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기 May 28. 2023

탁구대회 방문기

탁구 14주 차





  어느덧 탁구를 시작한 지 100일이 되어간다. 올해 목표를 탁구 랠리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과 탁구대회를 가보는 것으로 세웠는데 랠리는 아직 연습 중이기는 해도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하면 될 것 같아서 내년 또는 내후년에 나가고 싶은 탁구대회를 다녀왔다.


  동호회 사람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왔다. 탁구의 종착지라고도 할 수 있는 탁구대회를 치르는 모습을 보니 이 생활스포츠를 계속해 나간다면 나에게 잘 맞 부분들과 잘 맞지 않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점 1. 대회 자체가 강한 체력을 요구한다.


  마라톤 같이 기록을 측정하는 운동이나 복싱과 같이 주어진 시간이 있는 운동은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한다고 해도 그 시간만 대회를 치르면 된다. 하지만 탁구는 여러 사람들과 짝이 되어 시합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계속해서 경기를 해야 한다.


  물론 예선에서 탈락하면 이어지는 경기가 없지만 복식과 단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남은 시간을 대기하는 것 자체가 체력소모가 큰 일이다. 그래서 대회의 형식은 나와 잘 맞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 또한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므로 개선이 요구된다고 생각했다.


단점 2. 생각보다 비체계적이다.


  탁구 시합의 심판을 정해주지 않고 아는 사람을 데려온다던지, 파울을 해도 정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던지,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다른 탁구대의 공들과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 같이 실력 외에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가 많다.


  탁구 실력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에 다양하게 머리를 쓰는 사람이 유리하도록 되어있는데 이런 면에서는 내 성격상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단점 3. 집단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탁구대회에 가보면 동호회나 탁구장별로 사람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모여 앉아서 같이 경기를 하거나 대기하거나 응원을 하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탁구의 큰 재미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어느 한 집단에 소속되지 못하거나 겉돌 때에는 대회에서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탁구 대회는 같은 소속이 아니더라도 서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교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장점 1. 대회를 준비하면서 체력이 늘 것이다.


  탁구대회를 다녀와보니 왜 대회를 몇 년간 연습해야 나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랠리가 가능해지기 전에는 랠리만 하게 되면 게임은 금방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게임을 하려면 기본동작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시킬 수 있도록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임을 시작하는 것도 이 정도인데 떨리는 대회장에서 자신처럼 연습한 누군가를 이기며 평소 실력을 발휘하려면 상당한 연습량이 뒷받침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이 대회인 것처럼 탁구장에 상주해야 하는 것이다.


장점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


 어린 시절 탁구를 했건 주변에 탁구를 하는 사람이 있건간에 현재의 부수는 그 사람의 실력을 어느 정도 나타내주기 때문에 같은 부수에서는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다.

 

  실력은 연습량과 비례하여 나타나는 비교적 정직한 요소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하면 비체계적인 다른 요소들도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점 3.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과 하나의 목적으로 모여서 같은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마치 어린 시절 학교 체육대회로 돌아간 것처럼 우리끼리의 축제로 여긴다면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처럼 나에게 있어서 탁구대회는 단점들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게 해주는 장점들도 있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탁구를 계속해나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 8시간을 일하고, 8시간을 휴식하고, 남은 8시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일과 휴식도 중요하지만 1/3밖에 되지 않는 개인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만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행복한 삶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고 요리를 하고 전시회와 여행을 다니며 외국어, 악기, 스포츠의 분야에서 1~2가지씩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길 때 내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포츠 분야에서 선택한 것이 바로 탁구이다. 100일을 했으니 1000일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회에 나가는 그날까지 파이팅!

이전 12화 탁구와 피아노의 공통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