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와의 대화 (2)
“그렇다면 선생님. 저는 젊을 때까지만 놀면서 살다가 가고 싶어요.”
[어른과 시곗바늘]
피터팬의 불구대천의 원수이자 악당 후크선장. 어른을 대표하는 현실 속에 살아가는 그는 일평생을 쫓기다 죽임을 당한다. 극악무도했던 그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은 다름 아닌 “시계 소리”였다. 똑딱 악어가 집어삼킨 자신의 왼손과 함께 악어의 뱃속에서 똑닥 거리던 시계 소리가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선생님 피터팬이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었나요?”
후크선장은 네버랜드에 살지 않는 모든 어른과 인간을 상징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그 두려운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우리는 평생을 발버둥 치고 도망치지만 결국에는 가까워지는 시곗바늘 소리와 함께 공포 속에 죽게 된다. 우리가 늙어가고 그럼으로써 죽음에 더욱 가까워질수록 우린 발버둥 친다. 모든 힘이 다 빠져 기진맥진해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우리는 도망치지. 시간이 성큼 우리 뒤로 다가와 있다는 걸 잊기 위해서 계속 무언가로 도망치고 있어. 괜찮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무언가로 도피하지.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현실을 도피하는 것과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방황하는 일은 조금 달라.
내게 피터팬은 도피야. 어른이 되길 거부한 몸집은 다 커버렸으나 여전히 아이 같이 징징거리고 있는 이들을 말하지. 그들의 인생이 무조건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말해둘 게 있어. 자기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어. 책임질 누군가가 존재하는 건 어디까지나 어린아이들 뿐이야. 그 판단력 조차도 온전하지 못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책임을 묻지 않는 거지.
[무엇을 위해서]
직전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게 없다면 방황이라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했던 내가 왜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지 너는 상당히 의아하겠지. 네가 싫어도 시간은 너를 향해 다가올 거야. 너는 방황하는 시간 동안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 거지 결국 네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했다는 말이야. 나는 너의 인생을 일정한 기준으로 재단하고 평가할 생각은 없지만 욜로가 주는 공허함은 너를 절대로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
방황은 아파하는 과정이지 방탕과는 완전히 다른 거야. 도망치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너라는 사람을 찾아가라는 뜻이었어. 지금까지는 그것 조차 허락받지 못한 삶을 살았잖니?
자기를 잃어버리는 시대는 자기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조차 몰라. 자기가 누구인지 말할 수도 없고 자기 존재의 의의와 방향성 조차 잃어버렸으니 삶의 주첵 성을 잃고 진정한 의미의 방황을 시작하는 거지. 방향성을 완전히 상실했으니 너는 쓰다 버릴 부품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채운 거야.
너를 위해서 살라는 말은 너의 존귀함을 훼손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말이야. 심지어 너 자신조차도. 그렇기 때문에 잠시라도 네가 누구인지 알아야 해. 너를 정의할 수 있어야지 지금 지켜줘야 하는 존재가 뭔지 알 거 아니니?
[후크선장이 쫓기는 시간]
작중 후크선장은 독선적이고 외로운 존재야.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부하를 바다에 빠뜨리는 잔인한 선장이자 해적으로 묘사되지. 그렇기 때문에 그는 더욱 악어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어. 자기의 무력이 통하지 않는 죽일 수 없는 시간은 오히려 자기를 삼키기 위해서 쫓아오기 때문이야.
어른이 되면 외로워질 수 있어. 실제로 외롭지. 네가 피터팬에서 후크선장이 될수록 너의 주변에 진정한 의미로 너를 따라다닐 팅커벨 따위는 없을 테니까. 이해관계에 따라 모인 해적단이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후크선장은 어른이지만 어떤 의미로는 아주 엇나가버린 어른을 의미하기 때문이야.
그게 바로 악어의 존재 유 무지. 자신을 쫓아오는 시간을 타고 달리는 서퍼가 있는 반면에 시간이란 파도에 삼켜 죽는걸 두려워하는 이들도 존재하지. 책임질 수 없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야. 발악하면서 결국 자기가 즐기고 누리고 싶은 쾌락읅 쫓은 이들. 아주 본능적으로 살아온 그들이 바로 해적이지.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빼앗고 싶으면 빼앗지 그리고 항상 술을 마시며 잔치를 여는 거야.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윤리적으로 책임질 수 있을까?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그들에게 의미하는 건 힘을 잃고 죽임을 당할 미래밖에 없는 거지. 그 누구도 늙어 힘이 빠져버린 해적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야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지.
[책임]
결국 너의 인생은 오롯이 너의 책임일 수밖에 없어. 하지만 건강한 어른은 함께 살아가. 이 짐은 네가 짊어져야 할 짐이지만 시간은 외로울수록 무섭게 다가오거든. 하지만 그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 속에서 너의 존재를 알아가고 너의 가치를 입증 해갈 때야.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자신만의 가치를 찾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자존감은 천지차이지.
내가 너에게 방황을 해보라고 한건 그걸 위한 과정이야. 그리고 이 조차도 온전히 너의 선택에 달려있지. 네가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너는 현실을 부정하는 피터팬이 될 수도, 현실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후크선장이 될 수도, 그리고 이런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은 채 그저 자기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되어갈 이름 없는 어른들이 될 수도 있지. 너의 이름은 너의 이야기에서 찾으면 돼. 너의 자아 정체성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다가오는 시간을 담대히 맞이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