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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May 09. 2023

탁구장의 그녀들

탁구 12주 차


  여러 사람들이 모인 모임도 사람처럼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다. 모임의 정체성은 대부분 해당 모임의 구성원 다수의 공통된 특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탁구는 여성보다 남성의 비율이 높은 운동이며 젊은 세대에서는 특히 그렇다.


  동호회를 다니면서 2030 나이대의 여자들은 어떤 이유로 탁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이유는 다양했는데 가족이 탁구를 해서 시작하게 되었거나 어릴 적에 배웠던 경험이 있거나 직장생활과 관련한, 또는 역으로 무료한 직장생활을 떨쳐버리기 위한 취미활동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았다. 그리고 탁구를 하면서 남자들과 크게 다른 모습도 발견하지 못했다. 어쩌면 집단의 소수인 사람들인데 탁구를 좋아하는 마음이나 열정이 나이와 성별로 그녀들을 바라보지 않게 만든 것 같다.


  랠리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1대 1로 만난다. 짧으면 10분, 길면 1시간에 가깝게 함께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보면 서로의 모습도 보인다. 사회에서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가 첫눈에 보이고, 나이나 하는 일 등을 먼저 알게 된다. 하지만 함께 랠리를 할 때는 그런 것들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그냥 지금 나와 함께 탁구를 치는 그 사람 자체일 뿐이다.


  탁구를 하는 모습이 그 사람의 모든 면을 나타내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탁구 모임에서는 탁구에 대한 태도와 함께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그 모임의 특징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탁구 모임에 나가는 이유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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