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경이로운 눈물

푸른 사자 와니니와 아이브앨범의 콜라보예요

by 엄살

"엄마!!!!!!!!"

"응?"

"으앙~~~~~~~~~~~~~~~~~~~~~~~~"

"왜 그래?"

"아산테 아저씨가 죽었어요!!! 으앙~~~~~~~~~~~"

"정말? 어떡해?!!!"


10살 막내와 나는 얼싸안고 울었다. 녀석은 주인공의 친구가 죽어서 슬퍼했고, 난 녀석의 울음에 순간적으로 나의 아픔과 슬픔이 전이되어 눈물이 났다. 더불어 죽음에 대해 이제 조금씩 맞닥뜨릴 성장 단계에 들어선 녀석에 대한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참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녀석은 자라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울음을 터뜨렸지만 책을 읽다가 대성통곡을 한 건 처음이었다. 그동안 책을 건성으로 읽거나, 읽지 않거나를 고집했던 아이라 책 읽으면서 집중만 해줘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전부 <푸른 사자 와니니> 덕이다. 지난번 글에서 해리포터를 거부하는 녀석에게 바로 추천해 줄 책이 없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그 책을 우연히 쥐어줬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사자가 싫고, 무섭고, 집중이 안되고, 무슨 얘긴지 모르겠고를 수없이 반복하며 꼭 읽어야 되냐고 몸을 베베 꼬았다.


"일단 한 번만, 하루에 한 챕터씩만 읽어보자. 읽고 나서 소감은 딱 한 페이지만 쓰자."

못하겠다고 난리 치는 녀석을 지켜보면서 일주일을 버텼다.

와니니의 힘은 실로 위대해서(사자라 그런가) 일주일 후 매일 자기 전 한 챕터씩 읽는 루틴이 생겼다.

물론, 매일 시작 전에는 하기 싫다, 졸리다, 내일 할까 등등의 엄마의 인내심을 요하는 말들을 쏟아내긴 했지만, 일단 습관을 들이니 점점 책에 빠져드는 모습으로 변했다.


KakaoTalk_20241207_195457152.jpg 막내가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한 푸른사자와니니2,3권과 독서감상노트


녀석은 어느새 1권을 거의 다 읽고 있었다. 열심히 하는 녀석에게 한 권을 다 읽으면 '엄마랑 데이트시간'을 갖자고 했다. 데이트하면서 가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것을 말하면 들어주는 것이 '엄마랑 데이트시간'이었기에 녀석은 매우 좋아했고 그 여세를 몰아 1권을 끝까지 읽는 것에 성공했다.


독서노트를 넘기며, 맞춤법을 체크하고 소감에 대한 나의 감상을 적어주면서 노트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생각지 못한 소중한 선물이었다.





1권을 다 읽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2권으로 넘어가는 것에서 장애물이 생겼다.

"2권 읽기 싫어요. 아산테 아저씨가 죽었잖아요. 와니니가 너무 불쌍해요. 2권을 못 읽겠어요."

녀석은 시작부터 겁을 냈다.


"그러니까 한 번 읽어보자. 와니니가 궁금하지 않아?"

얼르고 달래서 2권을 폈는데, 첫 챕터에서 와니니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단다.

와니니는커녕 어떤 새의 이야기만 나와서 아무래도 이상하다며 자기는 와니니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며 또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미 1권을 읽으면서 나도 많이 단련된 터라 반은 흘려들으며

"응~~~ 그렇지, 그렇겠지."

그러면서 건성으로 넘기려고 애를 썼다.


역시 습관의 힘과 와니니를 보고 싶은 녀석의 열망이 작용해서 2권도 금방 빠져드는가 싶더니

"엄마, 저 아이브 앨범이 갖고 싶은데...."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이거다' 싶었다.


"엄마가 갑자기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뭔데요?"

"와니니 5권까지 읽으면 아이브 앨범 하나 사줄게."

"네, 정말요?"

"응"


스크린샷 2024-12-07 201343.png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녀석은 눈을 반짝였다. 아이브가 좋다고 매일같이 포토카드를 가지고 노는 시간이 힐링인 녀석이니 앨범은 또 어마나 좋겠는가? 나야 녀석이 5권까지 무사히 읽어준다면야 앨범쯤이야 기쁘게 사줄 수 있고 말이다.


우리는 바로 날짜를 계산했다. 한 권의 챕터가 보통 15개니 3주에 한 권을 읽을 수 있고 빠르면 겨울방학중간에 앨범을 선물 받을 수 있게 된다... 녀석은 시간 날 때마다 읽어도 되냐고 물었다. 당연히 되지.

"엄마, 내일 수행평가가 있는데요."

"응, 무슨 과목인데?"

"국어인데, 좋아하는 책 소개하는 거예요."

"무슨 책 소개할 건데?"

"당연히 와이니죠!"

"그렇지. 와니니지."(와니니 작가님 감사합니다!!!!!)


녀석은 수행평가날 이가 아프다면서도 수행평가 보고 오후에 치과에 가겠다며 씩씩하게 등교했다.

"수행평가 잘 봤어?"

"네, 와니니 얘기했더니 친구들이 좋아했어요."

"혹시 네 얘기 듣고 그 책 읽어보고 싶다고 한 친구 있어?"

"네, 한 명이요."

"우와, 정말?"

"학교 도서관에 1권이 있어서 빌려갔는데 진짜 재밌대요."

"잘됐네. 2권 빨리 읽고 반납해야 되겠다."


녀석이 1권을 다 읽은 기념으로 맛있는 빵집에서 빵을 먹으며 나눈 대화였다.

시작은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보자는 취지였는데, 그걸 거부하는 녀석을 설득하려다 내 삶이 더 즐겁고 풍요로워지고 있다. 오늘 먹은 빵은 와니니의 '이현'작가님과 아리따운 걸그룹 '아이브'에게도 선물로 보내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와니니가 7권까지 나왔다고 했는데, 그다음 책은 직접 골라보라고 해야겠다.


녀석과 책 얘기를 하고 있으려니 나도 눈이 근질근질한 게 책을 읽고 싶어 진다.

무슨 책을 읽을까? 즐거운 고민에 빠져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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