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아름다운 꽃들에겐 독이 있다. 화려한 색으로 동물들을 홀려 중독과 죽음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독.
도윤은 내게 양귀비 같은 사람이었다. 화려하며 나의 불안을 덜어줬고 계속해서 보고 싶게 만드는 아편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모든 마약은 곁에 둘 수록 중독되어 가는 걸 망각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사라지면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진다.
도윤이 사라졌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이후 통화요금이 부과된다는 여자의 목소리만이 귀에 맴돈다. 같이 걸었던 길과 집을 찾아가 본다. 굳게 닫혀있는 철문만이 앞에 놓여있다. 마치 아편을 찾으려는 처절한 중독자의 모습만이 차가운 회색 문에 비춰 보인다.
도윤의 향을 찾다가 어느 순간 건물 옥상에 다다랐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그를 찾을 수 있을까? 저 밑에 떨어지면 나의 소식을 들은 그가 찾아올까? 시간이 지나고 처음 만난 계절이 다가오면 나는 다시 그 향기를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수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난간에 서 있는 나를 누군가가 잡아당겼다. 누가 밀친 건가? 눈을 뜨면 새로운 공간에 있는 건가? 고민을 하다가 눈을 뜬다.
새로운 향기가 날 감싸고 있다.
다른 향기에 중독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