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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월령 Sep 22. 2023

일단 해라


돈 잘 버는 작곡가는 없다

#13 일단 해라


< 무언가 하지 않을 이유를 찾으려면
끝도 없이 나온다. >



        이번엔 이 책을 쓰고 있는 이유를 가볍게 적어보려 한다. 첫 번째는 당연히 돈 때문이 맞다. 내가 살아오며 들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경험했던 일들로 미루어 보아 "돈은 없어도 된다, 돈은 중요치 않다"라고 하는 사람이 제일 뒤가 구리다. 자신의 욕망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탈 없는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돈 때문은 맞지만 책으로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목적은 또 아니다. 바로 앞에서 꺼낸 말이 있어서 좀 웃기긴 하다만 정말 그렇다. 책이 갑자기 잘 팔려서 큰 이득을 챙길지는 결과를 보기 전엔 알 수 없는 부분이고 자신도 별로 없다. 그러면 이 귀한 시간을 들여 왜 글을 쓰고 있는가. 궁극적 이유는 결국 새로운 분야를 통해 성장하기 위함이고 나를 홍보하기 위함이다. 음악만 해서는 돈이 안 된다. 돈이 안 된다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정도로 다이나믹한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27개의 앨범을 직접 내보고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다.


음식점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첫 번째로 음식을 잘하는 집이 있다. 먹고 기절을 할 정도로 대단하진 않아도 <평균 이상은 하는, 적당한 동네 맛집> 정도라고 해보자. 맛은 있지만 혼자서 음식 하기도 바빠 홍보는 안 한다. '아는 사람만 아는' 느낌의 가게라서 동네 단골이 하루 평균 20명 정도 방문을 하고 처음 오는 손님은 거의 없는 곳이다.


두 번째는 음식은 좀 못하는 집이다. 잘 살펴보면 조금 지저분하고 실력이 떨어져서 평균보다 맛이 없는데 비주얼은 괜찮다. 한 번 방문한 사람은 만족도가 낮아 <현지인은 안 가는> 느낌의 가게이다. 그러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이용한 홍보를 잘 활용해서 신규 손님이 하루 평균 100명이다. 예시로 든 위의 두 집을 비교하자면 당연히 후자가 돈을 더 많이 번다. 요즘 시대가 그렇다. 그 정도로 마케팅이 중요하다.


내가 발매했던 앨범들은 들으면 바로 눈물을 쏟을 정도로 좋다고 소개하지도 않고 그렇게 평가받지도 않는다. 그래도 한 번 들어보거나 가끔 듣던 사람들은 취향에 맞는 경우 단골손님처럼 꾸준히 듣는다. 예시로 든 음식점 중 전자와 같은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내 음악뿐 아니라 대부분의 음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손님이 없다는 점이다. 자기 할 일, 먹고사는 일에 너무 몰입되어 홍보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2020년 첫 공연을 포함해 1년에 한 번씩 공연을 해서 3년간 총 세 번의 공연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마저도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이쯤 되면 한 번 해야 될 것 같아서 했다.


나는 피아니스트가 아닌 작곡가라 연주는 잘 못한다.
한 번 작업한 곡은 다시 잘 안친다.
작업할 때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겹다.
다시 연습할 시간에 새로운 곡을 만든다.


핑계였다. 사람 앞에 나서기 싫어서 위와 같은 이유로 회피했다. 연주에 자신이 없었다.


피아노는 배워본 적이 없고 자세도 이상하다.
페달 밟는 습관이 잘 못 들어서 소리가 끊길 때가 많다.
박자를 못 맞출 때가 많고 강약 조절도 못한다.


이처럼 무언가 하지 않을 이유를 찾으려면 끝도 없이 나온다. 모두 다 핑계였다. 공연을 할만한, 꼭 해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맛없어도 장사 잘 되는 집이 되기 위한 올해의 목표는 한 달에 두 번 이상 공연하기이다. 잘 지킬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최근 두 달간은 세 번의 공연을 했다. 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심지어 내일모레는 제주에서 공연이 있다. 정말로 제주까지 가야 한다. 예전 같았으면 멀어서 안 간다는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댔겠지. 내 기준에 나는 여전히 피아노 학원 다니는 중학생보다 연주를 못한다. 이전과 똑같이 페달도 잘 못쓴다. 한 곡을 안 틀리고 끝까지 한 번에 연주하는 경우가 없다. 내 연주는 진짜 별로다.


그래도 일단 한다. 부정적인 것들은 생각이다. 추상적이며 현실이 아니다. 그저 내 생각이다. 생각은 나를 나아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천천히 나를 좀먹는다.


나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대부분 내 공연을 좋아했다. 모든 사람의 만족도는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매번 잘 들었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또 누군가에겐 "지난번 보다 나아졌다, 늘었다"라고 평가받는다. 평생 타인의 평가에 기대어 살 순 없겠지만 이 순간 잠시 나를 긍정적으로 바뀌게 한다. 감사함을 느낀다. 혼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세상에 전공이어야만, 혹은 잘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내 생각엔 끝에 '사' 자 들어가는 몇몇 직업 말곤 없는 것 같다. 특히 예술은 더욱 벽이 없다. 난 작곡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런데 10년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공한 사람보다 곡을 훨씬 많이 쓰고 잘 쓸 수도 있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글을 전공했는가? 아니다. 문예 창작과를 나왔다거나 신춘문예에 등단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일단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마케팅하는 방법이고 성장시킬 수 있는 방향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으니까. 내가 당장은 글을 잘 못 쓰더라도 음악처럼 앞으로 10년간 어떻게든 해보면 잘 될 거라 생각한다. 일단 한다. 그러면 분명 안 하는 사람보단 훨씬 잘할 수 있다.


사실 맛없는 집이 되고 싶진 않다. 우선 좀 잘 팔리는 집이 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론 나쁜 짓 말곤 무슨 짓이든 덤벼보려 한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면 정말 어렵다.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고 찾아봐도 그 타당한 이유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죽을 것인가? 아니, 살 것이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잘 살아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당신이 무언가 해야 할 이유를 묻는다면 딱히 해줄 말이 없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많고 해야 할 이유는 적다. 일단 하라는 말밖엔 해줄 수 없겠다. 시작도 안 하고 결과를 알 순 없다. 나는 모른다. 결과는 현재의 당신이 가져다줄 테니.


일단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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