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쉬어본 적이 언제인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얼 해야 쉬는 거였더라? 아니지.. 아무것도 안 해야 쉬는 거였던가? 돌이켜보니 맘 놓고 쉬어본 게 언제인지. 쉬면서도 일 생각을 했고 일을 하면서도 불안에 시달렸다. 언제는 며칠 정도는 맘대로 쉬어도 아무런 타격이 없다고 자랑하듯 적어 놓더니 어떻게 된 것일까. 자려고 누우면 지나간 일과 인연들, 이 막연하고 불안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나 어떻게 하면 대박 콘텐츠를 만들까 생각하는 둥. 뇌는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무의미한 공회전을 멈출 줄을 몰랐다. 생각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었고 결국 불안에 불안을 더할 뿐이었다.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핸드폰을 열었다. 12시, 나에겐 이른 아침이지만 사실 아침이라기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점심이라 말하는 게 맞는 시간이었다. 10시 반에 울리는 알람을 듣고 잠시 일어났다가 다시 자버린 결과다. 딱히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하는 일정도, 누구를 만나야 하는 약속도 없다 보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와 버린 것이다. 가끔은 건강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나는 이게 편하다. 누군 <미라클 모닝>이라며 강의도 하고 책도 팔아먹고 하던데 그런 건 몸에 맞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이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면 게으르다고 욕을 먹었으려나?
얼마 전 유행했던, 일찍 일어나는 게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인증하는 문화가 사실은 조금 보기 싫었다. '일찍 일어나는 게 과연 부지런한 걸까? 새벽 4시에 일어나면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 되는 걸까?'라며 의문을 가졌다. '저녁 10시에 가장 정신이 맑은데 어떡하라고. 난 거의 자기 직전까지 일을 하니 일하는 시간만 치면 하루에 14시간은 될 텐데... 어떻게 보면 내가 더 부지런한 사람 아닌가?'라고 유행에 편승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핑계를 대본다. 아무튼 아침형 인간이 있으면 저녁형 인간도 있다는 걸 인정해 주었으면. 작년에는 매일 산책도 나가고 9시에서 10시 정도에 잘 일어났던 것 같은데. 나이를 한 살 먹어서 그런가 쉽지 않다. 일찍 일어나고 매일 운동도 했던 기억을 돌이켜보니 그때가 훨씬 활력이 있던 것 같다. 미라클 모닝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일부철회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부터 운동도 다시 해보자 마음먹는다. 일찍 일어나는 것보단 운동이 쉽지.
일어나자마자 식사도 거른 채바로 자리에 앉았다.새로 기획한 콘텐츠 영상과 플레이리스트 채널에 올라갈 영상도 만들어 바로 올렸다. 불과 2시간 만에 일을 몇 가지 처리하고 나니 그제야 불안이 조금 해소된 것만 같다. 그리곤 뒤늦게 배가 고픈 것 같다는 몸의 신호를 알아차린다. 늦은 점심을 간단히 차린다. 식사보다는 생존에 필요한 영양 섭취에 가까운, 짧은 요기를 마치고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정들을 열어본다. 3월 말에 발매할 앨범 기획을 짜고 미팅 연락을 해야 하는데 너무나 귀찮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일 연락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며 또 핑계를 대본다. 내일로 미루자. 그러곤 오늘은 도저히 일이 하기 싫어 글을 적어본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쉰다는 행위는 내 머리론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글을 쓰는 걸 휴식으로 삼는다. 아까 오후 5시쯤 낮잠도 자버린 터라 오늘은 쉽게 잠에 들기 어려울 것이다. 가끔은 아침 6시까지 잠이 오지 않아 그냥 다시 일어나 일을 해버린다. 그럼 그것이 나만의 미라클 모닝이다. (그러곤 10시에 잠들었지만.) 마음을 정리하려고 쓰는 글인데 오히려 정리는 되지 않고 두통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