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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오 Dec 21. 2024

진아의 인터뷰

진아는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로 직장인들의 재테크 성공 사례를 기획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직장을 다니며 작은 구둣방을 운영하는 금융인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일과 사업,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는 그녀가 찾던 완벽한 주제였다.

"그러니까, 이름이 박지훈 씨고, 본업은 대형 금융사의 차장인데, 퇴근 후에는 작은 구둣방을 운영하신다고?" 진아는 팀원들과 사전 회의를 진행하며 메모를 남겼다.

"네, 맞아요." 팀원이 자료를 넘기며 답했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구두 제작과 수리로 제법 안정적인 부수입을 올린다고 합니다.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고요."

"좋아. 이건 꼭 잡아야 할 스토리야.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랑 딱 맞아." 진아는 열정적으로 말했다.


그녀는 곧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1. 금융사에서 일하면서 구둣방을 운영하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 시간을 어떻게 분배하시나요? 본업과 부업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팁이 있다면?



3. 구둣방 운영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4. 재테크와 관련해 독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5.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질문지를 작성하던 중 진아는 문득 박지훈의 사진이 떠오르자 괜히 미소를 지었다. "잘생겼던데?"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가 주위 동료들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고 헛기침으로 상황을 무마했다.


다음 날, 사진기자인 혜진과 스케줄을 맞추는 일이 시작되었다.

"혜진, 내일 인터뷰인데 시간 괜찮아?"

"내일? 음… 오전 촬영만 끝나면 오후엔 괜찮을 것 같아. 그런데 박지훈 씨가 그렇게 잘생겼다며?"

"뭐, 그냥 그렇다는 거지…" 진아는 당황하며 대답했지만 얼굴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혜진은 그 모습을 보며 살짝 웃음을 참았다.


인터뷰 당일, 진아는 평소보다 신경 써서 옷을 골랐다.

"너 오늘 약간 꾸몄네?" 혜진이 놀리듯 말했다.

"그런 거 아니거든!" 진아는 부인했지만, 내심 박지훈을 만나는 설렘을 숨길 수 없었다.


구둣방에 도착한 진아는 박지훈의 따뜻한 미소에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박지훈 씨. 인터뷰를 맡은 최진아입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들어오세요." 박지훈은 친절하게 안내했다.


인터뷰를 한참 진행 중일 때 창밖에는 부드럽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희미하게 몇 송이가 떨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점점 더 많은 눈송이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흩날렸다.


거리는 순식간에 흰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우산을 펼치거나 손으로 눈을 털어내며 겨울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진아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눈 내리는 풍경에 빠져들었다. 차가운 공기가 볼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녀의 마음은 따뜻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눈이 오면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지 않으세요?" 박 차장도 창밖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진아는 점점 대화에 몰입했다.

"그러니까, 퇴근 후에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뭔가를 하실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진아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열정도 있지만,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힘들어도 즐거운 거죠." 박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 대답에 진아는 갑자기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이어갔다.

"혹시 시간이 부족하진 않으세요? 개인적인 생활은 어떻게 챙기시는지 궁금해요."

"시간 관리는 어렵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정리되더라고요."


박지훈의 대답에 진아는 점점 오버하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세요! 제가 아는 분 중에 이렇게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분은 처음이에요!"

혜진이 옆에서 진아를 쿡 찌르며 속삭였다. "진정 좀 해. 너무 티 난다."

하지만 진아는 멈추지 않았다.

"혹시 이런 멋진 분과 점심 한 번 같이 할 수 있는 행운이 제게 주어진다면… 아니, 그건 제가 나중에 생각할게요!"


박지훈은 웃으며 답했다. "그럼 언제든 말씀하세요."


인터뷰가 끝난 뒤, 혜진이 진아에게 말했다.

"너 오늘 너무 들떴어. 기사에 박지훈 씨 얼굴 말고 너 심경 고백만 실릴 것 같아."

"아니거든! 난 그냥 프로페셔널하게 질문한 거야." 진아는 부인했지만,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진아는 혹시 박 차장이 그 운명의 남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진아는 오랜만에 정말 행복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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