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늦봄이었다. 창밖으로 연둣빛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던 날, 당근마켓을 둘러보는데 '가야금 원데이클래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묘한 설렘이 피어올랐다. 화면 너머에서, 아니 그보다 훨씬 먼 옛날부터 울려 퍼졌을 그 소리가 나를 부른 듯했다.
어린 시절, 전통악기는 왠지 무겁고 어려운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가야금은 생각보다 더 섬세하고 우아했다. 가야금의 소리는 정말 고혹 그 자체였다. 소리 뿐만 아니라, 12개의 줄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단아하면서도 강단 있었고, 그 위로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울리는 소리는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악기를 손끝으로 직접 느끼는 순간, 마음이 조용히 내려앉는 듯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레슨을 등록했다. 처음엔 그저 '아리랑'이나 '도라지타령' 같은 민요 정도만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손끝의 감각이 익숙해지고, 줄의 떨림이 몸에 스며들기 시작하자 조금씩 더 욕심이 생겼다. 단순한 곡을 넘어서서 산조 같은 깊이 있는 음악도 배워보고 싶어졌다. 그것은 마치 한 권의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싶은 마음과 비슷했다.
가야금의 줄을 퉁기며 처음으로 고 황병기 선생님의 창작곡 '침향무'의 첫 구절을 연습하던 날, 나는 그 여린 울림 속에서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의 소란스러운 일상, 지친 마음들이 서서히 가라앉는 듯했다. 어느새 가야금은 단순한 악기가 아닌, 나의 작은 도피처이자 위안이 되었다.
바쁜 일정 가운데 연습하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손끝에 집중하는 시간이 가장 평온하다. 가야금은 나에게 고요 속에서 나를 만나는 법을 가르쳐 준 소중한 동반자다. 아직 산조는 멀었지만, 언젠가 그 깊은 소리의 결을 손끝으로 느껴보고 싶다.
어쩌면 그날의 선택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소리로 세상을 마주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나는 나의 반려 악기와 함께 천천히 그리고 깊이,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