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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월령 Sep 21. 2023

예술은 재능이다


돈 잘 버는 작곡가는 없다

#12 예술은 재능이다


< "헛소리 말아라, 내 갈 길을 가겠다" 하고
계속하는 게 재능이다. >



        예체능계에서 항상 시끄러운 토론 주제가 있다. 예체능은 재능인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술, 음악, 운동 등.. 정말 재능의 영역일까? 내 생각엔 재능이 맞다. 아무리 해도 분명 노력으로 안 되는 영역이 있다. 이는 이전부터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긴 하지만 나의 경우 직접 사람들에게 작곡을 가르쳐보며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수업을 20분만 진행해 봐도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누군가는 피아노를 배웠는데도 잘 못하고 버벅댄다. 다른 누군가는 더듬거리긴 해도 알려주지도, 시키지도 않은 좋은 멜로디를 알아서 찾아간다. 전자와 후자는 분명 재능의 차이가 있다. 건반 누르는 걸 잠깐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다. 나는 이 일을 10년 넘게 해왔으니 모르는 게 이상하다. 예시로 든 둘은 음악을 제대로 시작한다면 성장 단계에서 제법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그럼 예체능은 재능이니까 재능이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말일까? 당연히 그런 말을 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 같은 기간을 투자하면 둘은 엄청난 차이가 나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재능이 조금 부족할지언정 꾸준히 하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뭔가는 된다. 이건 단순히 노력하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쉽게도 재능을 뛰어넘는 노력은 없다.




   나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데에는 재능이 없다. 연주 실력으로 따지면 피아노를 직업으로 치는 사람이라고 하기에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지인이든 누군가가 옆에서 나를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하면 "아닙니다, 그냥 작곡가입니다."라고 정정하기 바쁘다. 가요 장르를 보면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가 있고 노래를 하는 가수가 있지 않은가. 둘 중에서 나는 가수가 아니라 작곡가인 것이다. 물론 요새 들어 유명 싱어송라이터가 많아졌지만 순수 작곡가가 노래를 잘하는 경우는 꽤 드물 것이다.


작곡가는 곡을 잘 써야 하고 노래는 당연히 가수가 잘해야 한다. 근데 연주 음악의 경우도 싱어송라이터처럼 곡도 잘 써야 하고 연주도 잘해야 하는 것 같다. 하나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데 참 쉽지가 않은 부분이다. 그저 내 곡을 대신 쳐 줄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치는 것뿐이며 대신 연주해 줄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맡기고 싶을 정도다.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던 시기엔 자는 시간 빼고 거의 하루 종일 피아노를 생각했다. 일어나서 등교 전에도 피아노를 쳤고 학교에 수업 시간에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점심시간엔 강당에 찾아가 문이 열려있기만 하면 몰래 들어가서 피아노를 쳤다. 집에 돌아와서는 잠들기 전까지 피아노를 쳤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살았다.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지루하거나 힘든 줄을 몰랐다. 지금도 매일 같이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연주를 잘 못한다.


반면 작곡에는 조금 재능이 있다. 누구에게 작곡을 배워본 적이 없고 작곡 책도 들여다본 적이 없다. 그런데 좋은 소리나 멜로디를 들으면 뒷부분이 저절로 생각난다. 형식 없이 건반을 아무렇게나 누르다가 마음에 드는 소리가 들려오면 자연스럽게 작곡은 시작된다.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 때는 첫 음을 누르자마자 마치 주마등과 같이 곡 끝까지의 진행들이 머릿속에 펼쳐져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경우가 있다. 요즘도 즉흥 연주를 다듬어 곡을 완성하는 일이 잦다. 이러한 부분은 부정할 수 없는 타고난 재능일 것이다.


그러나 재능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유명 아티스트들의 연주 음악을 달고 산다. 그리고 배경음악 제작을 재작년부터 조금씩 해오다가 요새는 매일같이 두 개 이상 만들고 있다. 벌써 그 개수가 총 1200개를 넘어가 소득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동시에 본업인 청월령 앨범 작업도 쉬지 않고 꾸준히 하는 중이다.


내 생각엔 예체능은 어느 분야든 이 정도 이상으로 몰두해있지 않으면 직업으로 삼긴 어렵다고 본다. 꼰대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정말이다. 기술적으로 타고난 것과는 다른 의미의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누가 말려도, 그런 건 돈이 안 된다고 해도, 그 정도는 아무나 다 한다고 무시해도 그냥 하는 게 재능이다. 내가 지금 당신에게 하지 말라 해도 “헛소리 말아라, 내 갈 길을 가겠다” 하고 계속하는 게 재능이다.




   이번엔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한 강연에서 유명 축구선수가 강연자로 나서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열 방울의 땀을 흘렸는데 열한 방울만큼 성장하거나 발전하는 것? 그런 것 없습니다."


언뜻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우리가 좋아하는 소년 만화 같은 데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아닌가. 재능은 없으나 피나는 노력으로 성공을 이뤄내는 뻔한 스토리. 그리고 강연자는 뒤따라서 "노력이 재능을 이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다 된다"라는 식의 말을 이어간다.


아니, 저 말은 틀렸다. 정말 무책임한 말이지 않은가. 다섯 방울의 땀을 흘렸는데 열 방울만큼 성장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열 방울의 땀을 흘렸는데 다섯 방울만큼 성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타고난 재능의 차이다. 피나는 노력을 해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분명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저 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질책만 할 것인가? 그렇다면 1등은 가장 노력한 사람이고 2등은 조금 덜 노력한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각자가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노력으로 재능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은 결국 재능 있는 사람은 재능만 믿고 노력은 소홀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온 오류>이다. 최고의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재능을 가지고 노력도 한다. 당연하게도 남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거나 안 하지 않는다. 그렇게 노력으로 모든 게 다 될 일이었으면 강연자는 왜 메시보다 뛰어난 최고의 선수가 되지 못했을까? 노력을 부족하게 한 것 아니냐 역으로 물으면 과연 할 말이 있을까?


노력으로 재능을 넘을 수 없으니 재능이 없으면 포기하고 적당히 살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재능을 찾지 못한, 혹은 재능이란 벽에 부딪혀 좌절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름 성공한 유명인이랍시고 노력 타령만 하는 것이 불만인 것이다. 의견을 전달할 때에 말하는 사람의 메시지보단 말하는 사람(메신저) 자체가 더 중요한 세상이니 비교적 말의 힘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차라리 내가 대신 한마디 할 수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저는 열여덟 살에 피아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서른이 된 이제야 어디 가서 작곡가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 와서 누군가 저에게 당신 정도면 빨리 시작한 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에겐 너무나도 늦은 나이였습니다. 피아노는 보통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 배우니까요. 모두가 안될 거라고 말하던, 한마디로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보란 듯이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에게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에 도전할 자신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조금 짧다고도 느껴지는 제 인생이지만 돌이켜 보면 무언가를 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는 것 같거든요. 저는 지금, 이처럼 글을 쓰듯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재능이 어떠한 분야에서 잠자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죠. 그러니 당신도 한 번만 용기 내어 새로운 재능을 찾아보세요. 당신이 남들보다 잘하는 무언가가 분명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노력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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