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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기 Jun 07. 2023

탁구장에 적응하기

탁구 15주 차


  탁구를 치기 시작한 지 100일쯤 되는 날을 기점으로 탁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아마 대회에 다녀와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동안은 탁구보다 같이 치는 사람들을 봤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아닌 탁구 그 자체에 관심이 간다.


  탁구장에 같이 칠 사람이 없어서 동호회에 나간다고 하니 코치님께서 자기가 보기에도  시간대에 나랑 같이 칠만한 사람남는 테이블이 없다고 했다. 코치인 본인도 그렇게 느끼는데 입문자인 나는 더욱 힘들 것이라고 공감해 주셨다.


  그리고 공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습할 상대를 구해주셨다. 한 명은 뛰어난 실력과 엄청난 열의를 가지고 있는 젊은 남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나와 수준이 비슷한 6개월가량 된 젊은 여성이었다.


  두 명 모두 연습하는데 의미가 있었다. 전자는 내가 잘 못해도 받아주기 때문에 연습은 잘 되긴 해도 부담감이 있었다. 반면에 후자는 비슷한 실력이라 부담감은 덜해도 계속 공을 주우러 다녀야 했고 그러면서 같이 쳤던 사람들이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확실히 다양한 사람들과 쳐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의미를 부여해서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100일, 6개월, 1년은 확실히 터닝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복싱이든, 피아노든, 무엇이든 간에 100일이 최소한의 버티는 기간이라면 6개월은 기본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기간이다. 그리고 그것을 적용하는데 또 반년이 더 걸린다. 그래서 1년이 되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감이 잡힌다. 그렇게 2~3년은 해야 초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순간들에 그만두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 목표는 1년이지만 계속하다 보면 8부가 되고 7부가 되어 대회에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니면 말고.


  코치님 말씀으로는 내가 게임을 할 수 있게 되려면 3개월가량 더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때부터가 시작인 느낌도 든다. 1년 후가 진짜 시작일지도, 7부가 되면 그때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내가 있어서 미래의 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작 3개월 차인 지금의 내 탁구도 참 소중하다.


  벌써부터 탁구를 잘하게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관심과 흥미가 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부디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를, 끝까지 해서 탁구만화도 자가출판하고, 해외여행 가서도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즐겁게 탁구칠 수 있기를 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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