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주씨 Apr 08. 2023

3년 만에 출근을 했다

백수 탈출 가능하잖아!






 얼마 전부터 3년 만에 다시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면접을 보고 금방 연락이 와서 급작스러운 새 출발을 하게 된 것인데, 평소 체력을 관리 안 하고 누워있는 생활을 반복하다가 하루 종일 앉아서 움직이니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도 일터는 생각했던 것보다 체계가 잘 잡혀있는 회사라서 어느 정도 나와 같은 신입에 대한 배려를 해주셨고 천천히 적응을 해나가는 중에 있다.      






 취업 전, 부모님이 주신 압박감과 스스로가 만들어낸 불안감으로 괴로워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다시 살아가게 된 현재가 마음에 든다. 욕심을 크게 내지만 않으면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라서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충실히 살아낸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본가에서 다니며, 통근버스와 사내식당도 있어서 교통비, 식대도 따로 들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자취하며 일하는 친구들보다도 저축을 많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 꾸준히 잘하고 사내 대인관계에만 주의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장기근속을 할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친구들은 모두 축하해 줬고, 몇 달간 같이 서류를 내며 입사를 준비하던 친구도 때마침 일자리를 얻어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고 해서 서로 응원해 줄 수 있었다. 부모님 또한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안도하시는 모습에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잘못된 생활을 했는가를 반성하기도 했다. 못난 자식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최저시급이지만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고 매일 9 to 6로 약 8만원 정도를 벌어오는 생활에 깊이 감탄을 했다. 3년간 관리도 제대로 안 하는 블로그로 기껏해야 월 5만원 정도 벌고 부모님께 기대어 살았던 시간에서 마침내 벗어나는 중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다시 건강을 되찾아 사회인으로 복귀한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인생에서 잘 풀리고 안 풀리는 시기란 게 확실히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입사 후에 다른 회사에서도 부재중 통화가 2건이나 왔기 때문이었다. 연락에 기분이 좋았지만 이미 나는 지금 회사가 마음에 들었고 우선은 연봉보다도 회사 생활이란 것에 적응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이곳에 계속 다니기로 결정했다. 이전에도 직장을 다른 곳으로 갈아탔을 때 오히려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일이 2번이나 있어서 그렇게 결정한 것도 있다. 어쨌든 이렇게 보니 지난 3개월 동안 서류를 열심히 내봐도 그렇게 안 되던 취업의 문이 갑자기 스르륵 열린 걸 보고는 정말 신기했다.      






 사실 살짝 눈을 낮추어 들어간 회사라서 아쉬운 면은 없잖아 다. 그러나 나는  한계를  파악하고 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보다 차라리 몸이 힘든  낫다고 생각해서 꾸준한 돈벌이를 하는  가장 중요해 기준을 낮춘 것이다. 자존심을 내려놓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여러 실패를 반복한 과거를 돌아보면 채용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로 감사하기 짝이 없는 일이 분명하다. 누가 나이 먹고  오래   버릇 들인 사람을 정규직으로 뽑아주겠나 싶은 생각을 하면 채용담당자님께 절이라도 해야  정도다.  기대에  부응할  있도록 매일 오늘 하루만 견뎌내자는 마음가짐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가야겠다.     






 매일이 주말 같았던 지루한 생활에서 벗어나 정말 오랜만에 진정한 주말을 맞이했다. 이렇게 쉬는 날이 감사하게 느껴진 때가 있었던가. 오죽하면 이 꿀맛 같은 주말에 뭐 할지를 미리 생각해서 스케줄까지 짜놨을까. 글쓰기, 쇼핑과 목욕, 혼코노까지 귀한 개인 시간을 보낼 일들이 많아서 내가 가지고 있던 병까지 싹 잊은 듯한 기분이 든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쓰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는 게 맞구나 하는 확신까지 들었다. 이런 교훈을 오랜 시간에 걸쳐 얻었으니 이제 체력 관리, 건강 관리 열심히 해서 앞으로 밝고 활기찬 인생살이를 펼쳐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SNS처럼 잘난 건 하나 없는 사람이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