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광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주말의 끝자락, 까닭 모를 피로와 죄책감에 뒤척인 적이 있으신지요. 수백 명의 연락처를 넘기면서도 마음 둘 곳 없어 적막했던 밤, 혹은 아무리 땀 흘려 일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팍팍한 삶 앞에서 남몰래 한숨을 삼켰던 그 모든 순간들.


우리는 흔히 이 짙은 고단함을 '나의 노력 부족'이나 '나약한 멘탈'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겪는 그 무력감은 과연 온전히 당신만의 잘못일까요?


한병철, 마이클 샌델, 지그문트 바우만 등 위대한 사상가들의 렌즈를 빌려 우리의 아픔을 진단하지만, 결코 차가운 학술서로 머물지 않겠습니다. 상처 입은 당신의 일상에 가만히 다가가, 조각난 세계 속에서도 다시 서로의 온기를 기대어 내일을 살아갈 힘을 묻고자 합니다.




평안하신지요. 우리가 마주한 이 숨 가쁜 일상 속에서, 문득 길을 잃은 것처럼 막막하고 헛헛해질 때가 있습니다. 개인의 탓으로만 돌려졌던 우리의 피로와 우울, 그리고 팍팍한 현실의 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어 긴 호흡의 글을 엮어보았습니다.


새롭게 연재를 시작하는 13부작 시리즈의 원제는 <시대의 공백>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고민하며 '부서진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으로 정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글이 속 시원한 정답을 주는 글은 아닐지 모릅니다. 아쉽게도 말입니다. 저는 우리가 앓는 질병 하나를 들춰낼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이 '현대인이라는 질병'을요.


이것이 결코 당신 혼자만의 잘못이 아님을, 그 상처의 틈새로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편지가 되기를 소망하며 적어 내려갔습니다.


바쁘신 일상 중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언제든 들러 한 편씩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image.jpg (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