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스트하우스 청소를 하며 마주한 순간들
나는 종종 누군가의 여행이 지나간 방을 정리한다.
게스트하우스의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고단함이 아니라 설렘의 잔향이다.
짧은 밤을 보내고 떠난 이들의 작은 흔적이 방 안 어딘가에 고요하게 남아 있다.
어느 날에는, 외국인 여행객이 삐뚤빼뚤한 한글로 이렇게 적어놓고 갔다.
“미안해요, 얼룩지게 해서요.”
그 서툰 글씨를 보는 순간, 괜히 마음이 말랑해졌다.
잘 쓰지 못하는 언어로도 진심은 전해지는구나 싶었다.
또 어떤 여성 여행자들은 분리수거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방을 나섰다.
페트병과 종이류, 음식물쓰레기가 잘 정리된 쓰레기봉투 속에
보이지 않는 다정함이 곱게 담겨 있었다.
탁자 위에 남겨진 작은 머리핀 하나.
그 방에는 아마도 아이가 함께 있었겠지.
조용한 정리 속에서도 웃음과 말소리가 희미하게 맴도는 듯했다.
쇼핑백, 영수증, 반쯤 비워진 선크림.
구겨진 쇼핑백, 작은 자국들.
모두가 이곳에 다녀간 설렘의 자국 같았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관리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 일은 매 순간 마음을 써야 하고,
늘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청소는 다르다.
지저분한 것이 깨끗해지고, 흐트러진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주는 만족감 속에서
나 역시 조금씩 정리된다.
내 손이 닿는 만큼의 세계가 새로워지는 기분.
작지만 분명한 자기효능감이다.
게스트하우스 청소는 누군가의 여행이 끝난 자리를 조용히 감싸 안는 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내 하루 역시 천천히 다독여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