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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May 02. 2023

탁구의 지향점

탁구 11주 차


  나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딱히 거부당하거나 안 좋았던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람들이 환대해 주는데도 그 속에서 혼자 겉돌고는 한다. 어떤 것이든 골고루 잘하는 편이지만 무엇 하나 특별하게 빠져 살지 않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인생에서 가장 열정이 있었던 때는 교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어릴 적부터 공부하는 것은 그럭저럭 자신 있었으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 말고는 잘 모르겠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성실한 삶 말고 크게 와닿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대신에 건강한 여가로 즐길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운동을 잘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가족끼리 먹을만한 요리나 베이킹도 하고 피아노도 친다. 해마다 여행도 잘 다닌다. 크게 열정적이지는 않아도 그렇게 소소하게 사는 게 재밌다.


  탁구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만큼 탁구에 시간과 노력을 쏟았고, 그래서 삶이 탁구로 많이 채워진 상태였다. 내 삶은 아직 아니다. 탁구보다 다른 것들로 채워져 있다.


  탁구를 하다 보면 채워지는 시간과 노력들만큼 내 삶도 그만큼 변해갈 것이다. 남들보다 덜 채워진다고한들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닌 나에게 맞는 것들로 채운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내가 탁구를 하면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다.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듯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나아가는 마음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존중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얻는 게 참 많은 감사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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