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경의선 숲길을 산책하던 중 이 책을 왜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의 첫 에피소드, 이루마 님의 작년 크리스마스 공연을 보고 나서 '돈 잘 버는 작곡가는 없나?'라는 의문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게 됐다. 타인에게 말로써 설명을 하다 보니 나도 몰랐던 내면의 이야기가 하나둘 쏟아져 나왔다.
분명 이루마 님이 연주 음악 장르에서는 가장 성공하고, 또 잘 버는 아티스트 중 한 명 일터이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본인은 돈이 여유롭지 않다는 말을 한다는 것. 이는 완벽할 것만 같았던 이루마라는 아티스트의 인간적인 모습 중 하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이루마도 평범한 한 사람이구나’하며 친근하게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에게는 마치 <어린 시절 우러러보던 우상, 언제나 이길 것이라 믿었던 나의 영웅>이 악당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마주한 것 같았다. 부모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세상의 중심이자 전부라고 생각하던 어린아이가 자라 사춘기에 접어들며 "엄마 아빠는 아무것도 몰라!" 하듯 변해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
그 모습을 다시 돌이켜 보니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나?’하는 작은 의심이 들었다. 작곡가로서 가지고 있던 막연한 목표 중 하나가 내 마음속 최고의 아티스트, 이루마 님의 뒤를 따라간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저작권료로 집에서 놀고먹을 수 있겠다는 상상으로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키며 말이다. 그런 장밋빛으로 물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작곡가의 꿈을 이어왔다. 꿈은 자유니까.
냉정하게 현재의 나를 평가하자면 이루마 님 업적의 십 분의 일도 이뤄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따라잡기만 해도 엄청난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확정이다. 그것도 무던히 어려울 것이다.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목표라고 말할만한 거창한 게 그것으론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한계가 거기까지인가?'라고 생각해 본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가장 빛나야 할 시기는 더욱 화려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게 되었다. 당장은 모두가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진심이다.
엄청난 성공을 원한다. 이는 명예와는 다른 부분이다. 나의 입에서 돈이 부족하다는 둥 여유가 없다는 둥의 말이 나올 수도 없을 정도로 부를 이루고 싶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이상할 정도로 돈에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안분지족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으나 절망스러운 과거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