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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Sep 20. 2023

당신이 뭔데 내 행복을 결정합니까

서로 다를 뿐인데






 처음으로 코로나 양성이 나와서 무급으로 회사를 쉬고 있는 요즘, 스스로 불만이 쌓여있음을 눈치챘다. 회사에서 돈을 버는 건 좋지만 역시나 사람들과는 별로 부대끼기 싫다는 걸 재차 확인한 몇 달. 사람들과 친해질수록 무례하게 선을 넘어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불편한 감정이 쌓이고 쌓이던 중, 아주 오래전 폰 사진에 캡처해둔 한 웹툰의 문장은 내가 요즘 말하고 싶은 표현 그 자체였다.     


 “당신이 뭔데 내 행복을 결정합니까.”     






 회사에는 집순이인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언니가 있다. 본인이 내 나이 때는 집은 잠만 자는 장소였다며 왜 놀러 다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야 나가면 머리 아프고 돈도 써야 하며, 이미 20대 초중반에 열심히 놀았으니 그걸로 충분하니까라고 반박하는 편이지만, 역시나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여준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내가 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지 오히려 선을 넘어오는 참견에 화가 날 지경이다.     





 

 당신이 뭐라도 대단한 게 있어 보인다면 그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보일 텐데 뻔할 뻔 자뿐인 쓸데없는 간섭으로만 들린다. 그렇게 본인이 열심히 놀러 다닌 결과로 재산을 많이 일궜는지, 자기 분야를 찾아 성공이라도 했는지. 실상 알고 보니 해외도 한 번 못 나가본 사람이던데 7개국은 다녀본 사람한테 할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왜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본인보다 어리면 훈수부터 두려고 하는 걸까. 이게 바로 세대 차이인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우린 서로 다를 뿐이라고요.    





 

 자신의 상식으로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너는 그렇구나’ 하고 끄덕이며 내버려 두는 서로 편한 방법이 세상에는 있다. 내가 당신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당신은 날 위한답시고 하는 말이라 해도 그게 상대의 기분을 여러 번 상하게 한다면, 이건 정말 피곤한 관계다.   





        

 자체적으로 휴가를 쓰고 보니 한동안 회사에서 쓸데없는 오지랖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안도감이 든다. 지금은 ‘뭔가 아는 척’을 들어주는 척하고 무시하는 수밖에 없지만 내년에는 이곳을 탈출해서 더 나은 회사로 가야겠다는 의지를 다져본다. 이렇게 회사 생활부터 피곤하니 내가 주말까지 밖에 나갈 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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