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매, 첫 낙찰, 첫 명도 / 1편
급한 성격 탓에 뭐든 하고자 마음먹으면 직진 본능이 솟아난다. 경매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자마자, 그날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경매책 수십 권을 뒤지고 다녔다. 학교와 시립도서관, 회사 도서관, 전자 도서관.. 책을 빌릴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정보를 파헤쳤다. 한 다섯 권정도 읽으니 경매가 무엇인지 대강 감을 잡았고, 열 권정도 읽으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용어 정도는 추릴 수 있었고, 열다섯 권 정도 읽으니 공부해야 할 것들이 보였고, 스무 권 정도 읽으니 아주 기본적인 권리분석까지는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뭐든 몸으로 부딪혀야 맥을 잡겠지만, 부동산 경매는 적어도 몇 천은 들어간다. 맥 잡으려다 초가산간 다 태울 수는 없었다. 이제는 수업을 들을 차례였다.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없어서 기초반부터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걸음마는 유튜브에서 떼기로 했다. 베이비 스텝을 가르쳐 줄 적임자는 '부읽남'으로 골랐다. 깊은 내용까지는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가 듣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강의였다. 하지만 실전 투자를 들어가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었다. 결국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5주 코스 심화반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이제는 실전으로 뛰어들 때가 됐다 싶었다.
물건을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법원경매 사이트는 정말 불편했다. 대문부터 90년 감성이 물씬 풍긴다. 그거 아는가? 우리나라가 최근 OECD 국가 중 디지털 정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걸? 대한민국 정부의 디지털화는 정말 최고 수준이다. 주민등록증, 등기부등본, 가족관계증명서 ... 온라인으로 안 되는 게 없다. 하지만 법원경매 사이트만큼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뒤로 가기를 누르면 새로고침 되어버리고, 메뉴도 덕지덕지에 많은 이들이 찾는 사이트가 분명한데 왜 개선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그 덕에 사설 경매정보 사이트가 참 많다. 사설 경매사이트에서는 법원경매 사이트보다 UI/UX 측면에서 용이하고, 권리분석이나 수익률 분석, 예상 배당순위 같은 추가 정보도 제공한다.
매일 법원경매와 유로경매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입찰에 들어갈 물건을 찾았다. 경매는 처음이니까 거주지 근처에 물건을 낙찰받기로 했다. 게다가 부동산 규제는 매일 같이 거세지고 있고, 대출도 쉽지 않은 탓에 투자가 아닌, 실거주를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달은 꼬박 물건을 찾았다. 여차하면 신혼집으로 써야 하니까 출퇴근 거리도 생각해야 하고, 입지도 봐야 하고, 연식도 너무 오래된 건 물건은 제외대상이 되었다. 조건이 많다 보니 쉽사리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고민과 고민 끝에 아파트 물건 하나를 골랐다.
아파트를 매수할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래 항목을 중심으로 살펴야 한다. 경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수하는 방법이 다를 뿐, 대상은 같다. 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 좋겠지만, 그런 물건은 아주 비싸다. 비싸고 말고. 그러니 절대로 포기 못하는 조건을 기준으로 찾되, 여유자금과 조건을 저울질하며 물건을 골라보자. 내가 절대로 포기 못하는 건 '입지'와 '교육'이었다. 지방은 특히 교육 환경이 중요하다. 입지 안에 교육, 상권, 자연환경 등을 포함할 수 있으나 교통, 주변 노후화 정도 등을 포함한 의미로 입지도 늘 선택지에 써놓는다.
경매 물건은 해당 지역의 좋은 입지와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었고, 차로 5분 거리 내에 100여 개가 넘는 학원과 길 하나만 건너면 초등학교가 있는 곳이었다. 대단지 아파트였기에 상권도 좋았다. 근처에 대형 마트와 아웃렛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6년 차로 연식이 오래된 편이었고, 선호도 탑 10 안에 들지 못하는 브랜드에다가 근처에 큰 공원이나 산책로까지는 거리가 있었다. 현재 자금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갖출 수는 없다. 선택과 포기를 해야 했고, 이 물건에 들어가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A. 입지
B. 교육
C. 상권
D. 브랜드
E. 자연환경
F. 연식
G. 세대수
첫 경매, 첫 낙찰, 첫 명도 / 2편