 반도체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를 하여,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중국 견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통해 중국의 기술 성장 속도를 늦추려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의 일환으로 미국은 주요 반도체 제조 장비 및 소프트웨어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의 반도체 자급화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이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 활용에서도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I 기술과 반도체는 드론, 자동화 무기 시스템, 정밀 유도 무기 등 현대적 전쟁 시스템의 핵심이다.     


기술 패권 경쟁과 함께, 사이버 전쟁은 이제 전통적인 군사적 충돌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중요한 전략적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사이버 전쟁은 국가 간의 갈등이 물리적 전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사이버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해킹, 정보 탈취, 인프라 공격 등을 통해 상대방의 안보를 위협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사이버 전쟁은 그 특성상 국경을 초월하며, 은밀하게 진행되어 발견과 대응이 어려운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다.     


러시아는 사이버 전쟁의 주요 행위자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정치적 안정성을 흔들기 위한 다양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려 한 시도를 들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정치적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여, 사이버 공격을 통한 여론전과 혼란 조성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공격은 물리적인 군사 충돌보다도 훨씬 은밀하게 진행되며, 정치적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 외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갈등 과정에서도 전력망 마비와 같은 사이버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핵심 인프라를 타격하려 한 사례가 있다.


중국 역시 사이버 전쟁의 주요 행위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의 주요 정보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을 통해 경제적, 정치적 정보를 수집하고, 때로는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러한 사이버 공격은 단순히 정보 탈취에 그치지 않고, 상대 국가의 인프라를 마비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전력망, 통신망, 금융 시스템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통해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들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킹이 아닌 국가 간의 전략적 공격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갈등이 물리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이버 전쟁의 위협이 점점 커짐에 따라, 각국은 사이버 방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사이버사령부(USCYBERCOM)를 중심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동맹국들과의 사이버 방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NATO 역시 사이버 공격을 군사적 공격과 동등하게 간주하여, 회원국들이 사이버 공격에 대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사이버 전쟁의 위협이 단순히 국가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보여준다.


사이버 방어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는 사이버 전쟁에 대한 규범을 제정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유엔(UN)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행위 규범을 논의하고, 각국이 사이버 공격을 통해 불법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협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범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각국 간의 신뢰 구축과 합의가 필수적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 간의 불신과 경쟁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협약의 실질적인 시행은 여전히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사이버 전쟁은 국가 안보뿐 아니라 경제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러시아와 연계된 사이버 공격인 '낫페트야(NotPetya)'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공격이었지만, 글로벌 물류 회사인 머스크(Maersk)와 제약 회사인 머크(Merck) 등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이는 사이버 공격이 특정 국가를 넘어 글로벌 경제의 중요한 부분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 부문 역시 사이버 방어에 나서고 있으며, 보안 설루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국가와 협력하여 사이버 위협 정보를 공유하며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 통신, 에너지 등 국가적 중요 인프라를 관리하는 기업들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필수적으로 여기고 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과 사이버 전쟁의 확산은 21세기 글로벌 질서에서 주요한 변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가 간의 군사적 충돌을 넘어, 첨단 기술을 이용한 경제적 제재, 정보전, 그리고 사이버 공격 등 새로운 형태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국은 이러한 새로운 전쟁 양상에 대비해 기술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이버 방어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기술 패권과 사이버 전쟁은 국가 간의 힘의 균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국제 사회가 새로운 형태의 협력과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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