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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오 Dec 21. 2024

규리의 떡볶이

다음날 저녁, 진아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보니 규리가 떡볶이를 하고 있었다. 주방에서 퍼져 나오는 고소한 냄새는 진아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듯했다. 진아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규리에게 물었다.


“뭐야, 떡볶이? 너 진짜, 저녁은 먹었냐?”


규리는 그저 떡볶이를 저어가며 대답했다. “어… 나 어제 많이 마셨지?”


진아는 규리의 말에 눈을 크게 뜨며, 익숙한 목소리로 큰소리로 야단쳤다. “그래! 계집애야! 너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나! 술도 그만 먹어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돌아다닐 거야?”


“그럼 네가 말려줘야지!” 규리는 대꾸하며 떡볶이를 저었다. “그래도 니 남자 친구는 등신이라서 다행이지만.”


진아는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등신이라니! 말이 너무 심하다. 너 정말, 남자 얘기만 하면 화가 나냐?”


“등신이라니!” 규리는 진아를 향해 버럭 화를 내며 떡볶이를 한 번 더 저었다. “너 내가 말한 거 이해 못 해? 왜 남자 얘기만 하면 화가 나냐?”


진아는 규리의 화를 풀어주려고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장난이야. 근데 너 진짜, 그 남자 친구랑 어떻게 될 거야? 아직도 너네 관계 괜찮아?”


규리는 잠시 떡볶이를 저으며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냥 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그 사람도 바쁘고 나도 바쁘니까.”


“그래도 조심해야지.” 진아는 규리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덧붙였다. “너도 나이가 있는데, 너무 신경 안 쓰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어.”


“응, 알겠어. 근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 부담되잖아.” 규리는 떡볶이를 그릇에 담으며 다시 웃었다. “어쨌든, 너도 바쁜 일상에 치여 살지 말고 나랑 좀 놀아. 오늘 저녁, 한 잔 할래?”


진아는 규리의 제안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그건… 좀 고민해 봐야겠어. 나 오늘 좀 피곤한데… 그래도 내일은 되겠지?”


규리는 진아가 피곤해하는 걸 보고는 조용히 떡볶이를 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나 혼자 놀아야겠다. 어쨌든 너 어제 무슨 할 말 있다고 했잖아. 그게 뭔데?”


진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번에는 좀 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나 좀 이상한 일이 생겼어.”


“뭔데?” 규리가 떡볶이를 입에 넣으며 물었다.


“그게… 며칠 전부터 계속 뭔가 이상한 일이 있어. 그런 일이 계속 생각나고, 내가 그걸 놓아버리면 어딘가 불안하고…” 진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이상해, 내가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그 일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거 있지?”


규리는 떡볶이를 한 입 먹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그 일이 뭐야?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그런 거야?”


“그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자꾸만 계속 생각나서 말이야.” 진아는 손끝으로 테이블을 긁으며 계속 말했다. “그 사람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내가 왜 이런 일에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


규리는 진아를 보고 가볍게 웃었다. “으응 그래? 그럼 내다 버려! 그런 일들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


진아는 규리의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 “버리긴 왜 버려? 그냥 돌려주면 되지.”


규리는 떡볶이를 한 입 먹고는 진아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 아저씨가 병원에 있는 동안 계속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진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응, 그 아저씨는 아직 병원에 있을 거야.”


“병원에?” 규리는 떡볶이를 한 숟가락 더 먹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얘기야?”


규리는 떡볶이를 들고는 진아를 바라보았다. “그 아저씨랑 뭐가 있었는데?”


진아는 그 질문에 잠시 멈칫하며 대답했다. “그게… 그냥 내가 꿈에서 자꾸 그 사람을 보게 되는 거야. 꿈속에서 어떤 남자랑 함께 있는 거지.”


규리는 떡볶이를 한 입 먹고는 진아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꿈이었으면 그냥 지나치면 되는 거 아냐? 너도 알잖아, 꿈은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꿈속에서 그 사람이 자꾸 나를 안아주고 나랑 함께 있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현실에서도 그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진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뭔가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규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래도 꿈은 꿈이니까. 그런 거에 너무 신경 쓰지 마. 그 사람도 어쩌면 그냥 네가 그리워하는 사람일지도 모르잖아. 그냥 지나가면 될 거야.”


진아는 규리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떡볶이를 먹으며, 계속해서 그 꿈속의 남자를 떠올렸다. 그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 따뜻한 손길, 그 모든 것이 진아의 마음을 계속해서 사로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진아는 여전히 그 꿈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꿈일 뿐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웠다. 규리는 그런 진아를 보며 덧붙였다. “어쨌든, 너 떡볶이 먹으면서 좀 더 편안해지면 좋겠네.”


진아는 규리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입 더 떡볶이를 먹었다. 그래도 그 꿈은 계속해서 마음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진아는 혹시 소원 베개가 자기 얘기를 듣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좀더 조심하며 밤 늦도록 베개를 안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어제처럼 "베개님! 제 사랑하는 님은 어디에 있을까요?"


진아는 행복한 생각을 하며 편안히 꿈나라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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