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은 조용히 왔고, 다짐은 아주 작게 시작되었다.”
오래전의 일이다.
2013년 어느 날,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월급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있다는 건 분명한 안정감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한창 일할 나이에 이렇게 머물러 있기 싫다고 했다.
당시 우리에게는 모아둔 돈도, 사업 자금도 없었다. 그럼에도 결국 시작하게 되었다.
문제는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1년 가까이 수입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 시기엔 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세 아이를 돌보며 살아가야 했다.
현실은 빠듯했고, 결국 마이너스 통장을 열고, 카드론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감당이 안 되자 카드 돌려 막기를 하게 되었고, 결국은 터지고 말았다.
몇 달 동안 계속된 카드사 독촉 전화, 연체 고지서.
하루하루가 버겁고 숨 막혔다.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다.
결국 집달관이 집을 다녀갔다.
그날, 처음으로 '빨간딱지'라는 걸 보게 되었다.
그때는 시댁에서 함께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님은 우리가 이렇게까지 어려운 줄은 모르고 계셨다.
혹시라도 어머님이 놀라실까 봐, 빨간딱지를 보이지 않는 곳에 급히 붙여두고, 조용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시, 시작이야.’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죽을 만큼 힘든 시간도, 결국은 지나간다는 것을.
그때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지만, 지금 여기까지 왔다.
살아 있기만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절망하지 말기를.
이 또한, 분명히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