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글이란 읽는 매력과 쓰는 매력이 저마다 다르다. 필자 같은 경우는 읽는 것이 즐거워지기 시작할 무렵 창작에 대한 강한 열망을 느꼈다. '이 재밌는걸 나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조차 들기 이전에 머릿속에서는 이미 여러 이야기와 서사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세계와 그 속의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지는 사건들은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내 생각의 중심으로 밀려들어왔다. 작은 방파제로는 거대한 파도를 막을 수 없듯이 한때는 이러한 상상력으로 인해 고민을 했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 이야기들을 글로 옮겨 담지 않았다. 돌아보면 끈기와 책임감이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 방대한 꿈에 비해 실행력은 미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이선 순간이 있다. 단순히 취미나 제2의 직업을 찾기보다, 위대한 문학가로 이름이 남는 것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였다. 그날의 나는 글을 써야만 숨통이 트일 것만 같았다. 답답하고, 억울하고, 가슴이 미어지고, 무력하고 우울할 때면 나는 늘 글을 적어왔다. 사람들이 읽든지 말든지 나는 내 할 말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말은 적어도 내 손을 떠나는 순간까지는 내가 외부로 내보낼 수 있을 만큼 다듬고 또 다듬어져야 했다. 글을 사랑했는지 글을 적는 나를 사랑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면서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지고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 글은 나에겐 일상을 이루는 요소가 되었다.
사진 출처 Unsplash일단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일단 글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다음은 사실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들이다. 쓸 수 있는 만큼 계속 써봐야 한다. 단, 한번 썼더라도 거기서 마음을 온전히 거두지 말고 다시 돌아보면서 글을 다듬고 또 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그래야 한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전혀 다르게 전개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말이라도 한번 새롭게 써보는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앞선 모든 문장에서 빠지지 않는 말은 "씀"이라는 것 자체다.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일단 써보는 일이고, 마지막까지 놓지 않는 일이다. 다른 누군가의 새로운 지식을 알고, 다른 생각을 경험하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인 일은 나의 세계를 언어로 꺼내어 다듬고 또 색칠하고 덧 그리는 일련의 과정이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라 내게서 나온 글이기 때문이다.
뭐든 마음먹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마음먹는 것보다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시작이 반이란 것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글이 당신이 글을 쓰기 위한 자세이자 철학적인 세팅이라고 한다면 이 글에서는 글을 쓰라는 격려와 종용을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글을 쓰는 일이란 넓은 바다 위에 위태로운 조각배를 띄우는 일이기도 하고, 폭발하는 용암이 해수면 위까지 뚫고나와 섬과 산을 이루는 지각변동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글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당신을 사랑해야 한다. 당신의 글을 가장 잘 알고, 제일 먼저 마주 보는 건 바로 자신인 까닭이다.
기획하고 짜는 단계를 잘 거치지 못했다는 두려움이 있더라도 글을 시작하고 나면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보인다. 그러나 시간축을 더욱 넓게 바라본다면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끝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는 게 바로 글을 쓰는 일이다. 당장 문장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가? 성장하는 과정만큼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일단 펜을 들고 손을 움직여보라. 당신이 일단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