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부모자녀 관계에서의 화
가장 아름다운 관계로 꼽히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서도 분노는 생긴다. 매시간 함께 지내야 하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서 분노를 포함한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엄마이기 때문에 아빠이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 분노를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거나 혹 아이에게 분노를 느끼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또한 천사 같은 내 아이는 분노와 같은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분노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감정 중 하나일 뿐이다. 단, 분노가 올바른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무조건 참아버린 분노는 언젠가 다른 형태로 분출되기 마련이다.
각자 놓인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그중에 가장 흔한 이유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컨디션을 확인하자 육아는 많은 신체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그에 반해 엄마의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소진되었을 때 엄마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는 분노로 이어져 아이에게 표출될 수 있다.
나의 성장배경을 살펴보자 부모의 성장환경은 자녀양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불행한 성장환경이 아니었어도 우리는 성장하면서 완전하지 못한 부모, 선생님, 다양한 환경으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하며,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렇게 부모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된 심리적 특성이 자녀의 특정 행동이나 상태에 투사되어 필요 이상의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
양육기준이 명확한가 양육기준이 모호하면 감정적으로 양육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허용하지 않던 아이의 행동을 부모의 기분에 따라 허용하기도 하며, 늘 아이에게 허용해오던 일도 감정에 따라 허락하지 않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이도 부모의 기준에 따라 행동해보려 노력하다가, 추후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준이 모호할 때 자녀는 부모의 기분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하기도 하고, 무엇이 옳은 행동이고 그른 행동인지 파악하기를 포기하고 기분내키는 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자녀의 이러한 행동은 부모와 마찰을 일으키기 쉬우며, 부모는 자녀에게 더 빈번하게 화를 내게 될 수 있다.
화 표출 창구를 확인하자 화는 누르면 누를수록 더 높게 튀어 오르는 용수철과 같다. 양육에서 오는 화를 무조건 참고 누르게 되면, 반드시 어떠한 방식으로든 언젠가 아이에게 표출되기 마련이다. 양육에서 오는 화와 스트레스를 충분히 해소할 만한 창구를 내가 가지고 있는지, 그때 그때 화를 잘 해소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어떻게 어린아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죠?"
아이가 화를 못 이겨 부르르 치를 떤다던 지, 인형의 눈을 볼펜으로 찌르며 논다던 지, 화가 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얼굴이 매섭게 변한다던 지, 심지어는 부모의 신체를 가격한다던 지 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엄마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묻곤 한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아이들도 분노를 느낀다. 올바른 분노 표출 방법을 모를 뿐이다. 아이들의 경우, 자아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결정이 부모의 지시와 의견에 부딪혀 제한을 받는 과정에서 분노가 생긴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몸이 피곤하거나 본능이 충족되지 못했을 때 부모와 더 많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며, 이로 인해 부모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면 분노는 점점 더 커진다. 동생이 생겨서 유일한 대상인 엄마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낄 때도 분노를 느끼며, 어른들처럼 무시당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도 분노를 느낀다.
이처럼 아이들이 분노를 느낄 만한 이유는 일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아이들도 엄청난 분노를 느낄 수 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분노는 나쁜 감정이 아니다. 어떻게 표출되는지가 중요하고 이해해주어야 할 감정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엄마와 아이 서로를 향한 '이해'가 시작된다.
질문) 아이가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고 엄마를 때립니다. 아이들의 분노가 당연하다면 이런 것도 받아줘야 하는 건가요?
답변)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잘못된 방향으로 분출, 특히 생명이 있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분노를 표현한다면 단호한 제지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단호한 제지를 하는 데는 요령이 있습니다. 무조건 체벌로 아이의 행동을 제지한다면 이는 아이들의 내면에 더 큰 분노를 키우게 됩니다. 먼저, 부모 본인이 화가 났을 때 행동을 점검해 보세요. 만약 아이와 같은 부노표현방법으 구현하고 있다면 어떠한 체벌 혹은 훈육을 하더라도 아이의 분노 표출방법을 교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가 분노를 표현할 때 놀라지 말고 침착하게 아이의 감정을 읽어줍니다. 감정을 읽어주어 아이가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면 "그래 그래서 네가 화가 났구나. 하지만 물건을 던지거나 엄마를 때리는 행동은 할 수 없어"라고 표현해주세요. 잘못된 행동이 무엇인지를 전달했다면 그다음 올바른 분노 표현방법을 제안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노에 대한 인식 바꾸기 아이들이 분노를 마구잡이로 표출할 때, 부모들이 아이들의 행동에 경악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분노를 나쁜 감정으로 인식하고 죄책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분노를 숨기게 되고, 분노는 본연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분출된다. 아이들이 분노를 표현할 때 놀라는 리액션을 취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세요 아이들이 분노를 표현하는 데에는 자신들의 분노를 알아달라는 메시지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아 네가 지금 화가 많이 났구나"와 같이 감정을 읽어주면 본인들의 메시지가 무시되지 않고 받아들여졌다는 느낌만으로 아이들의 분노는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분노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를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너 한번만 더 그러면 혼날 줄 알아" "뭐 하는 짓이야!" "그런 못된 짓 하면 ㅇㅇ 안 해줄 줄 알아" 등 명령, 협박, 비방을 통해 상황을 빨리 통제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분노가 무시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하여 더욱 큰 분노와 부모에 대한 배신감을 갖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주의할 것은 아이의 미숙한 분노표출행동을 모두 오냐오냐 긍정해주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분노를 이해해준다는 것은 아이의 분노를 이해하려 부모가 노력하고 있고 언제든 공감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올바른 분노표현방안을 제시합니다 화가 난 이유를 물을 때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감정을 읽어주어 아이의 감정을 존중 및 공감해주면 아이는 대화할 준비를 하는데, 이 타이밍이 아이의 분노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 타이밍이다. 아이가 분노에 차 있을 때 "너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말을 해봐!"라고 해 보았자 아이는 대답할 리 없다. 적절한 타이밍에 화난 이유를 묻고, 아이들의 대답이 터무니 없는 것일지라도 비웃지 않고 "아 네가 그래서 화가 났었구나"라고 말해줘 보라. 혹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아 기계처럼 말하게 되더라도, 아이의 눈에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이 비춰질 것이다. 그 모습만으로도 아이의 분노는 숨을 죽일 것이다. 분노의 김이 한 단락 식었다면 이 타이밍이 아이의 분노표현방법을 교정해 줄 타이밍이다. 잘못된 행동을 알려주고 올바른 분노표현방안을 제시해준다.
명확한 양육기준을 세웁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마찰을 줄여줄 수 있도록 양육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해도 되는 행동은 아이가 시험을 0점 받아와도 해도 되는 것이고,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은 아이가 100점을 받아와도 해서는 안되는 행동으로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감정적인 양육을 하지 않을 때 아이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이는 부모-자녀 간의 마찰을 줄여주어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분노상황 역시 줄여줄 것이다.
아이의 분노를 이해해주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아이들의 행동변화를 보면서 부모의 분노도 서서히 줄어든다. 결국은 부모도 아이도 서로의 분노를 이해 받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때를 기다리며 첫 스타트를 부모가 먼저 끊어주는 건 어떨까? 분노는 결코 나쁜 감정이 아니다. 이해 받지 못해서 억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